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겨울, 창비 논단 <한반도 핵전쟁, 가능한 상상과 불가능한 대책>
1. 2022년 창비 겨울호에 실린 ‘한반도 핵전쟁’에 관한 문장렬의 글은 현재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핵전쟁의 위험성에 대한 실체를 짧은 글 속에 요약하고 있다. 오늘(4.20) 뉴스에 등장한 윤석열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력 지원 가능성은 한반도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무기지원에 대한 고려는 윤석열 개인의 인도적 가치에 대한 확신과 미국의 압박으로 인한 반응일 수도 있지만, 현재의 국제정세 속에서는 매우 신중한 결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칫 한반도 무력충돌 때 필요한 완충막을 스스로 제거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현재 한반도 위기는 북한의 연이은 핵무기 개발과 실험으로 인한 긴장고조가 1차적 원인일 것이다. 북한은 2022년 ‘핵무력정책 법령’을 수립하여 “핵이든 비핵이든 외부의 중대한 공격을 받거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될 경우 북한은 ‘법대로’ 핵전쟁에 돌입할 수 있”는 정책을 확정하였다. 이러한 북한의 정치군사적 조치에 대응한 남한의 정책도 강대강으로 흐르고 있다. ‘힘을 통한 억제’를 내세우며 연일 한미훈련 및 한미일 군사협력을 통한 군사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3. 남한이 내세우는 ‘참수작전’이나 공세적 정책은 긴장 상황에서 의도치않는 전쟁으로 언제든지 연결될 수 있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전략무기 배치운용이나 선제타격 운용 등 북한으로서는 도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행위들이 핵전쟁의 유발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힘을 통한 억제’는 압도적인 힘을 가졌을 때만 가능한 전략이다. 현재 북한의 핵보유는 약 60기를 가졌다고 추정되며 다양한 실험을 통해 핵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전쟁은 갑자기 벌어지는 사태가 아니다. “핵전쟁은 사전에 정치군사적 긴장의 상승과 ‘결단력의 경쟁’ 단계를 반드시 거친다는 것이 핵전략에서 하나의 정리”라는 말처럼 상호 군비경쟁과 적대감의 고조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4. 무력을 과시하는 것이 지속되고 어떤 평화적 협력도 준비하지 않은 채 주변 국가들 사이에서 대립적 경쟁이 발생하면 분명 제한된 형태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반도에서의 충돌은 이제 ‘핵’이라는 치명적인 무기의 영향권에서 탈출할 수 없는 지역이 되었다. 문제는 ‘핵충돌’이 발생했을 때 발생할 압도적인 희생과 피해는 전적으로 한반도에서만 치르게 된다는 점이다. 만일 제한적인 규모라도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보다는 한반도에서 핵폭탄이 터질 것이며, 미국은 방어 또는 선제공격이라는 명분으로 한반도에 핵폭탄을 투할 것이고, 결국 한반도는 핵폭탄으로 인해 죽음의 땅으로 변모할 것이다. 미국의 지상군 파견은 자국의 여론 때문에 사실상 어려우며 결국 어떤 새로운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주변국가의 개입으로 휴전에 돌입할 것이다. ‘핵전쟁’은 현재의 대치상황을 해결하지 못한 채, 한반도의 파멸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뿐인 것이다.
5. 미국과 일본이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려는 의도는 자국의 군사적 피해를 줄이고 전쟁이 발생하더라도 전쟁터를 ‘한국’으로 축소시키려는 속내를 감추고 있는지 모른다.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아 방어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한미일’ 동맹 강화는 표면적으로는 협력관계이지만 그것은 한국의 전적인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위험한 군사적 동맹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보수정부와 보수세력은 연일 ‘힘’을 강조하며 군사적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힘의 구축은 당연한 국가의 책무이다. 어쩔 수 없이 전쟁이 발생하면 적을 방어할 무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전쟁’을 막기 위한 평화적 노력의 중요성이다.
6. 우리는 불과 몇 년 전, 비록 실패했지만 미국과 협력하여 북한과의 평화협상을 시도하였다. 평화협정에 대한 실패는 보수 세력의 공격대상이 되었고 ‘협상’ 자체를 악마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유튜버를 장악한 극우세력의 ‘종북’이라는 공격은 우리의 현실을 망각하고 있는 위험한 선동이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한반도 정책은 통일이 아니라 ‘평화’이다. 비핵화 또한 ‘평화’가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만 한다. 저자의 “북한이 늘 주장하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 철폐’는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수사가 아니라 ‘실존적 위협’에 대한 공포의 표현이다. 이 공포가 핵무기를 통해 또 다른 공포를 낳아 불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에서 문제해결의 단초가 발견된다. 그것은 북한의 생존을 확인시켜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7.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생존을 위한 발버둥일 수 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시절, 트럼프와의 협상 때 그것을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다. 협상은 일방적으로 한쪽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적 원인도 소련 해체 때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력의 러시아 말살정책에 대한 오래된 원한이 작용하고 있다. 협상은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앞으로 전개하면서 협상 상대국의 위상을 존중하여야 한다. 우선은 위험한 상호 충돌 가능성을 줄이고 무력경쟁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내부의 군사력을 기르는 것과 협상을 통해 평화의 가능성을 확대시키는 일은 결코 상충되거나 모순적인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서는 미국의 북한 적대정책을 폐지할 수 있는 방안을 미국과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철저하게 미국의 자국 우선 정책의 꼭두각시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8. 보수세력은 북한의 인권탄압을 내세우며 북한을 적대세력으로 한정시키려 한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공격과 비난이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시켰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오래된 이솝우화처럼 바람과 비는 오히려 몸을 꽁꽁 묶어 인권의 악화를 가져왔을 뿐이다. 따뜻한 햇볕만이 변화를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북한의 인권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엘리트 계층의 생존을 보장하여 그들로 하여금 정치적 불안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사고로 돌아올 수 있게 상황을 개선시켜야 한다. 변화는 긴장을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북한 권력층의 국제적 호응에 대한 필요성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인권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평화를 향한 노력이 한반도 파멸의 두려움을 제거하고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첫댓글 - 평화는 생존을 위한 길이다! 전쟁은 파멸을 위한 길이다! 선택과 책임의 문제, 공동체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