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는 마오샤오핑 루트입니다.
3화까지는 공통 루트로 동일합니다만, 4화에서 루트가 갈리는 것입니다.
1화에서 C. 학교를 쥐고 뒤흔들 엄청난 물건일 것이다 를 선택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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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 단발, 하늘색 머리띠. 흰색과 하늘색이 적절히 섞인 원피스. 우리가 잘 아는 인물이다.
"도로시...."
도서관에 있어야 할 도로시가 왜 이런 정체불명의 에피소드에 있는 걸까?
아니, 불가능한 경우는 아니다.
2학년 에피소드 '유령사건' 땐 학교에 나타난 적도 있으니까.
도로시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무언가 중얼중얼거리는데, 우리가 있는 걸 모르는지 목소리를 크게 한 탓에, 그녀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아휴, 도서관 지하에 잡초들을 죄다 갖다 놓으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독서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나랑 내 아이들이 풀이나 뽑으러 다녀야 되냐고! 그리고 중앙에 그 거대한 쓰레기는 뭐람? 큰 계란같이 생겨갖곤, 먹을 수도 없잖아! 아휴, 짜증나!!"
도로시는 심통이 난 듯 볼을 부풀리며 씩씩거렸다.
도로시의 저런 모습, 꽤나 여성스럽고 귀여운데??
아니아니지. 사사로운 잡생각은 금물이다.
우리는 도로시가 말한 단어들을 생각해봤다.
'잡초' '큰 계란을 연상시키는 중앙에 위치한 정체불명의 쓰레기' .
하나같이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아는 근사값 내에서 생각해보면, 잡초는 아무래도 보로우스 같았다.
예전에 온실에 조니가 보로우스를 '잡초가 아니냐' 라고 말 한번 잘못했다가 마오샤오핑 선생님에게 '보로우스는 잡초가 아니라 유익한 식물이며 %#$%#%$~' 하며 긴 특강을 들어야만 했던 일화가 생각났다.
'거대한 쓰레기' 는 무얼 의미하는 건지 모르겠다. 알 같은 거라...
마오샤오핑 하면 연관검색어가 '보로우스' 이니 만큼, 뭔가가 의미가 담긴 걸지도 모른다.
혹시 그 거대한 것이 내가 생각하는 '그것' 은 아니겠지??
"어이 단도. 혹시 '거대한 쓰레기' 가 그걸 의미하는 건 아니겠지?"
"솔직히, 나도 그거 생각했어. 근데 그놈은 죽었잖아. 3학년 때 우리가 밟아 주었다고. 유즈도 소월에서 와서 도와줬잖아. 그 답례로 우리도 메가데스를 밟아주었고."
"일단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
우리끼리 작은 말로 소통해봐도, 별다른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일단은 상황을 좀더 지켜보는 것이 낫겠다.
도로시가 저 멀리서 무언가를 지시하자, 보보켄 하나가 두루마리 종이를 가져오더니 그녀에게 건넸다.
도로시는 내용물을 펼쳐보더니, 문서를 준 보보켄에게 말했다.
"앞장 서."
보보켄이 앞장서고, 도로시가 그 뒤를 따라간다.
"그런 불량스런 잡초, 내가 태워버릴 거야."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우리들은 서로 의논했다.
"저 문서가 뭐였을까?"
"우선 잡초는 보로우스일 것 같단 말이지."
"미행해볼까?"
우리는 도로시의 뒤를 몰래 밟아보기로 했다.
얼마쯤 걸었을까, 도로시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찾았다..."
그것은 거대한 알 같았다.
확실히, 저것은 먹을 수 없겠군.
에스티바의 지하에 이런 거대한 알이 있다니, 미처 몰랐다.
이건 꽤나 학교 안전에 위협되는 일이다.
"단도. 저건 네 왕프라이팬으로도 못 조리해 먹겠네."
곽이 농을 했다.
"저거, 알이 아닌 것 같은데??"
"풀 쌓아 놓은 거 아니야? 알 춥지 말라고 어미새가 물어 놓은 것처럼 말이야."
