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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낮 산행의 무서움, 그래도 함께해 즐거웠던 (9구간)
1. 일자: 2016. 8. 6 (토)
2. 봉우리: 운악산(935m), 원통산(567m)
3. 행로/시간
[운악산 휴게소(08:20) -> 화현고개(08:45) -> 군부대(08:55) -> (묵은 헬기장) -> 안부 갈림(10:17, 운악산 2.04km) -> (철암재, 절고개 갈림) -> 남근석(11:31) -> 식사(11:46~12:16) -> 동봉(12:25~30) -> 서봉(12:38) -> (험로) -> 애기바위(12:50) -> (험로) -> (607봉) -> 구노채고개(15:40) -> 387지방도(16:00)]
4. 동행: 송암님, 산거북님, 다리님, 까막바위, 옥혜님, 명동. (윤고문님, 아카님)
< 한북정맥 9구간 산행을 준비하여 >
8구간을 다녀온 지 3주가 지났다.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 휴가 기간이라 더 그런가 보다. 지난 주 지리산 남부능선 종주를 다녀온 후유증으로 한동안 등산은 생각도 안 하고 지냈는데 목요일쯤 되자 스멀스멀 산병이 도진다. 아무래도 나는 다시 산에 가야겠다.
8월 초가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한동안 정겹게 들리던, 밤새 울어대는 매미 소리도, 이젠 지겹다. 휴가지만 길 나서면 고생이라는 생각에 가까운 곳을 다녀오며 평소 하고픈 소소한 일을 하며 지내다, 문득 지난 8구간에서 비를 흠뻑 맞으며 정맥을 걷던 시원한 기억이 되살아나 미소 짓는다. 폭염을 확 날릴 큰 비가 그립다. 정맥 길도 그립다.
핸드폰에 저장된 지도를 쳐다보며 인도어 클라이밍을 한다. 운악산을 지나는 험하나 풍광이 좋은 구간이다. 들머리는 지난 구간 지났던 화현고개로 시외버스를 내려 도로를 따라 약 1.5km를 돌아 와야 한다. 시작고도는 200m 정도로 악귀봉 갈림까지 비고 500m 정도를 치고 올라야 한다. 이후 철암재로 잠시 내려섰다 운악산 정상까지 다시 300m를 빡세게 올라야 한다. 운악산 정상까지 5.5km, 3시간이 오늘 산행에서 제일 힘든 구간이 될 듯하다. 이후 원통산까지는 암릉 위험구간을 지나는 대세 내리막이며 중간에 고개 두 개가 있다. 구노채고개에서 원통산으로 향하는 2번째 오르막 고갯길은 지친 발 길을 잡아 멜 것 같다. 거리는 6.3km, 3시간을 예상하는데 한 낮 더위가 변수다. 원통산에서 노채고개까지는 완만한 내리막1.2km로 30분이면 족하다. 순수 정맥은 10.7km, 들머리 화현고개 이동까지 고려하면 12.3km, 6시간이 조금 넘는 산행이 될 것 같다.
‘만만치 않으나 풍경이 좋아 많은 게 용서될 구간.’9구간 인도어 클라이밍을 1차로 마치고 드는 느낌이다. 휴가철이라 혹시나 하여 시외버스 표 예매 여부를 살피고, 노채고개에서 일동까지 이동할 택시 전화번호도 확보해 둔다.
< 희망사항 >
밴드 공지에“모두들 운악산 가보셨겠지만 이번은 정맥 따라 새로운 길 갑니다. 시간이 허락하고 참가자들이 희망하면 일동에서 목욕하고 갈비 먹고 오려 합니다.”라고 올린다. 내심 많은 참석자들을 예상했지만 날이 덥고 휴가철이라 그런지 목요일 오후까지 4명만이 참가를 알려온다.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의미 있는 정맥 길을 걷고 싶다.
