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산막이길로 1... (오창을 지나며)
충청북도 괴산(槐山)군... '괴(槐)'는 느티나무를 뜻하면서 수중지왕(樹中之王)이라 한다. 그래서 왕조시대에는 궁궐을 괴신(槐宸), 3정승의 지위를 괴정(槐鼎), 3정승의 자리를 괴위(槐位), 의정부(議政府)를 괴부(槐府), 나라의 외교문서를 맡아보던 승문원(承文院)을 괴원(槐院)이라고 한다. 느티나무의 억센 줄기는 강인한 의지를, 고루 퍼진 가지는 조화된 질서를, 단정한 잎은 예(禮)의 상징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곳을 槐山으로 명명(命名)한 것은 빼어난 산수 절경과 단아한 지역민의 인품 때문이다. 그중에서 산막이 옛길이 있다.
괴산호를 따라 4km의 산길을 천혜의 자연 그대로 복원한 산막이 옛길... 흔적(痕迹)처럼 남아있는 옛길에 덧그림을 그려낸 산책로다. 나무 데크 길을 따라 테마가 있는 30개의 스토리텔링을 담아 볼거리를 만든 옛길이다. 구간 대부분을 나무받침(데크)으로 만든 친환경 공법으로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였다. 그래서 살아있는 자연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막이 옛길을 따라 펼쳐지는 산과 물, 숲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은 괴산의 백미(百媚)로 꼽힌다. 이 산막이 길을 10월 5일 한화투어 산악회를 따라 떠났다.
'이야기 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스토리(story) + 텔링(telling)'의 합성어다. 즉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다. 곳곳에 붙여진 안내문과 시화(詩畵)가 이를 재미있게 설하고 있다. 말은 마음의 그림이란다. 그래서 지니고 있으면 있을수록 생각을 나타내는 말은 단순해진단다. 한편 입이 하나인데 귀가 둘인 이유는 두 배로 경청하라는 뜻이다. 또 똑바로 보고, 듣고 냄새를 잘 맡으라 해서 눈, 귀, 코는 두 개이지만 결론은 하나로 내리라는 뜻에서 입은 하나다.
대전을 떠난 여행길... 오창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였다. 원두막 옆에 있는 굴렁쇠 민속놀이 체험공원이 있다. 88 올림픽 때 어린이가 등장하여 세계에 환호를 질렀던 굴렁쇠 민속놀이... 그 유래는 나무로 만든 술통을 뉘어 굴리며 놀던 데서 유래하였단다. 가는 철사를 둥글게 말아서 붙인 굴렁쇠를 끝이 ‘ㄷ'자나 ’Y'자 모양의 긴 막대기의 홈에 대고 굴렁쇠가 넘어지지 않게 굴리면서 도는 놀이다. 이 놀이는 평형감각 발달에 도움을 준다. 증평IC를 나와 괴산읍으로... 증평IC는 청원군 오창읍이고 나오자마자 좌측 다리를 건너면 진천군 초평면... 그 다음에 증평군이 연결된다.
괴산 산막이길로 2... (괴산을 지나며)
자연과 공존하는 아름다운 증평... 1읍(邑) 1면(面)으로 전국 최소(最小)의 기초단체다. 한 다리 건너에 있는 증평 IC... 행정구역을 착각할 수 있다. 우측으로 증평읍을 바라보며 달리는 510번... 좌측인 초평면 옹기리에 금성대군(錦城大君) 사우(祠宇)가 있다. 세종대왕의 비(妃)인 소헌왕후 심씨(沈氏) 소생의 8명의 대군 가운데 6번째 왕자인 금성대군... 수양대군이 단종을 폐위하고 세조가 된 후, 단종이 금성대군의 집에 있었던 적이 있다 하여 금성대군을 이곳에 유배하였다. 그는 노산군(魯山君)의 복위를 꾀하다가 사사(賜死)되었다.
