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재기에 대한 외국논문 1편을 번역했어요.
이 카페에 매주 한 편 적어도 2주에 한 편씩 논문을 번역해서 올리겠다고 결심하고 나서 첫 번역이죠. 자료로서의 가치를 높이고 엄밀성을 보증하기 위해서, 영어문장 한 문장쓰고 한글로 번역하는 식으로 했어요. 영어문장과 번역을 대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그냥 편하게 읽기를 원하시는 분들로서는 번거로우실 거예요. 그리고 논문이라는 게 자칫 전체를 다 읽고나도 요약정리가 잘 안될 수도 있죠. 그래서 논문의 가장 핵심적인 결과를 그림으로 제시한 파일도 별도로 올려뒀어요. 논문 전체를 보시기 힘드신 분들은 그림파일만 보셔도 도움이 될 거예요.
논문의 요점을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이래요. 그림을 보시면서, 또는 보시고 나서, 이 글을 읽으시면 훨씬 이해가 잘 되실 거예요.
(그림파일을 보시고 싶으시면, 맨 아래 첨부파일 2개 부분을 클릭하시면 되요. 그 위에 있는 건 박스 속의 글자가 안 나오네요.)
15명의 소비자-제공자 (정신장애인이면서 동시에 정신보건 분야의 전문가로 일하는 사람)를 면접했어요. 15명 중 6명은 기관운영책임자, 6명은 직접 서비스(예로써 상담) 제공자, 그리고 나머지 3명은 기타 업무를 맡고 있어요. 면접법을 사용해서 이들에게 "재기란 무엇인지? 재기에 도움이 된 요소는 무엇인지? 방해가 된 요소는 무엇인지?"를 물었죠. 그리고 그걸 분석했어요.
그림 1에는 재기란 무엇인지? 도움이 된 요소가 무엇인지? 가 간략히 제시되어 있어요.
"재기란 무엇인가?" 의 결론은 이래요. 재기란 "병-우세적 자아정체감"을 벗어버리고, 병과는 무관한 "전반적 안녕감(sense of well-being)"을 갖게되는 과정이에요. 병-우세적(또는 병-지배적) 자아정체감은 쓸모없음, 가치없음, 희망없음, 병들었음 등의 느낌을 중심으로 하죠. 이에 비해 병과는 무관한 전반적인 안녕감을 중심으로 하는 자아정체감은 목적, 의미, 희망, 자신감을 중심으로 해요.
이렇게 자아정체감이 바뀌는데 도움이 되는 촉진적 요소는 "의미 있는 활동(일, 공부)", "지지적인 관계(가족친구/전문가/당사자동료)", 그리고 "안녕 방법(전통적인 치료방법/ 또는 대안적인 치료방법)"이에요. 하나씩 얘기하죠.
재기하려면 "의미있는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건 일(업무) 또는 공부(진학)예요.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유능감을 발달시킬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네요. 더욱이 실패하더라도 실패경험이 자산이 되기 때문에 "위험감수"를 하면서도 도전하는게 중요하다고 해요.
"지지적인 관계"는 세 종류로 나뉜다네요. 첫째, 가족과 친구, 둘째, 전문가, 셋째, 동료(모델이 되는 당사자)가 필요하대요. 가족과 친구의 지지는 너무나 필수적으로 당연한 거고, 전문가가 필요한데 이때 도움이 되는 전문가는 신뢰, 존중, 협력을 바탕으로 당사자를 대하는 전문가여야 한다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게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주는 전문가여야 한다는 군요.
"안녕-방법"에는 전통적인 치료법과 대안적인 치료법의 두 가지가 있대요. 그런데, 연구참여자 15명이 약물치료에 대해서는 반반씩 의견이 갈렸다네요. 절반은 "약물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고, 나머지 절반은 "약물치료"가 오히려 재기에 방해가 되었다고 했다네요. 더욱이 그 중에서 몇 명은 자신이 "약물복용"을 중단했기 때문에 재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네요. 대안적인 치료법으로는 명상, 요가, 태극권, 침술, 운동 등등이 언급되었고, 그 외에도 많은 방법들이 있다고 해요. 그런데, 어떤 방법(치료법 또는 안녕-방법)을 사용하는가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네요. 더 중요한 건 그 방법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개인의 능력"과 "자기-결정권"이라고 하네요.
그림에는 표시되지 않았는데, 재기 방해요인으로는 네 가지가 나왔어요. 온정주의(paternalism), 강압(coercion), 무관심하고 판단적인 전문가, 그리고 약물부작용/증상 이에요. 한 가지씩 얘기하죠.
첫 번째 방해물은 온정주의(paternalism)이에요. 저는 이 단어를 왜 온정주의라고 번역하는지 모르겠어요. 온정주의하면 좋은 느낌이 들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안좋은 방법을 얘기하는 거거든요. 즉 온정주의란 부모(특히 아버지)가 어린아이를 대하듯이 당사자를 대하는 방식을 의미해요. 쉽게 표현하자면 "당사자는 약하고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전제하고, 과잉보호하고, 간섭하고, 지시하고, 명령하는 방식을 의미하죠. 뭔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질 않죠. 즉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방식이죠. 논문에 따르면, 온정주의는 "자기-봉인 효과(self-sealing effect)"를 가져 온다네요. 즉 겁이 나서 아무 것도 안하고 웅크리고 있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거죠.
