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남부대학교 대체의학과
김명주 교수의 배꼽호흡테라피 특강을 들었다.
나는 1시간 가량 늦게 도착해서 앞서 배경이 되는 원리 부분은 듣지
못했다.
김명주 선생은 호리호리하고 유연한 몸, 특유의 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몸신’ 방송에서 봤을
때는 약간 차갑고 고집이 있는 이미지였는데 직접 뵈니 유머도 풍부하시고 청중을 위한 배려도 잘하시는 소위 인간적인 스타일이었다. 나와 함께 강의를 들으신 분들은 대략 40~50대 6명 정도였다. 물론 아사노 게이꼬 선생님이 강연장 진행을 이끌어주셨다.
배꼽호흡테라피는 굉장히 독창적인 치유 수법(水法)이다. 거북이를 닮은 장부도를 기반으로 복부에 포진되어 있어 오장육부의
대응점들을 호흡과 진동이라는 자극을 통해 기혈 순환 장애를 해소시켜 주는 기법이다. 막혀 있던 응어리가
풀어질 때는 얼었던 고기가 해동이 되는 것 같다라는 교수님의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복부호흡 내지 복식호흡 테라피라고도 이름 붙일 수 있었을 텐데 굳이 배꼽호흡이라고 한 이유는 미처 여쭤보진 않았지만
추측하건대, 태초에 생명의 본래 호흡을 회복한다는 의미에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강의 중에 언급하셨듯이 보통 임산부가 출산 후에 잔병이 씻은 듯이 낳고 건강해지는 이유는 10개월 간 복식호흡을 통해 전신이 생명력이 활발해져서 그렇다고 하셨다.
물음을 던지는 방법으로 강의에 밀도를 탄력 있게 유지시켜나갔다. 가령
왜 기본마사지 1단계에서 시계방향으로 복부를 쓸어야 할까요 라든지 탯줄이 잘리는 순간 우리는 흡을 먼저
했을까 호를 먼저 했을까, 코 안에 비강이 그렇게 큰 이유는.
횡경막의 상하운동 외에는 흉곽의 부피를 늘려 평균 약 4.5억 개에
이르는 폐포의 활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설명은 지극히 명쾌했다. 호흡이 이루어지는 3단계 원리와 산소 교환이 이루어지는 구조에 관해 그림을 그려가며 찬찬히 풀어주실 때에는 교수님이 동양의학 뿐만
아니라 서양의학 전반에 걸쳐 다양한 공부를 섭렵하셨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사람들이 흔히 애매하게 생각하기 쉬운 복부호흡과 단전호흡 간
유의성과 차이점을 과학적인 원리의 측면으로 접근하니 그 동안 들어왔던 다양한 설들의 맥락이 그물코처럼 잡히는 효과가 있었다. 특히, 도인(導引)법의 고전적 의미를 치유에 접목한 방식, 추.나.안.마 에 대한 정확한
뜻풀이도 이 자리에서 교수님을 뵙지 않았다면 따로 전문가를 만나 해설을 듣기도 책에서도 찾아 읽기 힘든 내용이었다.
흥미롭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내용도 간간히 곁들여 주셨다. 고래가 작은 물고기떼를 저 먼 바다
깊은 곳 멀리서 알아챌 수 있는 건 파동 감지의 원리라는 것, 거북이의 장수비결은 긴 호흡에
있
다는 것, 아기는 욕조에 앉아 있으면 피부호흡을 하기에 체표면에 뽀글뽀글 물방울이 생긴다는
것.
김명주 교수님은 농촌 봉사활동을 여러 번 참가하면서 많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임상과 진단, 치유법을 스스로 터득했고 확립했다고 한다. 사심 없는 마음으로 환자의
아픔을 어루만지다 보면 그 고통이 나에게 전이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나를 통과하고 지나가게 되며, 환자의
어두웠던 얼굴이 환하게 바뀌는 것을 봤을 때 기분 좋음을 너머 찾아오는 행복감이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신나게 일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쉽고 간단해서 누구라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고, 엄마의 약손처럼 부드럽고 포근하며 세상 신기한 배꼽호흡테라피.
우리는 요새 중국의 미디어나 문학, 학문, 예술을 접할 기회는 흔치 않다. 최근에 최창원 교수의 내몽고 기행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느꼈던 중문학자의 심오함과 따듯함 이래로 중의학의 함축적인 비유와 상징, 지혜의
정수에 인식의 창이 한층 깨지고 열리는 감동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