여행길은 화성교차로에서 34번 국도와 연결되면서 바로 괴산군 사리면에 진입한다. 오른편에 청안면이다. 청안초등학교 안에 있는 은행나무, 동헌(東軒), 사마소(司馬所), 향교(鄕校), 함이재 등 문화재가 있다. 극작가 한운사 선생도 이곳 출신이다. 유평터널을 지나니 괴산읍이다. 동부리에는 괴산군민이 한 번에 밥을 지어 먹을 수 있 가마솥이 있다. 그 옆에는 임꺽정의 저자인 홍명희 생가... 홍명희는 한일 병탄(倂呑)을 당해 울분으로 자결(自決)한 금산군수 홍범식의 아들이다. 그는 월북하여 6.25 당시 부수상을 지낸 공산주의자다.
역사는 그가 공산주의자로 매도(罵倒)되어 남한에서는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였다. 하지만 최근 그의 문학적 가치를 인정, 고산정 제월대 안에 문학비를 세웠다. 최근 붉어진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이는 정권이 바뀌어도 통일된 교과서가 되어야 한다. 당연히 검인정이 되어야할 역사 교과서는 일부에서 좌편향적인 교과서가 발행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당시 교육부의 편수 작업에 참여한 학자들의 실수로 인정하여야 한다. 한편 개천절 등 법정 공휴일... 쉬는 날로 변하지 말고 계기교육을 필히 시켜야 한다.
달천강을 건너니 칠성면(七星面)... 먼 옛날 하늘나라의 일곱 신선이 죄를 짓고 바위로 변해 땅에 떨어졌단다. 시간이 흐른 후 하늘나라의 대왕은 이곳저곳의 땅에서 외롭게 지내는 그들을 측은히 여겨 모여 살도록 허락했다. 그곳이 바로 일곱 소나무와 칠성바위를 뜻하는 칠송암(七松岩)에서 유래하였단다. 이곳의 김기응 가옥... 문화재로 1800년대 지어졌다. 산자수려(山紫秀麗)한 칠성면에는 올갱이식당이 많다. 맑은 물에서 서식하는 올갱이는 다슬기의 방언(方言)으로 된장, 부추, 아욱 등을 넣고 끓인 음식이다. 맛이 칼칼하고 숙취(宿醉), 신경통, 간 기능 장애에 효능이 있다. 산막이 주차장에 도착한다.
괴산 산막이길로 3... (산막이에 도착하며)
주차장을 지나니 꽃으로 만들어진 ‘2015 괴산 세계 유기농 산업 엑스포’ 환영 모형물이 있다. 이제 ‘사계절이 아름다운 산막에 옛길’이 시작된다. 곳곳에 모형물이 많다. 안전 지킴이 포돌이와 포순이 조각품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4대 사회악이 없는 안전하고 살기 좋은 괴산의 지킴이다. 조금 지나니 왼편으로 고인돌 공원과 함께 연리지(連理枝) 나무가 있다 고인돌 형태의 바위들과 돌무지와 큰 뽕나무와 밤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옛날 사오랑 서당이 여름철 무더위 때 야외 학습장으로 이용하였던 곳이란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서 결이 서로 통(通)한다는 連理枝... 화목(和睦)한 부부(夫婦) 또는 남녀(男女) 사이를 비유(比喩)하여 이르는 말이다. 당나라의 시인 백낙천(白樂天)은 唐 현종(玄宗)과 양귀비(楊貴妃)의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長恨歌)’에서 양귀비의 맹세로 ‘하늘에 있어서는 원컨대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원컨대 연리지가 되기를(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鳥 連理枝)’이라고 노래하였다. 連理枝 나무는 청도군 운문면의 소나무, 보령시 외연도의 동백나무가 유명한데 괴산군 송면의 소나무는 죽기도 하였다.
고인돌 공원을 지나니 왼편으로 소나무 출렁다리와 망세루(忘世樓)가 있다. 남매바위라 불리는 바위 위에 정자를 만들어 비학봉, 군자산, 옥녀봉, 아가봉과 좌우로 펼쳐진 괴산호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정자다. 세상의 모든 시름이 잊으면서 자연과 함께 평안함을 느낄 수 있는 뜻이란다. 또한 그 옆의 연화담(蓮花潭)은 옛날 벼를 심어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의존하여 벼를 재배하던 곳에 연못을 만들고 연꽃을 심어 부르고 있다. 더 지나면 정사목(情事木)...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 소나무는 천년에 한 번 10억 주에 하나 정도 나올 수 있는 음양수(陰陽樹)다.