"내가 보기엔 아닌 것 같아. 덩굴에, 큰 잎에, 저건 내가 보기에는...."
"야, 저거 봐!! 도로시가 뭔가 한다!"
유즈와 슈리의 이야기는 곽에 의해 잠시 중단되었다. 도로시가 성냥을 꺼내 켜고 불을 피웠다.
"불을 지르려나 봐."
"저게 뭔진 모르겠지만, 이대로 구경만 할 수야 없지."
숨어서 보고 있던 우리들은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고, 도로시도 우리의 모습을 보았다.
"뭐야?! 너희들 여기는 어떻게 온거야?!"
어떻게 오긴....미행이지....
하지만 도로시 앞에서의 쓸데없는 말은 삼간다.
"우릴 방해하러 왔구나!!"
"네 뒤에 있는 게 뭐지? 넌 무엇을 알고 있는거야? 그 알은 대체 뭐야?"
우리들 중에 가장 고학년인 단도가 나지막하게 물었지만, 도로시는 그 말을 무시했다.
"내가 뭘 하든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선 도로시는 그 거대한 물체에 불붙은 성냥을 던졌다. 불은 금새 붙더니 작은 불씨를 낸다.
우리가 다가가자, 보보켄들 다수가 도로시 엄호를 위해 막아선다.
그러나 그때, 우리도 도로시도, 상대를 얕잡아 보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쓰레기니, 잡초니 하며 무시했던 큰 물체의 존재를.
(부오오오!!!)
갑자기 지하에 엄청난 괴음이 울려퍼졌다. 절~대 사람의 소리가 아닌, 소름끼치는 고음의 괴성.그 괴성에 우리들도, 도로시도, 보보켄들도 귀를 막았다.
굉음에 뒤를 돌아본 도로시의 안면이 창백히 변했다. 그녀 위로 거대한 덩굴 하나가 떨어지고 있었다.
"아가씨!!!"
보보켄들의 금속성 외침이 울려퍼졌다.
'나는 이제 죽는구나'
그렇게 생각한 도로시였으나, 보보켄들이 도로시를 밀치고서 대신 덩굴에 깔렸다. 밀쳐지는 자신의 몸을 느끼며, 도로시의 데이터는 거기서 끊겼다.
"도로시를 보보켄들이 구하고 대신 깔렸어..."
유즈가 중얼거렸다. 그랬다.
도로시에게로 향하는 거대 덩굴을 보보켄들이 밀쳐서 도로시는 목숨을 건졌지만, 보보켄들 자신은 덩굴을 피하지 못하고 깔려 납작해져버린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괴성은 계속되었다.
거대한 잎사귀가 새의 날개처럼 펄럭퍽럭하고, 주변에는 덩굴들이 가득히 돋아나며, 식인수의 입과 같은 얼굴이 드러났다.
"이럴 수가...."
곽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쳐다본다.
"진짜로 알이 아니었네...."
"그래도 그렇지... 이건 말도 안돼...."
"믿을 수 없어.... 분명히 죽었었다고!!"
나를 포함한 모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그레이트 보로우스가 한 마리가 더 있었다니!!!"
그랬다.
지하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은 알 따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또 한 마리의 거대 그레이트 보로우스.
온실 때 나타났던 그레이트 보로우스와는 색이 다른 어두운 색. 아마 지하이다보니 햇빛을 제대로 못 받아서 그런 것 일지도 모르지만,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협이 된다.
적어도 이쪽 그레이트 보로우스가 더 위협적이고, 더 공격적 파괴적인 성향을 지닌 것 같다.온실에서 본 그레이트 보로우스는 날개도 없었고, 이빨도 저리 뾰족뾰족 길지도 않았다.
이쯤 되면 그저 무시무시한 생물 병기다.
"나는 왠만하면 개입안하려고 했거든. 그런데 도로시가 이대로 죽어버리면 왠지 허탈할 것 같단 말이지. 적이긴 해도 정이 많이 들었단 말이지."
