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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고서원 묘우 상량문 臨皐書院廟宇上樑文
장현광
사문(斯文)의 흥망에 관계된 일이 아직 거행되지 못하였으면 온 나라가 근심할 바이고, 오도(吾道)의 명암과 관련된 기틀이 이미 닦여졌으면 많은 선비들이 경하할 바이네. 새 사당이 곧 새 터에 세워지니, 옛 가르침이 응당 옛 고을에 밝아지리라.
선유(先儒)가 일찍이 거처했던 곳을 보면, 후생(後生)들이 더욱 돈독히 경모함을 징험하겠네. 온 천하가 모두 큰 성인으로 우러르기는 추로(鄒魯)의 유풍(遺風)보다 성대한 것이 없고, 온 해내(海內)가 다 큰 현인으로 높이기로는 하락(河洛)의 남은 교화보다 깊은 것이 없네.
사모함이 간절한 사람에게는 사모의 정을 깃들일 땅이 없을 수 없고, 정성이 지극한 사람은 또한 반드시 정성을 다할 일을 이루기 마련이네. 이에 서원을 세워서 별묘(別廟)를 갖추는 제도가 일어났고, 마침내 때를 정하여 특별히 제사하는 의식이 확립되니, 사체(事體)가 문묘(文廟)에 종사(從祀)하는 일반적인 제향과 다르고, 예법이 향사(鄕社)에서 제사하는 의례적인 존숭보다 무겁다네.
공손히 생각하건대, 포은 선생은 해와 별의 참다운 정기를 모았고 산과 바다의 빼어난 기운을 받으셨네. 우주의 가장 뒤진 세상에 태어났으나 삼황(三皇)과 오제(五帝)의 순박함을 마음으로 삼았고, 천지의 지극히 후미진 지방에 서 있었으나 구주(九州)와 팔황(八荒)의 경위(經緯)를 눈으로 보셨네. 천하의 이치를 마음으로 알아 묵묵히 이해하고서, 몸소 행하고 힘써 실천한 것은 일상의 떳떳한 일이었네.
주자(周子), 정자(程子), 장자(張子), 주자(朱子)의 바른 전통을 얻어 공자와 맹자에게로 연원(淵源)을 거슬러 올라갔고, 환공(桓公), 문공(文公), 관중(管仲), 안영(晏嬰)의 낮은 패업(霸業)을 천하게 여기고서 이윤(伊尹)과 주공(周公)처럼 경륜하기를 뜻하셨네.
목로(牧老 이색(李穡))는 종횡의 논설이 모두 이치에 맞다며 칭찬하였고,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은 탁월한 인품이라고 감탄하였네. 학문은 정심(精深)한 경지에 이르러서 위로 천리를 통달하였고, 이치는 실제 꿰뚫어 통하여 의심할 것이 없었네. 진실로 좌우 어디에서나 근원을 만났으니, 체(體)와 용(用)의 덕(德)을 구비했다고 이를 만하네.
학교를 설치하여 풍화(風化)의 근본을 열었고, 토지의 부세(賦稅)를 정하여 경비의 요체를 확립했네. 일곱 번이나 명나라로 달려가서는 지극한 정성이 황제를 감동시켜 돌아보게 하였고, 두 번이나 일본에 사신으로 가서 큰 신의가 바다의 풍파를 안정시켰네. 학문을 말하면 유학의 조종(祖宗)이고, 도를 말하면 왕자(王者)를 보좌할 재주였네. 절의를 일월처럼 밝히니 도거(刀鉅)와 정확(鼎鑊)도 그 꿋꿋한 지조를 빼앗을 수 없었고, 강상(綱常)을 천지간에 자임하니 비록 송백(松柏)과 금석(金石)이라도 어찌 그 굳세고 확고함을 비유할 수 있겠는가.
고려 오백 년 한 시대의 충성스러운 신하일 뿐만 아니라, 실로 조선 천만세토록 우리 유학의 순수한 스승이시네. 효도는 3년 동안의 시묘에서 드러났으니 만백성의 부자 사이에 법칙이 되었고, 충성은 폐백을 올린 임금에게 다했으니 백대의 군신에게 모범이 되었네.
문묘의 서무(西廡)에 배향하여 내외의 학궁(學宮)에서 제향하니 온 나라 사람이 함께 숭상하는 것이고, 별원(別院)을 세워서 생장한 옛 땅에 제사 지내니 본읍(本邑)에서 더욱 공경하는 것이네. 처음에 정려각(旌閭閣)에서 가까운 언덕에 건립하여 이미 정결한 제사를 여러 해 동안 거행했는데, 지난번에 병화(兵火)가 한번 일어남으로 인하여 갑자기 서원과 사당이 모두 불타게 되었네.
