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검색검색
[인터뷰]'아이 안고 출근' 용혜인 "'엄마도 정치 한다' 보여주고 싶어"
이보람 입력 2021. 07. 20. 06:03
용혜인 의원, 생후 59일 아이와 출근 '화제'
"육아·출산 엄마 혼자 감당한다는 시각 바뀌어야"
[이데일리 이보람 기자] “단순한 `가십`으로만 다뤄지고 `아이 동반법` 관련 논의가 국회의원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아이 동반법`을 시작으로 출산과 육아 문제 논의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길 바란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용 의원은 출산·육아 문제뿐만 아니라 탄소배출 감소, 기본소득에 이르기까지 일상 속 고민을 거대 담론으로 키워가고 있는 `생활 밀착형` 정치인이다. 출산 후 두 달 동안 건강을 회복하면서 의정활동 복귀 후 비전을 보여주기 위한 방안을 고심한 그에게 당장 눈 앞에 닥친 출산과 육아 문제가 첫 메시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 5일 생후 두 달된 아들을 안고 국회에 나타난 것도 그 때문이다.
용 의원은 “아이를 갖기 전에는 아이를 데리고 일하는 게 힘들 거라고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다 직접 출산과 육아를 겪으며 세세한 부분에 공감하게 됐다”면서 “`아이 키우는 엄마`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가 대표발의한 아이동반법은 국회의장 허가 없이도 본회의장에 생후 24개월 이하 영아 자녀를 동반해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일부 개정안이다. 그는 “많은 부모들이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돌봄 쓰나미`를 겪고 있다. 양육이나 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고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비난받는 상황이 된다”며 “의정 활동과 아이를 돌보는 것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자신과 같은 `워킹맘``워킹대디`로서 의원들의 입법권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추가적인 논의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해외에서 논의 중인 대리 의원이나 원격투표 허용 사례 등을 참조해 국내 선거제도 및 정치 문화에 맞는 개선안 관련 의견 수렴에도 나설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일과 육아의 병행`이 사회 전반으로 가능해지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이를 위해 제도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용 의원은 “여전히 출산과 육아가 집 안에서 `엄마`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로 남아 있는 시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산·육아 문제뿐 아니라 최저수준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소득 제도 등 당의 핵심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용 의원은 “기본소득이 국민적 의제로 논의되는 것이 1차적 목표였다”면서 “국회 입성 이후 1년 동안 그 목표는 이뤘다고 본다. 이제는 기본소득 실현을 위해 구체적인 의견 수렴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본소득제도 공론화에 관한 법률`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용 의원은 “앞으로도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고 실제 기본소득 제도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과제”라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아기를 안은 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다음은 용 의원과의 일문일답.
-직접 아기를 안고 국회로 출근해 화제가 됐다. 아이와 함께 국회에 나오게 된 이유는.
△ 출산 후 두 달 정도 의정활동을 쉬면서 `복귀할 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까` 고민했다. 전에는 추상적으로 아이 데리고 일하는 게 힘들 것이라고 생각만 하다 직접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알게 됐다. 그러면서 임신과 출산, 육아와 관련해 개선해야 할 입법 과제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날(복귀 하는 날) `이것이 바로 제가 제시하는 정답입니다`하고 여러 정책을 제시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고민하면 할수록 방향을 잡는 게 어려워 짧은 시간 동안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여전히 여러 가지 임신·출산·육아 정책을 고민 중이다. 앞으로 던질 의제들에 대해 주의를 환기할 수 있는 법안이 `아이 동반법`이라고 생각했고 아이와 함께 국회에 출근하게 됐다.
- 아이 동반법 발의 이유는.