이제껏 두 번 운악산을 올랐다. 봄과 겨울이었으며 두 번 모두 서봉엔 오르지 못하고 동봉만 다녀왔다. (정상 오름 길이 워낙 심해 힘에 겨워 그리 멀지 않은 봉우리건만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른 계절에 새로운 정상엘 가려 한다. 현등사 갈림에서 동봉까지만 경험한 길이며 나머지는 미답지다. 지난 두 번의 산행 못지 않은 감동을 느끼는 산행이 되리라 믿는다.
원통산을 내려서 노채고개에서 택시 타고 일동으로 이동해서 목욕하고 동지들과 이동갈비 구우며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최고의 피서 아니겠는가?
(여기까지는 산행을 준비하며 기록한 것이다. 실제 산행은 이와는 달랐다.)
< 9구간 산행지도 >
< 화현고개 가는 길에 >
금요일이 되자 윤고문님과, 다리님, 까막바위님이 참석을 알려온다. 같은 길을 가는 이가 많음은 힘이 나는 일이다.^^
휴가라 주중 내내 늦잠을 자다, 시외버스 티켓팅 때문에 일찍 일어난다. 기분이 꼭 출근하는 느낌이다. 모드가 바뀌니 마음이 급해진다. 좀체 안 하던 실수를 연거푸 하고서야 동서울터미날에 도착한다. 옥혜님을 만나 표를 사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반가운 얼굴들이 도착한다. 시외버스는 산악회 버스와 다르게 제법 여행의 설렘을 불러온다. 사창리행 버스는 만원이다. 조금 늦게 왔으면 표도 못 구했겠다.
전철이 동작대교와 잠실대교를 지나며 본 해는 낮게 깔려 있었는데, 이제 중천에 뜬 느낌이며 차창 밖에선 벌써 무더위가 느껴진다. 헐~~ 걱정이다.
8시 20분, 예정보다 20분 늦게 운악산 휴게소에 내렸다. 텅 빈 정거장에서 신발을 고쳐 멘다. 한산한 도로가 길게 이어진다. 자, 또 출발하자!
< 화현고개에서 운악산 >
8인의 288이 쭉 서서 도로를 따라 걷는다. 함께라서 든든하다. 응달이고 길도 좋고 아직은 덜 더워서 그런지 발걸음에 힘이 붙는다. 약 1.7km 거리를 20여분 만에 걸어 들머리에 도착한다. 공터에 웬 산악회 버스가 서 있다. 우리보다 먼저 출발한 정맥 팀이 있나 보다. 전용버스로 한북정맥 길을 이동하다니 누군지 몰라도 부럽다. 이 무더위에 새벽에 길을 나서면 그나마 할만할 테니 말이다.
화현고개부터 거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군부대 철조망이 나타나면서 잠시 순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또 치고 오른다. 길을 나서진 40분도 안 되었고, 그나마 절반은 도로였는데도 초반부터 힘에 겹다. 큰 펀치 한 방을 맞은 기분이다. 아카님이 여기까지만을 선언한다. 장염이라 하는데 성치 않은 몸으로 참석해 준 것 만으로도 고마웠다. 날머리에서 기다린단다. 역시‘의리파’다.
모두 힘겨워한다. 내가 특히 심하다. 컨디션은 괜찮은데 맥을 못 추겠다. 아침에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게 원인듯하다. 부산만 떨었지 정작 해야 할 중요란 건 놓쳐 버렸다. 연거푸 쉬어 간다. 물도 충분히 섭취하고 간식도 먹지만 체내 에너지로 바뀌려면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잠시 후 앞서 가던 윤고문님도 돌아간다 한다. 최근 몸이 안 좋으셔 더운 날씨에 무리 안 하는데 현명하다는 판단이다.