두 번째 방해물은 강압(coercion) 이에요. 강제, 강요라고 번역해도 무방하죠. 강제적인 외래치료(약물복용 포함)와 강제적인 입원치료가 이에 속해요. 강압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빼앗아 간다네요. 무력감을 느끼게 만든다네요.
세 번째 방해물은 "무관심하고 판단적인 전문가" 예요. 당사자를 낮춰보는 거죠.
네 번째 방해물은 "약물부작용과 증상" 이에요. 이건 딜레마인데, 아무튼 약물부작용이 심하거나, 증상이 심하면 "혼동상태/혼란상태(confunsion)"에 놓이게 되서, 의식이 명료하지 못하고,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고, 그래서 재기의 길을 가기가 어렵다네요.
논문의 논의 부분에서는 당사자들이 "억압적인 환경"에서 뒤로 물러서고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네요. "억압적인 환경", 즉 위에서 말한 방해요소들(온정주의, 강압, 무관심하고 판단적인 전문가)이 지배하는 환경 속에 있으면 재기하기가 너무나 어렵다네요. 이 논문에서 직접적으로 분석한 건 아니지만, 논의는 "자기-결정권"의 중요성을 강조해요.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걸 존중해주는 환경이 좋은 환경이고, 그걸 존중해주지 않는 환경은 억압적인 환경인 거죠. 논문을 읽고 나서의 제 생각이에요.
번역자료는 총 38쪽이에요. 영어논문은 8쪽 짜리인데, 영어와 한글을 대조하며 번역하고, 역주도 달고 하다보니 분량이 많아졌네요. 논문을 읽는다는 건 쉽지 않죠. 보통의 글들과는 달라서 어려워요. 생소한 용어도 많이 나오고. 더욱이 번역해 놓은 논문은 더더욱 어려워요. 읽기가. 때로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면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죠. 그래서도 영어와 한글을 대조시켜 놓은 거예요. 영어실력이 있는 분들은 양쪽을 대조하시면서 읽으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당위성이나 주장만 가지고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을 수 없어요. 논리(이론)와 근거(증거자료)가 필요하죠. 그래서 논문을 읽어야 해요. 또한 직접 영어논문을 읽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 누군가는 번역작업에 매달려야 하죠. 저는 일단은 미국 보스톤대학 정신재활센터에서 발간하는 "정신재활지(Psychiatric Rehabilitation Journal)"에 수록된 논문들 중에서 한 편씩 골라내어 번역할 예정이에요. 보스톤대학 정신재활센터는 앤쏘니(Anthony)가 이끌고 있고, 정신쟝애인의 재활/재기에 관한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센터예요. 그리고 그 학술지인 "정신재활지(Psychiatric Rehbilitation Journal)"는 단순히 한 종류의 학술지가 아니라, 전세계 재기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는 엄청난 학술지죠. 덕분에 재기패러다임이 치료패러다임, 재활패러다임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는 정신보건영역의 3대 패러다임으로서의 위치를 굳힌 거죠. 정말 할 수만 있다면 일년에 4권씩 나오는 "정신재활지(Psychiatric Rehbilitation Journal)"에 수록된 모든 논문을 그때 그때 번역해서 올리고 싶은게 제 욕심이죠. 만일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개혁이 시작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대로 된 올바른 정보를 접하면 당사자와 가족들의 시각이 바뀌고 눈이 떠지게 될 거니까요.
하지만 저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죠. "정신재활지"에 수록되는 논문들 외에도 좋은 논문들이 참 많아요. 외국어 실력이 있으신 분들은 "Riss4U (한국학술정보원)"를 검색하셔서, 검색어로 2가지를 지정하시면 되죠. schizophrenia, 그리고 recovery 이렇게 하시면 "재기"와 관련된 몇 천 편의 논문을 접하실 수 있죠. 아마도 논문 편수를 보시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아무튼 저는 지금부터 꾸준히 재기, 정신보건소비자운동, 소비자-운영 서비스, 동료전문가 제도, 극복수기 등을 번역해서 이 자료실에 올릴 생각이에요. 뜻을 함께 하시는 분들은 동참해주시기를 바래요. 혹시 번역하신 또는 번역하고 계시는 자료가 있으면 올려주시구요. 혹시 제 번역에 오역이 있으면 지적 해주세요. 지적해주시면 제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림도, 번역자료도 바로 아래 말고, 맨 아랫쪽에 있는 첨부파일 2개 부분 클릭하시면 A4 용지 크기에 맞춰서 편집된 자료를 출력하실 수 있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014.7.20 번역 Mancini 등(2005)의 Figure 1.pptx
2014.7.20 번역 Mancini 등(2005)의 논문 (재기촉진요소와 방해요소).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