△두 가지 측면이다. 우선 실제로 이 법안은 필요한 법이다. 모든 본회의장에 아이를 데리고 오겠다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분들이 `돌봄 쓰나미`를 경험 하셨을 것이다. 어린이집이 갑자기 휴원을 하거나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하교를 하는 상황이다. 이럴 때 양가 부모님 찬스를 쓰거나 부부가 휴가를 낸다거나 해야 하는데 이도저도 여의치 않는 경우가 꽤나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다. 정부도 그래서 돌봄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시기에 일이나 양육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그리고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비난받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어쩔 수 없는 경우에 의정 활동과 아이 돌보는 것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는 법안이다. 여성 의원들만을 위한 법도 아니다. 육아하는 남성 의원들도 이 법에 따라 본회의장에 아이와 함께 등원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아이와 함께 의회에 등장하는 것이 해외에서는 이미 사례가 많이 있었다. `한국에선 언제?` 이런 보도가 많이 되기도 했다. 이후에 제가 해야 하는 혹은 지금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임신 출산 부분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미 다양한 나라에서 비슷한 법안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호주나 유럽, 뉴질랜드 의회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도 생후 열흘된 아이를 데리고 본회의장에 나갔다. 유럽에서는 본회의장에서 수유를 하기도 하고 의장이 대신 수유해 주기도 했다. 일부 해외에서는 의원이 임신과 출산 등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대리 의원을 지정하거나 원격 투표를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의정 활동과 출산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이 논의돼 추진 중이다.
-대리의원이나 원격투표와 같이 아이동반법 이후 추가적 법안 마련도 고민 중인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대리의원 제도는 정당 중심의 정치 문화가 자리잡고 선거제도 비례성이 강조돼 있는 유럽과 같은 선거제도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지역구와 인물 중심의 정치 문화에서 적절한지는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또 선출되지 않은 사람이 지정돼 의원 활동을 하는 것도 대의제도 원칙상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정치 문화나 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까지 필요해서 굉장히 큰 담론이 돼버려 쉽게 결정내릴 수 없었다.
사회적 합의도 높은 수준으로 필요하다. 아이를 보면서 준비하면 할수록 점점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순리대로 풀어가자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논의됐던 것들까지 포함해 전문가들 의견이나 현황 등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국회가 멈춰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온라인으로라도 좌담회 등을 시작하려고 한다.
-다른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펼치는데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의장이 허가하면 아이와 함께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대 국회 신보라 의원이 아이 동반 등원을 시도했는데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불허했다. 당시 동료의원들의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게 근거였다. 그 사례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어떻게 보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회에서 여전히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선이 많다. 아이들은 원래 먹고 자고 울고 보채고 그런 모습이고 우리 모두 그런 시기를 거쳐 어른이 됐다. 그런데 이런 아이의 원래 모습에 대해 우리 사회가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임신과 출산, 육아가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면 우리 주변의 아이 존재부터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가끔 우는 아이보다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이 소리치고 하는 것들이 오히려 동료 입법권을 더 침해하는 것이 아닐까(웃음).
-수유시설과 같은 시스템이 확충돼야 할 것 같다.
△우선 이 법안을 발의하고 수유실이 있는데 왜 본회의장에 아기가 들어가야 하냐 이런 질문을 받았는데 수유를 하고 아이를 두고나올 수는 없지 않나. 그나마 국회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유아차를 동반할 수 있는 경사로 등 시설이 잘 돼 있는 편이다.
수유실의 경우 최소한의 필요한 물건들은 있지만 실제로 사용하긴 어렵다. 세면대가 있지만 손을 씻을 비누는 없고, 냉장고는 있지만 이유식을 데울 전자렌지는 없다. 기저귀 교환대는 있지만 쓰레기통은 없다.
국회는 국회의원이나 보좌진뿐 아니라 민원인들이 계속 드나드는 곳이다. 아기 엄마 아빠들이 와서 국회 공청회나 청문회를 보면서 아이 수유를 하거나 양육을 할 수 없는 조건이란 얘기다. 국회 입법 논의에 대한 참관이나 의견 개진에 대한 접근성이 굉장히 제한되는 상황이다.