단도가 왕 프라이팬을 고쳐들고 싸울 태세를 취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몸좀 풀까."
유즈가 작은 해머를, 곽이 흡혈귀의 트렁크를, 슈리가 배틀클로를 들었다. 맘에는 안들지만, 이번엔 난 서폿밖에 해 줄 수 없겠군. 탐탐 머플러를 목에 감아든다.
"할 수밖에 없나.... 그때는 3학년이고 파워도 낮은 상태였어...
학년도 오르고 파워업도 대폭 상승한 상태인 지금과는 다르지..."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서, 전투 개시.
덩굴들이 쉴새없이 떨어지고, 나뭇잎들이 부메랑처럼 날아든다.
뮤라를 쉴새없이 발동시키며, 부메랑처럼 날아드는 나뭇잎을 쳐서 떨어뜨린다.
그러나 거대한 덩굴에는 닿자마자 음표가 깨져버리므로, 흠집도 안나서 몸을 굴려서 피한다.
덩굴들을 피하면 나뭇잎이 날아들고, 나뭇잎에 신경쓰자니 덩굴들이 다시 우리를 훼방놓고.
실제 게임과는 다르게, 현실이 되니 근접에 다가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무기를 바꿔!! 우선 저 덩굴부터 자르자!!"
내가 외치자, 모두들 무기를 교체했다.
먼저 5학년의 단도는 5-2 글러브 바이팅 기어. 괴물의 얼굴을 한 글러브인데, 무시무시한 이빨이 달려 있어서 잡고 뜯는 데에 효과가 있다. 곽은 툴툴대다가 선더세이버를 들었다.
오컬트 계열의 무기를 대체적으로 선호하던 그는 뮤라나 스피릿 위주로 사용하다가, 덩굴을 자르기 위해 날붙이를 선택하라 하니 심통이 난 모양이었다. 블레이드가 글러브에는 그가 원하는 스타일의 무기인 오컬트계나 괴기스런 무기가 없기도 하고.
애초에 4학년 근접 무기에서 오컬트를 바라는 것이 무리다. 선더세이버를 보니 아까 삽질했던 게 떠오르지만, 여기는 물이 없으니 감전사는 면할 수 있겠다.
유즈가 꺼내든 것은 4학년 브링거. 낫처럼 갈고리 모양으로 휜 것이 인상적이다.
나는 날붙이 시위드가 터져버렸기 때문에, 할수없이 3학년 무기 카타나로 다시 다운그레이드다.
내 카타나가 덩굴을 잘라낸다. 그런데 이변이 생겼다.
자른 덩굴에서 새로운 덩굴이 자란 것이다. 마치 아메바다 둘로 쪼개지듯.
"이거, 잘라도 계속 자라나!!"
이대로 가면 끝도 없이 자라나겠지.
그리스 신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헤라클레스가 괴물 히드라와 싸울 때, 머리를 잘라도 자꾸 자라나니까 자른 직후 그 부위에 불을 붙였더니 머리가 자라나지 않아서 히드라를 해치웠다는 일화.그러나 우리중에 불을 가진 사람은 없다.
피닉스 너클을 가진 사람은 슈리 혼자라서.전투 중 별플러스를 들어가서 피닉스 너클을 빼올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성냥 찾기.
여기 어딘가에 도로시가 썼던 성냥과 그 성냥갑이 아직 남아있을 지 모른다. 그것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 성냥은 아직 남아있었고, 나는 그 성냥을 손에 쥐었다. 나는 그것을 곽에게 던졌다.
"곽!! 자른 후에 쫒아다니면서 불붙여!!"
곽은 성냥을 받아들고서 불을 켜더니, 멤버들을 따라다니면서 덩굴을 벤 자리마다 불을 붙였다.그레이트 보로우스가 거대한 잎사귀로 끄려고 하면 그 잎사귀조차도 베어버렸다.