나무를 보면서 남녀가 함께 기원하면 옥동자를 잉태한다고 한다. 등잔봉으로 오르는 입구인 노루샘 옆에 쉼터 ... 소원을 비는 각양각색의 리본이 수없이 걸려 있다. 저마다의 소원... 더 지나면 호랑이 굴... 이 동굴은 바닥은 흙, 위는 자연 암석으로 되어 있으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여 1968년까지 호랑이가 살았다고 안내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호랑이는 1925년에 자취를 감추고 이제 시베리아산 호랑이로 복원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하늘을 오를 것 같은 매의 머리 형상을 하고 있는 매바위를 지난다.
괴산 산막이길로 4... (산막이 마을에서)
이어 산막이를 오고 가던 사람들이 여름철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인 여우비와 한낮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쉬어가던 여우비 바위 굴, 이집트 스핑크스를 닮은 스핑크스 바위, 아름다운 여인이 옷을 벗고 엉덩이를 보이며 무릎을 꼬고 앉아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옷 벗은 미녀 참나무를 지나니 앉은뱅이 약수다. 조롱박으로 한 잔 마시니 갈증 해소에 충분하다. 목이 말라 지친 길손에게 단비를 주는 느낌이다. 이런 약수는 기사회생(起死回生) 활명수(活命水)다. 하지만 소나무에 드릴로 뚫어 물이 나오는 모습이 안쓰럽다.
가는 곳곳에 시화전(詩畵展)... 이곳을 다녀간 묵객(墨客)들이 각자의 생각을 그렸을 것이다. 더 지나면 얼음 바람골... 골짜기 안의 바람이 이곳을 걷는 사람의 담(膽)을 시원하게 씻어주고 있다. 한 여름에 온다면 한기(寒氣)를 느낄 정도로 서늘하게 느낄 것이다. 괴산호가 한 눈에 바라보이는 호수 전망대, 바위 모습이 ‘뫼 산’자 모습이라 괴산바위라 하는데 암벽을 자세히 보면 자연이 만든 해독할 수 없는 상형문자가 신기롭게 양각되어 있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진 망루인 고공전망대... 청산 속 공중에 떠 있는 기분을 만끽하게 한다. 연인끼리 잠깐 쉬어서 괴산호를 바라보면서 사랑을 확인하는 전망대다.
데크 구간에 가장 높은 40계단으로 마흔고개... 이곳을 오르면서 주변 경관을 보면 아래로는 호수요, 위쪽에는 바위 절경이 운치를 더해준다. 더 지나면 진달래동산이 있다. 소나무 숲 아래에 군락하고 있는 진달래... 꽃이 피는 봄에는 온 산을 붉게 물들게 할 것이다. 오늘 산막이 마을에 도착하기 직전 떡메체기 체험장... 허기와 더위를 식혀주는 몫이 좋은 장소다. 더위를 식혀주는 식혜와 인절미를 먹다가 틀이가 빠지면 어떻게 할까? 산막이 마을에 도착한다. 이곳의 노수신 적소(盧守愼謫所)... 을사사화로 유배되어 거처하던 곳이다.
선착장에 도착한다. 많은 사람이 도선(渡船)을 기다리고 있는데 승선(乘船)인원이 11명인 나룻배다. 다행히 70명이 탈 수 있는 선박이 도착하여 한 번에 모두 탔다. 다음에 올 때는 먼저 배를 타야 할 것 같다. 선박을 타고 오는데 호수 건너에 있는 환벽정(環碧亭)... 청운 조용헌 선생이 이곳 연천대(鳶天臺)에 올라 주위의 절경에 감탄하고 정자를 지었다고 한다. 10여 분만에 선착장에 도착한다. 산막이 원조 두부마을(834-3223)에서 올갱이 탕으로 점심을 해결하면서 여행을 마친다. 고맙습니다.
연리지
고인돌공원
괴산호
첫댓글 감상잘~하고 갑니다.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