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문제

[김동지]

  우리는 흔히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놓는 오류를 저지른다. 원인이 사건을 격발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개체는 원인이 될 수 없다. 원인은 내부가 있고 구조가 있고 엔진이 있다. 여럿이 모여 세력을 이루어야 엔진이 되어 사건을 격발한다.

  화살은 원인이 될 수 없다. 활몸과, 활시위와, 화살과, 궁수와, 과녁이 모두 갖추어져야 사건의 원인이 된다. 원인은 내부에 밸런스의 조절장치가 있다. 계 내부에 축과 대칭의 메커니즘이 갖추어져 있다. 범종과 당목이 만나야 소리를 낸다. 뇌관과 공이가 만나는 접점이 있다.

  오류 - 교육이 잘못되어 교실붕괴가 일어났다.

  진실 - 다른 분야의 출구가 모두 막혀서 교육분야 하나로 에너지가 몰렸다.

  '위하여'와 '의하여' 문제다. 이쪽에 어떤 동기가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저쪽이 막혀서 이쪽으로 몰린 것이다. A를 하는 이유는 B가 막혔기 때문이다. 생쥐실험으로 알 수 있다. 공간이 넓고 먹이가 풍부하면 생쥐는 마약에도 관심이 없다. 스트레스 받은 쥐가 마약을 찾는다.

  어떤 행동의 이유를 물으면 자기만족을 '위하여'라고 대답하는게 보통이다. 외모에 집착하거나, 명품을 찾거나, 폭식을 하거나, 게임에 중독되거나, 오타쿠 행동이 그러하다. 그것이 좋아서라고 대답하지만 둘러대는 말이고 사실은 다른 곳이 막힌데 따른 스트레스가 진짜다.

  우주 안의 모든 힘은 척력이다. 인력은 척력이 꼬인 것이다. 면전의 유혹은 거짓이고 배후의 압박이 진실이다. 미녀가 유혹했기 때문이 아니라 호르몬 압박 때문이다. 문제는 배후의 압박이 보이지 않는 점이다. 집단의 압박은 무의식 형태로 호르몬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결혼을 안하는 이유는 동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원래 결혼은 10대가 가족과의 불화에 시달리다가 집에서 탈출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춘기가 되면 호르몬의 영향으로 부모와 충돌하게 된다. 어떻게든 이 집구석을 떠나야 하는데 결혼을 해야 탈출할 수 있다.

  특히 역사해석이 잘못된다. 식민사관은 조선이 망한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어떻게든 찾아내고 만다. 찾아내는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성리학을 탓하고 사람탓을 한다. 역사를 결정하는 것은 이념과 같은 정신적 요소가 아니라 생산력의 변화다. 지정학적 이유가 상당하다.

  이념은 결과다. 인간이 이념때문에 행동하는게 아니고 그것이 먹히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며 현장에서 그것이 먹히는 이유는 생산력 때문이다. 산업화 과정에 시민의 힘이 커지고 총과 화약이 보급되어 혁명이 일어났다. 이념은 어차피 일어날 일을 잘 일어나게 돕는다.

  당쟁 때문에 조선이 어떻게 된 것이 아니라 귀족들의 토지 소유를 둘러싸고 투쟁한 것이다. 원인을 모르면 애꿎은 사람탓을 한다. 암탉이 울어서 망한게 아니고 화폐가 보급되자 매관매직이 성행하여 조정의 기능이 무너진데 따른 빈 공간을 명성황후가 비집고 들어왔다.

  보통은 심리적 이유를 댄다. 야망, 탐욕, 욕망, 성욕, 질투 등의 나쁜 의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는 그저 흥분했을 뿐이다. 대개 집단의 무의식에 의해 호르몬이 나온 것이다. 심리적 동기들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대개 좁은 구석에 몰려 스트레스 받았기 때문이다.

  닭장에는 쪼이는 닭이 있다. 닭장이 비좁아서 스트레스 받기 때문에 서로 쪼아대는 것이다. 먼저 쪼는 나쁜 닭을 탓할게 아니라 나쁜 환경을 고쳐야 한다. 정약용은 탐관오리 탓, 동학은 일본 탓, 매천 황현은 명성황후 탓이다. 모두 내부를 탓할 뿐 밖으로 나가보지 않았다.

  대만에서 성소수자 지지행진에 18만명이나 참여한 이유는 TSMC 반도체가 잘 팔리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호르몬이 나와서 흥분한 거다. 한국에서 기독교도 백만 명이 성소수자 차별폭력에 나선 이유는 삼성 반도체가 안 팔리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호르몬이 나온 것이다.

  물리적 원인이 심리적 결과로 나타난다. 양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이유는 병사들이 용감해서가 아니라 기관총과 전차와 항공기의 등장에 흥분했기 때문이다. 이차대전은 헨리 포드가 독일과 소련에 각각 자동차공장을 지어줬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보고 자신감이 폭발했다.

  정치도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해석하는게 보통이다. 중도가 지지받는다면 결과다. 김대중의 DJP 연합이나 노무현의 단일화가 그러하다. 노선은 중요하지 않고 방향전환이 중요하다. 하나의 방향전환이 또다른 방향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서 카리스마를 만드는 것이다.

  바이럴 마케팅과 같이 원본이 복제본을 지배하는 것이 권력이다. 먼저 입소문을 복제하는 사람이 권력을 얻는다. 연쇄적인 방향전환에 따른 집단의 흥분이 정치인의 카리스마를 만든다. 정치의 방향전환은 중도로 전환하는 수 밖에 없다. 극은 막혀서 방향전환을 못한다.

  모든 성공한 정치인은 극적인 방향전환으로 카리스마를 생산했다. 트럼프도 공화당의 방향을 개입주의에서 보호주의로 틀어서 성공한 것이다. 극단주의로 가면 외통수가 되어서 방향전환이 불가능하다. 넓은 공간으로 나와야 방향전환이 된다. 넓은 공간은 중도밖에 없다.

  우주 안의 모든 힘은 척력이다. 동기, 야망, 의지, 이념, 꿈, 탐욕 따위는 인력이다. 인력은 거짓말이다. 인력은 척력의 작용에 의한 이차적 효과다. 척력이 쓰리쿠션을 거쳐 인력으로 바뀐 것이다. 저쪽이 막혀서 이쪽으로 밀린 것이다. 막힌 저쪽을 조절해야 이쪽이 해결된다.

  맞는 말인지 허튼소리인지 1초 안에 판단이 가능하다. 우리가 직관력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간단하다. 에너지의 방향이 답이다. 척력은 맞고 인력은 틀렸다. 밀면 맞고 당기면 틀렸다. 세력은 맞고 개체는 틀렸다. 좋다는건 꾸며댄 가짜고 싫다는게 무의식의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