작은 잎사귀 부메랑은 내가 무기를 뮤라로 다시 바꾸어서 쳐냈다. 화가 난 보로우스가 천정의 샹들리에를 덩굴로 휘감아 뜯어내 던져대는 통에, 우리는 그것도 피해야만 했다.
"저 녀석,화가 많이 났나봐!"
불을 미처 끄지 못한 덩굴을, 스스로 잘라내며 위협 요소를 없애버린다.
불이 붙은 덩굴들은 잘려서, 이윽고 금새 타버려 소멸했다. 그러나, 그레이트 보로우스의 덩굴 줄기가 한 두 개도 아니고, 보스급인지라 덩굴 몇몇개 잘린 거로는 택도 없었다. 금새 자라나기도 하고.
그레이트 보로우스가 입을 지켜들고 입에서 맹독 가스를 뿜어냈다.
"콜록!! 콜록!!!"
여기저기서 기침이 끊이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고.
비록 직빵으로 맞은 것은 아니지만, 여긴 온실이 아니라 지하다. 통풍시설이 있을리가 만무, 지하라 더 빨리 퍼진다. 시간을 오래 끌면 우리가 불리하다. 실내에서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니까.
정신이 혼미해져간다. 하지만,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다.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데, 뭔가 반짝거리는 게 눈에 띄었다.
"저게 뭐지??"
그것은 무슨 조각 같았는데, 그레이트 보로우스가 배로 그것을 품고 있었다.
마치 어미새가 알을 부화시키는 듯한 모습. 저게 뭔지는 모르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그레이트 보로우스는 저 조각을 지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엄호해줘."
나는 이렇게 말하고서, 조각을 향해 돌진했다.
나에게로 향하는 덩굴들은 유즈의 브링거와 단도의 바이팅이 걷어낸다.
하지만 이번에는 잘린 덩굴들에 불을 붙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맹독 가스가 퍼져 있을때 불을 잘못 다뤘다가 더 큰 화재나 폭발이 날 수 있으니까. 만약 재수가 없어서 폭발하면 나는 그날로 바이바이.
아니 솔직히 말해서, 가스를 향해 뛰어가는 것 자체부터 자살행위다.방독면이나 가스마스크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깟 조각이 뭐라고 뛰어든단 말인가.
나는 조각이 있는 곳까지 다다랐고, 양손을 뻗어 조각을 쥐고 잡아당긴다. 안빠진다.
주먹으로 때려본들 내 손만 아프고 효과도 없다.
"쿨럭!!!"
기침과 함게 무언가 액체가 입에서 나온다. 피다. 꽤나 검붉네.
이거 위험한데. 독이 많이 스며든 건지도 모른다. 의식을 잃기 전에 빨리 꺼내야 할텐데...
어느새 성냥은 저멀리 버려버리고 지원을 온 곽이 자신의 선더세이버를 그레이트 보로우스의 배 사이에 넣고 손잡이를 발로 힘껏 밟았다. 지렛대 역할을 하려는 것 같다. 그 지렛대의 원리의 역할로 약간의 틈이 생겼고, 나는 손을 뻗어 조각을 꺼냈다.
"어서 빠져나가자, 순신!"
"네 선더세이버는??"
"그딴 건 다시 사면 돼!!"
곽과 나는 조각을 쥐고 그자리를 벗어났다.
지렛대 역할을 하던 곽의 선더세이버는, 거대한 보로우스의 배눌림을 버텨내기엔 너무나도 미약했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칼날이 박살나버려 찌부되어 하나의 고철로 전락하고 말았다.
"5학년돼서 더 좋은 오컬트 무기 사면 돼. 칼따윈 나에겐 안맞아. 오히려 루시펠 보이스랑 블러드 발키리 날개가 오싹해서 더 맘에 든다구."
곽은 박살나버린 선더세이버에는 눈길도 전혀 주지 않았다.
"둘다 이쪽으로 와!!"
슈리는 어느새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팔랑팔랑한 피닉스 너클로 무기를 대체해 있었다.