두 분이 내려가고 남은 자들은 속도를 줄여간다. 덕분에 몸 컨디션이 조금씩이나마 회복되는 듯하다. 그래도 ‘10분 걷다 5분 휴식’이 반복된다. 바람 한 점 없는 더위에 장사는 없었다. 중간에 묵은 헬기장을 지난 것 말고는 등로의 변화도 없었다. 내 힘겨워하는 표정에 다리님은 애 낳을 때 모습 같다 한다. 이 더운 날 산에 간다고 나선 자체가 비정상인지도 모르겠다. 화현고개에서 애기봉 갈림까지 2km, 비고 430미터가 오늘 산길 최대 고비라 여겼는데 역시 그랬다. 돌아와 사진으로 확인해 보니, 군부대에서 아기봉 갈림 전 680안부까지 약 1.5km 거리를 걷는 데만 1시간 20분이 걸렸으니 그 힘겨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안부 갈림이 아기봉 가는 갈림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그나마 잠시 길이 내려 앉는다. 그 짧은 평지가 힘이 돼 준다. 철암재는 어딘지고 모르게 지나쳤다. 지형이 특출 난 것도 아니고 갈림이 있는 것도 아니니 알 길이 없지 않은가? 이런 곳을 굳이 지도에 표시한 게 오히려 특이하다. 작은 오르내림이 있었던 곳인가 보다. 짐을 까막바위님에게 나누어 주고 다니 살 것 같다. 먹은 음식이 서서히 힘으로 변하는지 목까지 차오른 힘겨움은 사라졌다. 그래도 정상까지는 꽤 많이 치고 올라야 한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말들이 건내진다. 다리님은 오늘도 ‘음담패설’을 꺼낸다. 송암님은 주중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셔서 그런지 제일 잘 가신다. 여유가 좀 생기자 지난 주 다녀온 설악산과 지리산 이야길 한다. 내겐 지리 남부능선 종주가 무리였고 아직 다 회복되지 않은 듯하다.
정상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희망을 준다. 그래도 여전히 조금 걷다 쉬고 또 가기를 반복한다. 언제인지는 몰라도 절고개 갈림을 지났다. 여기부턴 길을 안다. 오름은 계속되겠지만 간간이 풍광 좋은 곳이 있고 확 트인 곳도 나와 바람도 불어 줄 것이다. 11시 30분, 남근바위 전망대에 당도했다. 풍경을 보고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잠시 쉬어간다. 예전에 없던 전망데크가 설치돼 있다. 부근이 험로라 기억되는데 그간 정비가 이루어졌나 보다. 멀리 두 개의 무엇을 닮은 기이한 바위가 숲 속에 생뚱맞게 서 있다. 이제 정상은 정말 멀지 않았다.
아까부터 배기 고프다고 옥혜님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나 역시 긴 휴식이 간절하다고 느끼는 순간, 널찍한 공터에 다리님이 배낭을 내려놓는다. 난 땅바닥에 주저앉는 것 만으로 부족해 아예 드러눕는다. 역대급으로 힘든 산행이다. 잠시 후 다리님이 가져 온 오징어 무침이 준비되고 옥혜님의 닭강정도 식탁에 오른다. 맛나다. 특히 오징어 초무침이 빵 부스러기 만으로 해결 안되던 잃었던 입맛을 찾아준다. 여유가 생기자 각자의 입에서 그간의 힘겨운 순간들을 돌아보는 말들이 쏟아진다. 두 분이 그나마 일찍 되돌아 가신 건 정말 현명한 판단이었다.
< 들머리 군부대에서 / 오징어 초무침 >
30분여의 식사는 여러모로 힘이 되었다. 굶주림에서 벗어났고 마음의 여유도 되찾았고 무엇보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을 되새겨 주었다. 동봉으로 향하는 길, 새로 놓인 계단 옆으로 평상까지 놓인 훌륭한 쉼터가 있다. 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2시 25분 어름, 운악산 정상 동봉에 올랐다. 정상 공터에는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 꽂힌다. 놀랍게도 한 켠에 아이스케키 장사가 빙과류와 막걸리를 팔고 있다. 메로나 하나씩을 베어 문다. 그 시원함은 돈의 가치를 넘어선다. 주인과 몇 마디 말을 나눈다. 그 역시 산을 잘 아는 이였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여러 컷의 사진을 찍었다.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에 먹은 음식 덕에, 그리고 메로나의 달콤함 시원함에 그간의 힘겨움은 모두 달아난다. 몸이 거의 정상으로 회복됨을 느낀다. 다행이고 함께하며 힘이 되어 준 여러분들에게 감사한다.