마침내 제때에 중건하여 옛 법을 실추하지 말 것을 의논하니, 모두가 터를 옮겨서 새로운 상서(祥瑞)를 영원하게 하자고 하였네. 사람들의 계책이 같으니 거북점과 주역점도 모두 따랐고, 신도(神道)가 편안해할 바이니 사림(士林)들이 크게 호응하였네. 더구나 그 당년에 시묘하던 옛 지역으로, 자식이 효도를 다한 아름다운 자취가 있는 곳임에랴. 묘소에서 사당으로 가고 사당에서 묘소로 가니 이곳에서나 저곳에서나 추모하는 슬픔을 거의 펼칠 수 있었고, 봄에서 가을에 이르고 가을에서 봄에 이르니 응당 봄에 이슬을 밟고 가을에 서리를 밟는 감회가 쌓였으리라. 지팡이와 신발이 어느 언덕인들 미치지 않았겠으며, 귀와 눈이 어느 물건인들 보고 듣지 않았겠는가.
조옹대(釣翁臺)라는 것이 시냇가에 임해 있으니 아마도 여유롭게 은둔하려는 처음의 뜻일 터이고, 도일동(道一洞)이라 이름하여 후세에 전했으니 상상컨대 또한 도를 자임한 순수한 정성이리라. 이에 서원을 옮긴 여러 사람의 계책을 알 수 있으니, 좋은 땅만 고르려고 도모한 것이 아니라네. 신명이 이곳에 오르내리실 것이니 바로 평소에 오가시던 자취가 남은 곳이고, 선비들이 여기에서 제향을 올리니 실로 절실하게 상상하는 지극한 정이라네.
밝은 산은 옛 모습 그대로 원근(遠近)을 감싸 안았고, 내달리는 시냇물은 옛 빛깔 그대로 앞뒤를 비추며 둘렀네. 들판 동쪽의 옛 마을이 아침저녁의 연기 가운데에 있으니 자친(慈親)이 흑룡(黑龍) 꿈을 꾼 옛 나무가 보이는 듯하고, 동구 북쪽의 거친 언덕이 송추(松楸)의 바람 속에 있으니 효자가 까마귀처럼 통곡하는 원통한 소리가 들리는 듯하네. 그렇다면 이 사당이 중건되는 것은 또한 선현의 도가 한번 펼쳐지는 것이니, 도덕을 시행하는 일이 당일에 다 이루어지지 못했으나 오늘에 이르러 더욱 빛나게 되고, 절의를 세운 것이 비록 당시에 있었지만 지금에 이르러 더욱 드러나게 되리라.
일에 종사하는 이들은 감동하고 분발하여 힘을 다하고, 덕을 숭상하는 이들은 기뻐하고 사모하여 마음을 다하네. 사람들은 높일 만한 스승이 있음을 알아 추향(趨向)이 다른 갈래에서 어지러워지지 않고, 세상은 본보기로 삼을 만한 표준을 얻어 제멋대로 흐르는 물길을 거센 파도에서 돌릴 수 있네.
유가의 동량이 우뚝이 세워지고, 세도의 기강이 드높이 펼쳐지네. 흰 해가 비추어 주니 우주에 빛나는 밝은 빛이 따라서 유통되고, 하늘이 굽어보니 공중에 비껴 있는 늠름한 기운이 하늘과 더불어 시종 이어지리라. 권면하지 않아도 나약한 자가 뜻을 세우고 완악한 자가 청렴해지니 바로 이 도가 형통한 것이고, 무궁한 후대에 사당에서 제향을 누리니 누가 그 덕의 영원함과 같겠는가. 이에 지붕의 대들보가 높이 걸리는 것을 보고 감히 도맥(道脈)의 아름다움과 장구함을 찬양하노라.
