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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난니 모레티 분)와 그의 아내 파올라(로라 모란테 분)는 아들 안드레와 딸 이레네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산다. 온화하고 침착한 정신상담의인 조반니는 강박증 환자부터 성도착증환자, 대인관계 기피증 환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고통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출판일을 하는 아내는 남편과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본다. 내성적인 아들과 농구선수인 딸은 서로를 신뢰하며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환자에게서 급한 연락을 받은 '조반니'는 아들과의 조깅 약속을 뒤로 하고 환자를 찾아간다. 그 사이 친구들과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간 아들은 목숨을 잃게 되고...
아들의 죽음 이후, 평화로운 가정은 순식간에 균형을 잃고 만다. 정신상담의 조반니는 아들과의 조깅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자신의 괴로움에 못이겨 환자들의 고통을 돌볼 여유가 없다. 사랑스런 어머니 파올라는 안정감을 잃고,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운동을 좋아하던 딸은 점점 난폭해 지고, 경기장에서 퇴장을 당한다. 함께 옷을 사러 나간 순간에도, 지치도록 조깅을 하는 순간에도,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순간에도 이들은 좀처럼 전과 같이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수 없는데.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되었을 잠시 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잊고 있었습니다.
흔히 그렇듯이 대중성과 작품성 중 대중성을 갖추지 못한 작품은 극장에서 늦게까지 저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얼마 전 하지현 씨의 '관계의 재구성' 속에서 이 작품이 다시 언급된 것을 읽으면서 아차 싶었습니다. 나는 왜 이런 작품을 놓치고 흘려버렸을꼬... 그래서 부랴부랴 인터넷에서 중고비디오 목록을 뒤져 구했습니다. 이마저도 이제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더랬습니다. 동네 비디오방에서는 이제 이런 작품은 잘 갖추고 있지 않아서 보려면 이렇게 구입하는 수 밖에 없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에 비디오로 출시되었습니다.)
10대에는 '죽음'에 대해 그 철학적 의미나 또는 깊이에 대해 거의 아무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가 오랜기간 투병생활을 하시다가 돌아가셨을때, 사실 그 느낌자체를 체화해서 깊이 느꼈던 기억은 없고, 그 복잡한 장례절차 (12월 추운 겨울이었는데, 저희는 3일장 기간 내내 마당이 있는 할머니 댁에서 시간 맞춰 곡을 하면서 3일을 보냈습니다.)와 편히 잘 수도, 잘 씻을 수도 없는 불편함 정도와, 편찮으신 할아버지께 잘하지 못했던 점을 후회했던 정도의 인상만이 남았던 것 같아요.
20대에 들어서니 '죽음'과 '상실' 과 '부재'라는 것이 좀 묵직한 무게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듯 싶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 무게감을 온전히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까마득히 먼 수준에 있고, 대신에 어쩐지 그 여운이 항상 길게 길게 남는 정도까지는 변화가 있는 것 같네요.
그래서 어떤 영화이든지, 그 안에 '상실' 혹은 '부재'의 내용이 등장하는 경우 그 여운이 며칠씩 마음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자식의 죽음앞에 흔들리는 부모의 모습'이라는 모티브에서 '내 어머니의 모든 것'과 겹쳐집니다. 다만 '내 어머니의 모든 것'에서는 슬픔을 혼자서 묵묵히 이겨내는 '강한 어머니'의 모습이 그 주된 대상이고
이 영화속 주인공은 아버지이지만,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슬픔을 겪고 있는지 카메라를 비교적 골고루 비추고 있다는 차이가 있지요.
영화의 핵심은 '삶과 죽음에 대한 관조'에 있어요. 네티즌 평을 찾아보니 베스트 극장 수준에 그친다라거나 너무 잔잔하고 깊은 감동이 없어 어째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내용의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만, (역시 대중성은 떨어졌는가 봅니다)
이 영화의 제일 큰 미덕은 '영화이지만 영화 같지 않고 마치 한 가족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서 찍은 다큐멘터리'같은 자연스러움에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그 세밀하고 촘촘한 감정의 흐름에 대한 포착이라고나 할까요.
얼마전 사진을 배우는 데서 여담으로 주워들은 내용중에, 상품광고등의 사진을 찍을 때 사진의 완성도를 판가름내는 조건중에 한가지가 '인공 빛'을 쓰면서 얼마나 그게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느냐'라고 하는데, 이 영화의 자연스러움도 그런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죽음이라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므로 가장 보편적인 주제임과 동시에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는 아주 극명한 차이가 있으므로
딱 중간 정도에 있는 아주 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주인공이 평범한 삶속에서 죽음을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우리의 삶과 죽음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해주는 거지요.
요란스럽지도, 너무 엄숙하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모습으로.
한편으로는 너무도 안정적인 인생에서 또 반복되는 일상과 직업에서 중년의 권태를 느끼던 주인공이 그 혼란속에서 좀 더 인간적인 면모를 갖추는 부분도 눈에 띄기에, '고통이 한 인생을 성숙시킨다'는 보편적인 사실도 언뜻언뜻 비추고 있는 듯 했습니다.
영화의 주제인 죽음의 이해 말고도 제눈에는
'온화한 아버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평온하고 안정적인 가족의 분위기가 눈에 확 들어오더라구요.
물론 내성적이고 자기 얘기를 잘 하지 않는 아들과, 이런 아들을 좀 못미더워하고 답답해하는 아버지의 시각도 있었지만,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여가를 보내고, 아들과 함께 조깅을 하고, 딸애를 가운데에 두고 엄마와 아빠가 나란히 앉아 숙제를 도와주는 정말 자상하고 이상적인 아버지, 부모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이 가정속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권위는 '명령'을 내리는 모습과 '근엄'한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함께 보내는 데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권위라는 것이 저는 정말이지 부러웠습니다. 저런 가족이야말로 '홈 스위트 홈'의 모델이 되겠구나... 하구요.
(한국적 가부장제의 모델에 대해 아직 상당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봅니다. 제가.)
그리고 부인과, 자녀들과 대화가 없는 아버지상이 저는 무척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대화가 오가는 집안 분위기가 너무 부러울 수 밖에 없었죠.
대작 영화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지만,
일상을 포착해내어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생각하게 하는
이런 작지만 울림이 큰 영화도 충분히 멋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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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땅위에서 시작과 끝이 함께 어울려 있군요...떠나는 사람 곁에서 떠나지 못한 아직 까지는 그의 추모에 그들의 아픔속에서 또다른 세상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어지는 군요.......꾸벅 감사히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