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적 전문가 : “당사자와 가족이 정신보건분야에서 유급직원으로 일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상당수의 기능적 전문가가 정신재활 분야에서 유급 직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비록 정신보건과 관련된 학위나 자격증은 없지만, 당사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기능적 전문가라 한다. 병으로부터 재기한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다른 당사자를 돕고자하는 열망과 능력을 갖고 있다. 재활 분야는 이론보다 성과를 중요시한다. 따라서 학위나 자격증보다 능력이 중요하다. 누가 진짜 전문가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당사자의 치료, 재활, 그리고 재기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가? 도움이 되는 사람은 비록 학위나 자격증이 없어도 전문가다.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번듯한 학위나 자격증이 있어도 재활 분야에서는 불필요한 사람이다.
앤쏘니는 정신재활 분야에서는 전체 인력의 80% 정도를 기능적 전문가로 채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이 말이 재활 분야에는 이론과 전문지식이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재활분야 또한 치료분야 못지않게 또는 그 이상으로 이론과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당연히 박사학위 소지자도 있어야 하고, 석사학위 소지자도 있어야 한다. 앤쏘니의 주장은 전체 인력구성이 피라미드식이면 된다는 의미다. 박사학위, 석사학위 소지자 밑에 기능적 전문가를 배치하면 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는 패밀리링크 모임에서 정신장애인 가족을 가족교육 강사로 양성하여 실제 가족교육을 담당하도록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정신질환자가족협회(NAMI)는 1980년 창립 시점부터 협회의 가장 중요한 주력사업으로 가족교육을 채택했고, 강사를 정신장애인 가족 중에서 직접 선발하고 양성하여 전국 각지에 파견했다.
내가 10여년 가족교육을 할 때 많이 참고했던 미국의 가족교육 교재 중에 하트필드 박사가 쓴 교재가 있다. 그녀는 조현증 아들을 뒷바라지하며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런데 다른 전문가들이 쓴 가족교육 책에는 없고 하트필드 박사의 책에만 있는 내용들이 있다. 그녀는 ‘전문가들이 왜 환자의 고통에만 관심을 두고 가족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는가?’ 비판하면서, 가족의 고통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으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적응이론을 들고 나왔다. 즉 ‘가족은 환자의 발병과 치료라는 환경적 스트레스에 직면하여, 재적응을 요구받고 있다.’는 이론을 내세웠다. 이렇듯 당사자와 그 가족은 전문가들과는 다른 그들만의 관점과 강점을 갖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 정신보건분야에 대해 이상한 의문점을 느낀다. 정신병원이나 정신보건센터, 사회복귀시설에서 자신들은 당사자를 채용하지 않으면서 직업재활을 주장한다는 점이다. ‘정작 자신들은 외면하면서, 어떻게 남들에게 정신장애인을 직원으로 채용하라고 주장할 수가 있을까?’ 만일 일정 규모 이상의 모든 정신병원, 정신보건센터, 그리고 사회복귀시설에서 1명씩만 정신장애인을 직원으로 채용한다면 몇 개의 일자리가 생길까? 내 생각에 대번에 1천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것 같다.
나는 정신보건분야에서 당사자와 그 가족을 대폭 채용하는 혁신적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한 법과 정책 또는 지침을 제정하려는 운동이 필요하다. 만일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정신장애인 직업재활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것이다. 당사자와 그 가족들 중 100~200명만이라도 정신보건분야의 유급직원이 될 수 있다면, 그들의 단체가 결성될 거고, 그 단체가 또 다른 일들을 추진해 나가리라 생각된다.
첫댓글 "잡초인생" 249-251쪽 내용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정신보건 분야에서 꼭 일하겠어요!
예... 좋은 뜻입니다.
@촛불 촛불님. 그런데 ' 예... ' 하실때 ( 이 점세개의 의미가 뭘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불가능하다는 의미처럼 느껴져서요..ㅜ 실제로 저는 그 분야에서 일해보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구요 ㅠ)
@생산적인 우울증 그런가요? 그런 뜻은 아닌데요. 정신보건 분야에서 일하시겠다는 뜻을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촛불 빵끗~ ^^*
음...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지당한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