들보의 동쪽에 던지노니 東
아침마다 빛나는 해가 중천을 향해 떠오르네 朝朝赫日向天中
바다 위에 요망한 기운 일어날까 두려울 뿐이니 海顔只怕妖氛起
상서로운 바람 일으켜 푸른 하늘 쓸어 내야 하리 須作祥風掃碧空
들보의 남쪽에 던지노니 南
깎아지른 푸른 절벽이 못가에 높이 솟아 있네 巀然蒼壁聳臨潭
사람들 우러러볼 뿐 가까이하기 어렵게 하니 令人可仰終難狎
마주하여 부끄러움 없을 사나이 몇이나 될까 對此無羞幾箇男
들보의 서쪽에 던지노니 西
수양산 어느 곳인들 높낮이를 따지겠는가 首陽何處問高低
강상을 만고에 부지시킨 것도 마찬가지이고 綱常萬古扶持一
앞뒤로 목숨 버려 절의를 지킨 것도 같도다 先後捐生節義齊
들보의 북쪽에 던지노니 北
천지의 조화는 한겨울에도 쉰 적이 없다네 元化窮冬未始息
순절한 당년에도 도가 없어지지 않았으니 伏節當年道不亡
천추토록 이 가르침이 끝내 다함 없으리라 千秋此敎無終極
들보의 위에 던지노니 上
한 하늘을 만고토록 사람들 모두 우러르네 一天萬古人咸仰
우러르는 하늘 밖에 다시 하늘이 없으니 仰天天外更無天
이 이치는 영원토록 조금의 변함도 없다네 此理窮天無暫妄
들보의 아래에 던지노니 下
앞에는 당과 재가 있어 집이 차례로 늘어섰네 前有堂齊次第廈
문을 통해 들어오고 층계를 따라 올라야 하니 入必由門階必級
성인의 공부는 응당 쇄소응대로부터 해야 하리 聖功須自掃先灑
삼가 바라건대, 들보를 올린 뒤에는 양명(陽明)한 기운이 성대하여 음탁(陰濁)한 기운이 사라지며, 현가(絃歌)가 일어나서 도깨비들이 달아나며, 문운(文運)이 크게 열려서 도학(道學)을 응당 높여야 함을 모두 알며, 유풍(儒風)이 실로 번창하여 인륜을 진작해야 함을 함께 알게 하소서.
봄과 가을로 향화(香火)가 이어지고 제물을 올릴 때 예의에 벗어남이 없으리라. 어찌 단지 허문(虛文)에만 종사하겠는가. 모름지기 진실한 덕을 숭상할 것이며, 오직 지엽적인 재주에만 뜻을 내달리지 않고 반드시 참다운 마음을 전할 것이니, 어찌 한 고을의 아름다움에만 그칠 뿐이랴. 바로 우리 동방이 함께할 경사이리라. 우리에게 광명을 그치지 않고 내려 주심으로써 항상 바른 학문이 사방에 일어남을 볼 것이고, 이 정성과 공경을 게을리하지 않음으로써 거의 참다운 선비가 배출됨을 보게 되리라.
[주1] 하락(河洛) : 하수(河水)와 낙수(洛水)의 병칭으로, 낙양(洛陽)을 가리킨다. 북송의 정자(程子) 형제가 이곳에 살았다.
[주2] 봄에 이슬을 …… 쌓였으리라 : 시묘하거나 성묘하면서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가득 쌓였을 것이라는 말이다. 《예기》 〈제의(祭義)〉에 “서리와 이슬이 내리거든 군자는 이것을 밟고 반드시 서글픈 마음이 있기 마련이니, 날씨가 추운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봄에 비와 이슬이 적셔 주거든 군자는 이것을 밟고 반드시 놀라는 마음이 있어 장차 돌아가신 부모를 뵐 듯이 여긴다.[霜露旣降, 君子履之, 必有悽愴之心, 非其寒之謂也; 春雨露旣濡, 君子履之, 必有怵惕之心, 如將見之.]”라고 하였다.
[주3] 조옹대(釣翁臺) : 경상북도 영천시 임고면 양항리에 있다.
[주4] 도일동(道一洞) : 경상북도 영천시 임고면 양항리의 옛 이름이다.
[주5] 자친(慈親)이 …… 나무 : 〈행장〉에 “아홉 살 때 모친이 낮에 검은 용이 정원 안의 배나무에 올라가는 꿈을 꾸고 놀라 깨어서 나가 보니, 바로 공이었다. 그래서 또 이름을 몽룡(夢龍)이라 하였다.”라고 하였다.
[주6] 나약한 …… 청렴해지니 : 맹자가 말하기를 “백이의 풍모를 듣는 사람은 완악한 사람이 청렴해지고 나약한 사람이 세울 뜻을 갖게 된다.[聞伯夷之風者, 頑夫廉, 懦夫有立志.]”라고 하였다. 《孟子 萬章下》
[주7] 들보의 동쪽에 던지노니 : 옛날 상량식을 거행할 때에 행하던 의식의 하나이다. 도목수가 만두나 떡 등을 들보 위에서 동, 서, 남, 북, 상, 하로 던지며 상량문을 읽어 축원했다고 한다.
[주8] 東 : 장현광의 〈임고서원묘우상량문〉에는 ‘抛梁東’으로 되어 있다. 아래의 ‘南’, ‘西’, ‘北’, ‘上’, ‘下’도 마찬가지이다. 《旅軒集 卷10》
[주9] 수양산(首陽山) …… 따지겠는가 : 포은의 절의가 백이숙제(伯夷叔齊)와 나란하다는 말이다. 수양산은 백이숙제가 절의를 지키느라 고사리를 캐 먹으며 은거하다가 굶어 죽은 곳으로, 서산(西山)이라고도 한다.