< 운악산 동봉에서 >
운악, 가평과 포천의 경계를 이루는 해발 935m 바위산으로 관악, 치악, 화악, 송악과 더불어 경기 5대 악산 중 하나다. 산의 동쪽 편에는 고찰인 현등사가 반대편에는 운주사가 자리잡고 있다. 곳곳에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풍부한 수량의 폭포, 소, 암반 등을 두루 갖춘 명산이다. 특히 정상 동쪽 능선상엔 암릉과 병풍 모양의 커다란 바위 지대가 있어 좋은 경치를 제공한다. 운악산애 대한 개관이다. 한 마디로 기암과 좋은 계곡이 있는 명산이란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위가 여름 햇살 아래서 맥을 못 추고 있다.
< 운악산 서봉에서 >
운악산 동봉 사이에서 가평군과 포천군의 경계가 나뉜다. 그래서 그런지 각기 다른 크기의 정상석 2개가 서 있다. 가평군에서 세운 건 산에서 잘 쓰지 않는 녹색 글귀가 새겨져 있다. 岳자도 ‘嶽’으로 돼 있다. 설악산 급이라는 자부심의 표현이리라.
이제 서봉으로 향한다. 내겐 처녀길이다. 험하리란 예상과는 달리 큰 무리가 없다. 가평 방향으로 시원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쏟아지는 햇살을 뚫고 지나며 시원한 계곡물을 그려본다. 이내 서봉에 도착했다. 포천 땅이다. 규모는 동봉보다 작지만 풍광은 더 정상답다. 오늘 산행의 일차 목적이 달성되어 기뻤다.
< 운악산에서 구노채고개 >
운악산 휴게소를 출발한지 4시간 20분이 지났다. 식사시간을 고려해도 예상보다 1시간 이상 더 소요되었다. 그래도 이 뙤약볕에 포기 안하고 정상까지 온 게 용하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출발 전 확인한 고도 표에 의하면 중간에 작은 고개가 있지만 노채고개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리라.
서봉을 내려서자 머지 않아 애기바위 암릉 우회 길이 나타난다. 우회 길이니 상대적으로 편하겠지 하는 기대는 얼마 가지 않아 여지 없이 무너진다. 내리막이 몹시 가파르고 거칠다. 올려다 보는 아기바위 암릉 곳곳에 밧줄이 메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는 그리로 다녀갔나 보다. 길게 내리꽂혔다 다시 그만큼을 치고 오른다. 헐, 정상만 지나면 될 줄 알았는데…. 애기바위까지는 멀진 않았지만 화끈한 험로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길, 아기바위만 지나면 ‘꽃 길’이라 여겼는데 착각이었다. 작은 암릉 험로가 연이어 나타난다. 대신 바라보는 풍경에는 산너울이 그려진다. 원근에 따라 산맥의 음영이 달라진다. 한 눈으로 보아도 가평과 포천은 산에 둘러 쌓인 지형임을 알 수 있다.
< 서봉에서 본 풍경 / 버섯 >
산행 시작 이후 처음으로 다른 산꾼들을 만난다. 우리만큼 어지간히 제 정신이 아닌 이들이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험로는 곧 끝난다 한다. 그러나 기대를 안고 가는 길에도 험로는 계속되었다. 오르내리막이 반복된다. 서봉만 지나면 쭉 내리막이라 말한 내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얼른 잘못했다 선언한다. 지도만 보고 낸들 알았겠는가? ㅎㅎ 그래도 반대편에서 넘어보는 이들과 잠깐 동안의 만남이 지겨운 등로에 활기를 준다. 골짜기가 이어지는 곳에 서면 간간이 시원한 바람도 불어준다.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
< 아기바위를 내려서며 본 풍경 >
서봉에서 구노채고개까지의 거리는 4.6km다. 중간중간 풍광 좋은 전망대가 나타나나 대세내리막 숲이다. 다행이 언제부턴가 암릉지대는 사라졌다. 대신 햇살을 숲을 뚫을 기세로 강렬하다. 오전과 같이 또 가다 쉬다를 반복한다.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길, 골바람이 부는 곳에선 여지 없이 걸음을 멈춘다. 노채고개를 향한 일념은 남은 거리를 두고 여러 해석을 낳는다.