또 의원회관 안에 있는 수유실은 모두 여성 휴게실 안에 있다. 기본적으로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수유실의 독립공간 보장 등 상황이 어려워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는 결국 보통 수유는 엄마들이, 여성들이 하는 걸로 여겨지는 시선이 반영된 부분이다.
- 아이 동반법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가.
△첫째는 `아이 키우는 엄마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구나`라는 부분이다. 아이와 함께 국회에 출근한 것이 생각보다 화제가 돼 놀랐다. 비판을 받기도 하고 응원도 많이 받았지만 실제로 일하는 엄마들 메시지를 꽤 받았다. 국회라는 공간에 아기 데리고 들어가는 그 모습이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카타르시스를 줬다`고 표현하시더라. 그런 사례들이 일하면서 아이 키우는 엄마들에게 힘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는 크게 이슈화가 되면서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관련된 입법 과제를 제시할 때 조금 더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속된 말로 `어그로`를 잘 끌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웃음).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소득 탄소세를 언급했는데 어떤 입장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또 탄소세를 거둬 환경문제에 써야지 다른 용도로 쓰면 안 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재명 지사께서 언급한 기본소득 탄소세 개념과 제가 이야기하는 탄소세 개념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적절한 수준과 과세 금액 등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지 않아 이를 비교하긴 아직 어렵다.
탄소세와 기본소득을 연결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지속가능한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것이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탄소배출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에게 냉난방 등 탄소배출 행위는 생존의 문제다. 이런 분들에게 탄소세를 매기는 것은 굉장히 역진적이다. 이같은 역진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본소득에 연계한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탄소세를 내더라도 기본소득으로 돌려받기 때문에 탄소배출의 동기를 부여하고 역진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의미다. 탄소세만 거뒀을 때 조세 저항에 부딪혀 폐지했던 사례도 많다.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1년 동안 16개 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가장 시급하게 통과돼야 하는 법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본소득 공론화법`이다. 기본소득이 어느 정도 시대정신이 됐고 기본소득 자체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를 둘러싼 세부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다른 의견들이 있다. 기본소득 필요성에 대해 동의한다면 단순히 국회의원 몇몇이 찬반 투표를 하고 끝내는 게 아니고 기본소득 전반에 대한 대한민국 전체적인 의견 수렴을 위해 발의됐다. 기본소득 실현을 위해 전 국민이 모여 기본소득 지급 시작 시점이나 지급 범위, 재원 마련 방안, 금액 수준 등 전반적인 내용을 찬반 대결이 아니라 토론하고 합의하고 결정하자는 취지다. 최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본소득 공론화법을 발의해 공동발의 했다.
- 1인당 60만원 기본소득 주장하고 있다. 재원 마련 방안은?
△재원마련 방식은 굉장히 다양하다. 우선 정부가 1인 가구 최저 생계급여로 정한 수준인 1인당 60만원으로 기본소득을 책정했다. 기본소득당이 제시하는 재원은 시민 재분배 기여금, 토지보유세, 탄소세 등이다. 추가적으로 이번 대선을 준비하면서 디지털세나 데이터세 등을 추가해 기본소득 모델을 정비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의정활동 성과는 무엇인지, 또 향후 의정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대표 발의한 16개 법안 중 통과된 법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안타깝다. 그런 측면에서 한계를 많이 느끼기도 하지만 올해 초 의정활동 하면서 앞으로 어떤 부분에 의정활동 성과를 가져갈 것인가 고민했다.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으로 들어와 기본소득과 관련된 의정활동을 통해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가 높아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21대 국회에 들어오고 나서 가장 큰 목표가 기본소득이 국민적 의제로 논의되는 것이었는데 자의든 타의든 1차 목표는 달성했다고 본다. 앞으로는 실제로 기본소득을 실현하기 위해 반대하는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과제다.
이보람 (brlee@edaily.co.kr)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0
1
0
4
0
이데일리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