미르다드의 서, 제5장 도가지와 체, 신의 언어와 인간의 언어
미르다드가 말했다.
"신의 언어는 도가니와 같다. 자신이 낳은 것을 녹여 하나로 만든다. 어떤 것도 가치 있다 해서 수용하지 않고 어떤것도 가치없다 해서 거부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해와 성령'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기 자신과 창조물이 하나라는 것, 그리하여 한 부분을 거부하는 것이 전체를 거부하는 것이며 전체를 거부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거부하는 것임을 충분히 판별하고 있다.
따라서 그것은 목적과 의도에서 영원히 하나다.
반면에 인간의 언어는 체와 같다. 자신이 낳은 것과 서로 싸우며 치고 박는다. 어떤 것은 벗으로 선택해 불러들이고, 다른 것은 적으로 여겨 내쫓는다. 하지만 너무나 자주 어제의 벗은 오늘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은 내일의 벗이 된다.
이렇듯이 자기 자신에 대한 잔인하고도 실리 없는 인간의 투쟁이 맹위를 떨친다. 이 모든 인간에게 '성령'이 부족한 탓이다. 이 '성령'만 있어도 인간은 자신과 창조물이 일체임을, 적을 내치는 것이 벗을 내치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성령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왜냐하면 '적'과 '벗'이라는 말은 어느 것이나 인간의 언어---인간의 '나'---의 창조물이기 때문이다.
그대가 싫다고 버린 것을, 다른 사람이나 사물은 틀림없니 좋다고 주어든다. 하나의 사물이 동시에 두개의 자기 배반적인 사물일 수 있는가? 그대의 '나'가 나쁘다고 하지 않는 한, 그리고 또 다른 '나'가 그것을 좋다고 하지 않는 한, 그 사물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창조할 수 있는 것은 소멸시킬 수도 있다고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적을 창조할 수 있듯이 적을 없앨 수도 있다. 또 적을 벗으로 재창조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그대들의 '나'가 도가니까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해의 성령'이 필요하다.
따라서 나는 그대들에게 말한다. 기어코 기도해야겠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이해' 를 구하는 기도를 하라.
나의 동행자들이여,
체질하는 자가 되지 말라.
신의 '말씀'은 생명이며, 생명은 만물이 하나되는 도가니이기 때문이다. 만물은 완전한 균형 상태에 있으며, 만물이 그 창조자---성스러운 삼위일체---와 어울리고 있다. 그대는 성스러운 삼위일체와 얼마큼 어울리고 있는가?
나의 동행자들이여,
체질하는 자가 되지말라.
그리하면 그대는 너무나 광대하고 모든 곳에 존재하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어떠한 체도 그대를 담을 수 없게 된다.
나의 동행자들이여,
체질하는 자가 되지 말라.
자신의 언어를 알기 위해 '말씀'의 지혜를 탐구하라. 그리고 자신의 언어를 알았을 때는 자신의 체를 불 속에 던져 버려라. 그대의 언어가 더 이상 배일에 가려져 있지 않다면, 그대의 언어는 신의 언어와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르다드는 그대들의 베일을 없애주고 싶다.
신의 '말씀'은 시간에 제약되지 않은 시간이며, 공간에 제약되지 않는 공간이다. 그대가 신과 함께 하지 않았던 시간이 있던가?
그대가 신속에 있지 않았던 공간이 있던가?
그렇다면 왜 영원을 시간과 계절이라는 쇠사슬로 속박하는 것인가?
왜 공간을 치수와 이수 속에 가두는 것인가?
신의 '말씀'은 태어난 적도 없으며, 따라서 죽는 일도 없는 '생명'이다. 그런데 왜 그대는 삶과 죽음에 둘러싸여 있는 것인가? 그대는 신의 삶을 통해서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던가? 불사(不死)의 존재가 '죽음'의 근원이 될 수 있는가?
신의 언어는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그 속에는 어떠한 장벽도 울타리도 없다. 그런데 왜 그대의 언어만은 울타리와 장벽으로 갈라져 있는 것인가?
내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그대의 살과 뼈는 그대만의 살과 뼈가 아니다. 하늘과 땅이라는 동일한 고기 냄비에는 그대와 더불어 무수한 손이 잠겨 있다. 그곳에서 그대의 뼈와 살이 생기고, 그곳으로 그대의 뼈와 살이 돌아간다.
또한 그대의 눈빛은 그대만의 빛이 아니다. 그 빛은 태양을 그대와 함께 나누는 만물의 빛이다. 만약 그대의 눈이 내 안의 빛을 보지 못한다면 나의 어디를 볼 수 있겠는가? 그대의 눈으로 보는 나는 나의 빛이다. 내 눈으로 보는 그대의 빛이다.
