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1회 리우올림픽 개막식을 지켜보며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창설된 이후로 122년 만에 처음으로 남미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으로 알려져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기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던 왔던, 제 31회 브라질 리우올림픽이 마침내 개막되었다.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에서 참가규모 208개국, 10,903명이 함께하며 17일간의 열정의 대장정이 개막식(한국시간으로 6일 아침)을 통해 그 출발을 알렸다. 올림픽대회때마다 개성과 특색있는 행사로 명장면을 연출하고 많은 볼거리를 보여주기에 개막식 행사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주목된다. 그것은 역대 올림픽 개막식 행사를 통해 발전하는 현대과학의 지원과 진화하는 콘텐츠와 아이디어 그리고 개최국의 역사와 문화를 특색있는 방식으로 잘 표현하여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브라질의 리우 올림픽 개막식은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 4200만 달러(약 460억원)의 예산이 사용된 것에 비해 절반 정도의 저예산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나름 개막식 흥행이 깨질 우려를 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와는 다르게 저예산을 사용하면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테마로 브라질의 역사와 대자연 그리고 인류의 공존을 강조하며 소박하지만 주제의 성격만큼은 강열하게 표현된 개막식이었다. 또 정열의 도시답게 화려한 색깔과 다양한 색감을 맛볼 수 있었고 브라질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공연 등 볼거리와 함께 흥겨운 분위기가 전파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었던 나름 알찬 ‘따봉’ 개막식으로 느껴졌다.
열대 우림에서 꽃핀 원주민 문명과 신대륙으로 이주한 조상들의 이야기가 연대기처럼 펼쳐졌고,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의 나라로서 환경 보호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인 모델 지젤 번천이 개막식의 화려함을 더해 주었고, 개막식의 꽃이라고 불리는 성화 점화는 축구황제 펠레가 아니라 '비운의 마라토너' 리마의 등장을 통해 올림픽 정신을 깨우쳐 주기도 하였다.
특히 선수단 모두에게 씨앗을 하나씩 나누어 주고 어떤 구조물 안에 씨앗을 하나씩 심으면서 입장하는 모습을 간간히 보여주는 모습, 또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하는 사실에 대해 리우 올림픽의 주제와 성격을 잘 표현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매우 특별한 감동을 맛보는 시간이었다. 이미 25년전 1992년 6월 리우 환경회의에서 지구 환경문제에 대한 인류의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각국이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진하기로 약속한 국제협약의 원년 장소에서 그러한 각오를 되새기며 행동강령을 지켜가고자 하는 모습에 생태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나로서는 크나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환경과 자연을 일관된 주제로 다룬 이번 리우 올림픽 개막식의 백미로 불릴 만한 장면으로, 성화는 기존 다른 올림픽의 성화보다 다소 작고 어둡지만 황금빛 조형물과 성화의 빛이 어우러지면서 태양을 상징하는 하나의 조형물로 만들어져 태양의 신비함과 생명력을 감동적으로 표현해냈다. 환경과 자연이라는 리우 올림픽 개막식 주제의 성격을 잘 드러내면서도 빼어난 창의력과 미적 감각이 발휘된 성화라는 점에서 역대 올림픽 성화 가운데서 손색이 없을 정도의 최고의 성화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개막식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여기저기에서 발생하는 잡음이 컸다. 개최지 리우데자네이루의 불안한 치안, 극심한 교통체증, 수질오염에 대한 지적 또한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이런 부문을 불식하기 위해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은 언제나 어려웠다. 이번에도 그런 것 같다”는 말로 무마를 했지만, 올림픽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지켜보아야 할 일일 것이다. 이젠 열전 17일간의 대장정을 통해 개막식에 선수와 감독 그리고 코치가 선서했던 것처럼 올림픽 정신과 인류의 공존을 함께 공유하는 한 마당을 펼쳐나가며,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가는 선수들의 투혼을 통해 풍성한 기록으로 채워가는 지구촌 한 마당의 축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6년 8월 7일, 이른 아침에 한국민들레도서관 관장 강춘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