화속성 무기가 없는 우리는 아쉬운대로 샐러맨더라도 들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레이트 보로우스가 또다시 맹독가스를 내뿜기 위하여 입에 가스를 머금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번 당한 기술에 또 당해줄 만큼 우리에게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다.
입 틈새의 맹독을 향해 불화살을 날린다. 이른바 불사조 모양으로 화살처럼 날아간다고 해서 붙여진 스킬인 피닉스 스트라이크.
슈리가 쏜 피닉스 애로우가 보로우스의 입 속으로 정확히 골인, 불이 가스와 맞닿은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회심의 그 한 발이 그레이트 보로우스의 입 안에서 폭발한 것이다.
괴로운 듯한 소리를 지르는 그레이트 보로우스. 하지만 명색이 보스급 그레이트 라서 그런지, 한발로는 쓰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상관없다. 지금 맹독가스라면 이 지하에 차고도 넘치니까. 그리고 그 맹독가스는 이미 망토를 두른 것 마냥 그레이트 보로우스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상태다. 멍청이가 아닌 이상, 무조건 성공한다!!
"이거야 원, 5학년 되서 3학년 무기를 다시 꺼내들 줄은 몰랐군."
"동감이야. 딜 깍이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려오네. 진급에피였다면 B+은 진작에 물건너갔겠어."
단도와 유즈도 어느새 각각 피닉스와 헤븐리 피닉스로 교체한 상태다.
곽과 나는 뒤로 멀리 후퇴하고, 나머지 세 사람이 일제히 동시에 피닉스 스트라이크를 장전한다.
이미 독무처럼 넓게 퍼진 맹독가스. 연쇄 폭발을 노리며 세 발의 화살이 날아, 가스를 만나 반응한다.
가스와 반응한 불은 대폭팔을 일으키며 그레이트 보로우스를 화염 속으로 삼켜버린다. 여기저기에 불이 붙은 그 모습은, 마치 용암 속에서 기어나온 듯한 마그마괴물을 연상시킨다. 새로운 이름을 붙여준다면야....
'플레임 라바 그레이트 보로우스' 겠군.
"이틈에 우리는 피하자!!"
구경하고 있을 틈은 없다. 우리까지 통구이가 될 순 없으니까.
불똥 튀기 전에 벗어나는 게 상책이라 우리는 불타고 있는 보로우스를 버려두고 도망쳤다.
우리는 물이 흥건했던 수로, 즉 '비상구는 없다' 에피소드 때 신세를 졌던 수로까지 도망쳐왔다.
도착하자마자 모두들 지쳐서는 하나 둘 주저앉거나 물 없는 바닥 쪽으로 드러누웠다.
맹독 가스에 중독되어버린 호흡을 다시 가다듬는다. 삼각팩 우유를 빨대로 빨아 마시다가 구역질에 반도 못 마시고 집어던진다. 우선 해독이 필요하겠군. 3학년 뮤라 플루피를 꺼내 연주한다.
플루피의 두번째 기술인 플루피 모션. 즉 상태이상 회복 효과로 인해 파티의 독 상태이상이 회복된다.
한 숨 돌리고서 손에 쥔 조각을 바라본다.
"근데 그건 뭐였어? 손에 든 조각 말이야."
"글쎄. 생긴건 도자기 파편 같은데 빛이 난단 말이지. 보물인가?"
"용케 거기서 빠져나왔구나. 장하다."
어디선가 짝짝짝 하는 박수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모두들 경계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마오샤오핑. 그는 어느새 나타나서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마오샤오핑을 보고서 경계를 취한다.
방금전까지 우리는 거대한 그레이트 보로우스와 싸우고 까딱하면 삼도천을 건널 뻔한 순간을 겪었다. 겨우겨우 목숨을 건졌나 했더니 마오샤오핑이 나타나버리다니.
사실 마오샤오핑은 수상한 점이 많았다.
보로우스에 집착하는 것도 그렇고, 2학년 때부터 사건이 터졌다 하면 꼭 보로우스와 엮인다는 것. 보로우스 또는 하이보로우스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태반이다.
