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열여덟 살의 가을에-
2학년3반6번 이예림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나는 예전에도 지금에도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가 없다. 저런 질문을 가끔 듣고는 하는데 답을 하려고 할 때마다 자꾸 멈칫거리게 되어 결국 입을 다물어버리게 된다. 내가 행복이라는 것을 너무 무겁게 생각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행복의 기준을 너무 높게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항상 기분이 좋다가도 문득 저런 생각이 떠오르면 방금까지 느끼던 기분 좋음마저 모호해지게 된다. 나 스스로 감정이 좀 메마른 것 같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는 했지만 계속 저런 상황이 생기다 보니 ‘내가 좀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마저도 들고는 했다. 이 질문을 마지막이면서 가장 최근에 들었던 때는 이번 가을 즘이었다.
그때 나에게 행복에 대한 질문을 한 사람은 바로 엄마였다.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엄마는 나에게 ‘지금 행복해?’라고 물어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빈말이라도 행복하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런 말을 잘하는 성격도 아닐뿐더러 엄마 앞에서 거짓말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입을 열지 못했다. 그리고 엄마는 ‘우리 딸 행복해야 하는데 왜 그럴까....’라고 하셨고 괜히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후로 나는 나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봤다. 하지만 매일매일 거의 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스스로 그런 일상이 힘들게 느껴지는데 이러한 삶 속에서 앞으로 나는 행복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들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큰일 없이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것 자체로 내게 행복이지 않겠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요즘 생각만으로 마음이 들뜨는 일이 생겼다. 곧 이사를 하게 되는데 잘하면 그곳에서 개를 키울 수도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정말 어릴 때부터 개를 키우고 싶다는 말을 입에 물고 살아왔는데 드디어 그 현실에 한 발짝 가까워진 것이다. 만약 그때가 된다면 행복하다고 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있다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