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9화 공무원보다 기술이 낫다
《⑧작가의 긴 여행》#260714 미지의 세계를 걸어간다
by여유시간
Jul 14. 2026
열여섯, 나는 너무 일찍 세상 앞에 섰다.
아버지가 남긴 울타리는 사라졌다. 집도, 재산도 더는 우리 것이 아니었다.
두 여동생과 함께 살아가야 했다. 그런데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진로를 상담해 주는 사람도, 인생의 방향을 알려주는 시대도 아니었다.
그저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때, 동네 형 하나가 무심한 듯 말을 건넸다.
"야, 공무원보다 기술이 낫다. 손재주 있으니 기술 배워라."
짧은 한마디였다.
하지만 그 말은 조언이 아니었다. 캄캄한 길 위에서 발견한 작은 등불이었다.
공부를 많이 할 사람도, 기댈 배경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어려서부터 농사일과 가축을 돌보며 손으로 만드는 일에는 익숙했다.
돌이켜보면, 아버지 곁에서 보고 배운 시간들이 이미 몸속에 남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두 여동생을 책임져야 했다.
주저할 시간도, 꿈만 꾸고 있을 여유도 없었다.
살아남아야 했다.
그렇게 나는 대방동 돈보스코 직업훈련소의 문을 두드렸다.
그때는 몰랐다.
동네 형이 무심코 던진 그 한마디가, 내 평생의 직업을 결정하게 될 줄은.
그리고 그날의 선택이, 훗날 나와 가족을 지켜줄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이라는 사실도.
소년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부터는, 살아남기 위해 기술을 배우는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고 있었다.
다음 이야기는 기름 냄새와 기계 소리로 가득했던 돈보스코 직업훈련소에서 이어진다.
전편보기 ⑧~8화 집을 빼앗긴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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