3학년 때도 그레이트 보로우스가 온실에 기어나오고, 지하에서는 보로우스를 수상재배하던 실험실이 발견되지 않았는가. 단순히 연구가 아니라 배양시설이 갖쳐져서 보로우스를 만든 건 마오샤오핑임이 밝혀졌고.
자신에게 칼날이 향해진 것을 본 마오샤오핑은 여전히 특유의 싱글거리는 얼굴로 양손을 가볍게 위로 올렸다.
"아아, 진정하렴. 난 너희들이 걱정돼서 온거란다. 나는 아무런 힘이 없어요. 내가 그레이트 보로우스를 때려잡을 수는 없잖니. 적이 아니야. 진정하고 무기는 내려놓고 이야기하자구나. 후후후."
생글거리는 미소는 여전하다. 수상한 약을 파는 악덕상인 같은 미소를 짓고 있어서 이 양반이 진심으로 이러는 건지, 수작인지 판독할 수는 없다.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선.
"여긴 왜 오신거죠?"
"이번엔 무슨 수작이지? 또 보로우스 시설이라도 만들어놓은 건가? 저 보로우스도 당신 짓이야?"
"이런~단도 군도 있었나...? 조금 곤란해졌군...하지만, 이번엔 단도군은 입을 닫아줬으면 좋겠구나... 비밀은 우리 둘만 알면 충분하잖니? 나는 순신 군에게 볼일이 있단다. 내 의뢰를 잊어버린 건 아니지?"
나는 기억해냈다. 마오샤오핑의 퀘스트를.
하지만 이것을 마오샤오핑에게 주면 안될 것 같았다.
우리 모두 다 마오샤오핑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니까.
특히 단도가 가장 적대감이 심했다.
그는 5학년이 되자마자 첫 에피소드를 하고 나서, 마오샤오핑에 대한 살인 충동까지 날 정도여서 우리가 말리느라 애를 먹었을 정도니까. 단도를 제외한 우리는 4학년이고, 또한 슈리는 소월이기도 해서 타학교라 에스티바에 대해선 자세히 몰랐기 때문에 마오샤오핑에 대한 정체를 정확히를 알 수는 없었지만.
"자, 그 조각을 나에게 주렴. 너희에겐 필요없는 물건이란다."
"거절한다. 순신. 주지마. 그는 스파이다."
"스파이라니?"
"저 양반. PTA(학부모연합) 사람이다. 우리의 학교생활을 망가뜨리려 하는 프락치다. 5학년이 되고 나서, 나는 저 자가 괴상한 오리(블러디 덕키)와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어."
"이런이런, 단도 군. 판단은 순신 군이 하는 거란다. 거짓 선동과 비방은 나쁜 거라고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니? 무엇보다 나는 선생님이고 연장자인데 반말이라니. 버릇이 매우 없구나. 불량학생의 표본이라니 선생님은 실망인걸."
"입 다물어. 지금이라도 당신을 죽여서 증거인멸시켜버려도 시원치 않으니까. 공인된 에피소드가 아닌 이런 비공개 정체불명에서 쥐도새도 모르게 당신을 없앤다 해도 걱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단도의 적개감이 매우 심했기에, 나는 인물들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고, 나머지 셋이 중재에 나섰다.
"진정해 단도. 그래도 선생님이잖아. 선생님도 괜히 자극하지 마세요."
"그래그래 단도. 지금은 일단 이곳을 벗어나고 나중에 따로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이런이런...어른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구나. 너희들이 고생이 많구나 미안하다."
나는 고민했다. 확실히 마오샤오핑 선생이 스파이이고, PTA 소속이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통보다.
그래서 그레이를 포함한 일부 학생들의 반감을 사는 것이라면 이해가 된다. 심지어 메이는 수상하기 짝이 없다고 노골적이지 않은가. 조니도 3학년 후반에는 점점 의심의 물결이 퍼지기도 했고.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내가 내린 결정은.................
<다음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