[주10] 들보를 올린 뒤에는 : 대본에는 없는데, 《여헌집》 권10 〈임고서원묘우상량문〉에 근거하여 ‘上梁之後’를 보충하여 번역하였다.
臨皐書院廟宇上樑文[張顯光]
事係斯文之興喪。未擧則一邦所憂。機關吾道之晦明。旣修而多士攸慶。新廟乃建于新址。古敎當明於古州。觀先儒居止之曾經。驗後生景慕之益篤。戴普天咸宗玄聖。莫盛鄒魯之遺風。履率土畢尊大賢。最深河洛之餘化。思之切者不可無寓思之地矣。誠之至者亦必有致誠之事焉。肆建院別廟之制興。遂定時特祭之儀立。事異乎從祀文廟之泛享。禮重乎可祭鄕社之例尊。恭惟圃隱先生鍾日星之眞精。禀山海之秀氣。生宇宙最後之世。心三皇五帝之淳厖。立天地極偏之方。眼九州八荒之經緯。心融默識於天下之故。躬行力踐者日用之常。得周程張朱之正傳。泝淵源於孔孟。賤桓文管晏之卑業。志經綸於伊周。牧老發橫竪當理之稱。陶隱有卓越人品之歎。學到精深而上達。理實貫透而無疑。信乎左右之逢原。可謂體用之備德。設學校而開風化之本。定田賦而立經費之要。七赴皇朝。至誠通格乎天眷。再使日本。大信戢靖其海波。言其學則儒宗。語夫道焉王佐。至乃明節義於日月。唯刀鉅鼎鑊不能奪其堅貞。所以任綱常於乾坤。雖松栢金石豈得喩其勁確。不但高麗五百年一代忠弼。實惟朝鮮千萬世吾黨純師。孝著于廬墓三年。則萬姓之父子。忠盡乎委質一主。範百代之君臣。從廡享于內外學宮。縱一國之共尙。別院祀於生長舊地。在本邑而愈欽。初就孝閭之邇皐。旣擧精禋之累歲。頃緣兵火之一起。奄致院宇之俱災。遂議及時而重營。毋墜舊典。皆云改基而移卜。用永新祥。人謀所同。龜筮協順。神道攸妥。士林蔚鳴。况當年居廬之古區。爲人子終孝之芳躅。自墓而堂。自堂而墓。幾伸於彼於此之哀。從春而秋。從秋而春。應積旣露旣霜之感。杖屨何丘乎靡及。聦明那物焉不收。臺曰釣翁者臨溪。恐是肥遯之初志。洞名道一以傳後。想亦自任之純誠。可認移院之僉筭。非爲擇地而偏圖。神陟降在玆。卽平昔往來之遺跡。士薦享於此。實想像親切之至情。山明古顔。拱圍于遠近。水騰舊色。映帶乎後前。郊東故閭朝暮煙中。依俙慈夢黑龍之古樹。洞北荒原松楸風裏。彷彿孝哭烏鳥之寃聲。然則 是廟之重成。盖亦先賢之一泰。道德之行未究於當日。在今彌章。節義之立雖在於一時。到此益著。趨事者感奮而致力。尙德者欣慕而盡心。人知有師宗。趨向不亂於他歧。世得以表準。橫流可回於頹波。屹峙儒家之棟樑。巍張世道之綱紀。照之以白日。耀宇之耿光隨而流通。臨之以昊天。橫空之凜氣與之終始。懦立頑廉於不勸。便是其道之亨。廟享血食於無窮。誰如厥德之壽。玆看屋脊之隆揭。敢揚道脉之休長。東。朝朝赫日向天中。海顔只怕妖氛起。須作祥風掃碧空。南。截然蒼壁聳臨潭。令人可仰終難狎。對此無羞幾箇男。西。首陽何處問高低。綱常萬古扶持一。先後捐生節義齊。北。元化窮冬未始息。伏節當年道不亡。千秋此敎無終極。上。一天萬古人咸仰。仰天天外更無天。此理窮天无暫妄。下。前有堂齊次第廈。入必由門階必級。聖功須自掃先灑。伏願陽明勝而陰濁消。絃歌興而魑魅遁。文運大啓。咸知道學之當崇。儒風寔昌。共識人紀之可振。有春秋香火之繼。無俎豆禮儀之愆。豈但從事於虛文。須尙實德。非惟馳志於末藝。必傳眞心。何止一郡之專休。乃是我東之共慶。惠我光明之不已。常觀正學之朋興。致此 誠敬之無怠。庶見眞儒之輩出。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