만약 내가 완전한 어둠이라면, 나를 보는 그대의 눈도 완전한 어둠일 것이다.
또한 그대 가슴속의 숨은 그대만의 숨이 아니다.
숨쉬는 모든 것, 또는 일찌기 숨을 쉬었던 것 모두가 그대의 가슴에서 숨쉬고 있다. 그대의 허파를 지금도 여전히 부풀어오르게 하는 것은 아담의 숨이 아니던가?
그대의 심장에서 지금도 여전히 고동치는 것은 아담의 심장이 아니던가?
또한 그대의 생각은 그대만의 생각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생각의 큰 바다가 그 생각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큰 바다를 당신과 공유하는 모든 생각하는 존재 역시 똑같은 것을 주장한다.
또한 그대의 꿈은 그대만의 꿈이 아니다.
우주 전체가 그대의 꿈속에서 꿈꾸고 있다.
또한 그대의 집은 그대만의 집이 아니다.
그 집은 동시에 나그네의 거주처이며, 파리 , 쥐, 고양이 및 그대와 거처를 함께 하는 모든 생물의 거주처다.
따라서 울타리에 주의를 기울여라, 그대가 성취한 것은 단지 '기만(欺瞞)'을 울타리 속에 불러들이고, '진실'을 울타리 밖으로 쫓아낸 것뿐이다. 그리하여 울타리 안에서 자기 자신을 보기 위해 돌아섰을 때, 그대가 직면한 것은 '죽음'이니, '죽음'의 또 다른 이름은 '기만'이다.
벗들이여,
신과 인간을 분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인간을 그 이웃 동포들이나 '말씀'에서 생긴 모든 생명체와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씀'은 큰 바다이다.
대들은 구름이다.
구름이 바다를 품고 있지 않다면 구름일 수 있겠는가? 자신의 형상과 개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공간 위에 고정시키려고 악전고투하면서 생명을 낭비하는 구름은 정말 어리석다.
이 어리석은 악전고투의 결과로서, 그대는 실망으로 끝난 희망과 괴로운 무상(無常)외에 무엇을 얻겠는가? 구름은 자신을 잃지 않는 한 자신을 발견할 수 없다. 구름은 죽음을 통해 사라져 버리지 않는 한, 자기 속에서 바다를 발견할 수 없다.
그리고 바다야말로 구름의 유일한 자아이다.
인간은 신을 잉태한 구름이다. 자신을 텅 비우지 못한다면, 인간은 자신을 발견한 수 없다. 아아, 텅 비워지는 기쁨이여!
'말씀' 속에서 영원히 상실되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인 바로 그 언어를 그대는 이해할 수 없다. 그 언어야말로 진정 그대의 '나'이다. 아아. 상실의 기쁨이여!
다시 나는 말하노니, '이해'를 구하는 기도를 하라.
'성스러운 이해'가 그대 마음을 발견할 때, 그리하여 신은 무한 공간 속에서 그대가 '나'라는 말을 할 때마다, 그에 응해 기쁨의 종을 울리지 않는 자는 없을 것이다.
그때 '죽음' 자체는 그대의 손에 있는 무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 무기를 통해 그대는 '죽음'을 제압한다. 그때 '생명'은 '생명' 자체의 무궁한 마음과 통하는 열쇠를 그대의 마음에 줄것이다.
그것이 '사랑'의 황금열쇠다."
샤마담이 말했다.
"이토록 위대한 지혜가 행주와 빗자루에서 짜내지리라곤 꿈에도 생각치 못했소."
샤마담의 말은 미르다드가 방주의 하인임을 은근히 상기시키고 있었다.
미르다드가 말했다.
"현자(賢者)에겐 모든 것이 지혜의 보고다. 어리석은 자에겐 지혜 자체가 어리석다."
샤마담이 말했다.
"그대가 교묘한 말솜씨를 갖고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소. 이토록 오랫동안 그대가 말솜씨를 쓰지 않고 있던 것은 너무나 이상하오. 그렇긴 하나 그대의 말은 난해해서 알아듣기 힘드오."
미르다드가 대답했다.
"샤마담이여, 내 말은 쉽다. 난해간 것은 그대의 귀이다. 허나 듣고 있으면서 듣지 않는 자에게는 재앙이 올것이다. 보고 있으면서 보지 않는 자에게는 재앙이 올것이다."
샤마담이 대꾸했다.
"나는 지극히 잘 듣고 있으며, 잘 보고 있고, 어쩌면 지나칠 정도요. 그러나 샤마담이 미르다드와 동등하다는, 주인과 하인이 동등하다는 등의 실없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