607봉으로 추정되는 작은 봉우리를 넘는다. 직진 방향으로 산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앞에 있는 펑퍼짐한 봉우리가 원통산이기를 바래보지만, 멀리 있는 높다란 봉우리란 말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송암님이 힘겨워하신다. 말은 안 하지만 모두의 마음도 그러하리라.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탈출’이야기가 조심스레 나온다. 이런 상황에선 늘 그렇듯 결론은 쉽게 났다. 적당한 갈림에서 우측으로 탈출하기로 한다.
그런데 막상 탈출하기로 하니 적당한 곳을 찾기 쉽지 않다. 지나 두 번의 탈출에서 험로를 경험하고, 연거푸 길을 잃은 지라 산거북님의 선택이 신중해진다. 내 판단으로는 구노채고개의 고도가 400미터 초반이고 노채고개의 고도가 300미터 초반이니 거친 내리막은 없어 보인다. 어찌 하다 보니 구노채고개까지 왔다. 원통산이 바로 앞에 있으나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우측 묵은 길로 내려선다. 희미하게나마 길은 있다. 가시덩굴이 나타난다. 옥혜님과 까막바위 두 장사가 길을 낸다. 곧이어 개활지가 나타난다. 계곡물이 흐른다. 제법 잘 가꾸어진 숲이 이어진다. 살았다. 탈출로를 찾았다. 시원한 계곡에서의 알탕이 그리웠지만 기다리는 이가 있으니 서둘러 가야 한다.
지방도와 산 길이 만나는 곳에 철망이 있다. 다른 길이 없어 넘어간다. 내려오면서 부른 택시는 벌써 와 있다.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된 몸으로 일동 유황온천을 외친다. 아카님이 내려와 음식점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이 온다. 고생 끝 즐거움의 시작이다. ~~
< 구노채고개 탈출로에서 / 즐거운 뒤풀이 >
< 에필로그 >
운악은‘경기 오악(岳)’중에서도 상급의 험한 산이었다. 비단 정상부근의 암릉만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오르내림의 전반적인 길 사정이 험했다. 그 험로를 한여름 폭염 속에 오르겠다는 선택은‘무식하면 용감하다.’란 말로만이 설명 가능하다. 지난 8구간, 빗속에서 15km가 넘는 거리를 5시간에 주파한 경험은, 접속포함 12km 거리라면 넉넉잡고 6시간이면 떡을 치겠지 하는 자만을 낳았다.
운악산을 넘고 나서 또 몇 가지 교훈을 얻는다. 한 여름 당일 산행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날씨는 산행에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다. 두 번째는 ‘배 고프기 전에 먹고, 목 마르기 전에 마셔라.’라는 산에서의 금언의 실천이다. 책에 있는 건 현자에선 무용지물이 되곤 한다. 실천만이 내 것이 된다. 오늘 산에서 경험한 실전 경험이 앞으로의 산행에서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온갖 힘겨움을 뒤로 하고 뒤풀이 장소에 마주 앉는다. 주인장의 배려로 굳이 온천탕에 가지 않고도 시원하게 목욕을 했다. 먹음직스러운 이동갈비가 구워지고 시원한 맥주가 글라스에 채워진다. 첫 잔의 시원한 목넘김에 산에서의 고생도 넘어간다. 우린 사선을 함께 넘었고 또 이렇게 한 자리에 않아 지난 산행을 복기하고 다음 산행을 이야기한다. 먼저 내려온 아카님은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자리하고 있고, 전화선 너머에서 들리는 윤고문님의 목소리에도 힘이 묻어난다. 됐다. 이 아니 행복이겠는가? 한여름 운악에서의 힘겨운 산행은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온전히 만들었다.^^
< 한북정맥 9구간 산행궤적 >

첫댓글 폭염경보날 산을 타는게 쉽지 않음을 느낀 하루 였습니다.
여러명이 함께 하는 산행은 날씨에 따라 산행 계획을 조정하는 지혜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
옳으신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