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岩 重遠 (한암중원 1876~1951)
脚下靑天頭上巒(각하정천두상만) 다리 아랜 푸른 하늘이고 머리 위는 땅
本無內外亦中間(본무내외역중간) 본래 안과 밖은 없고 중간도 역시 없도다.
跛者能行盲者見(파자능행맹자견) 절름발이가 걸을 수 있고 장님이 보니
北山無語對南山(북산무언대남산) 북쪽 산은 말없이 남산을 바라보고 있도다.
위의 시는 1899년 해인사에서 한암의 난해한 1차 처음 오도송(悟道頌)이다. 즉 관습적인 관점을 바꾸면 다리 아래가 하늘이고 머리 위가 땅이다.
着火廚中眼忽明(착화주중안홀명) 부엌에서 불 지피다 홀연히 눈 밝으니
從玆古路隨緣淸(종자고로수연청) 이로부터 옛길이 인연따라 분명하네.
若人問我西來意(약인문아서래의) 만일 누가 달마스님이 서쪽에서 오신 뜻을 묻는다면
岩下泉鳴不濕聲(암하천명부습성) 바위 아래 물소리 젖는 일 없다 하리.
1912년(37세) 맹산 우두암에서 “아궁이에 불을 붙이다가 홀연히 발오(發悟)하니, 처음 수도암에서 개오 할 때와 더불어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한 줄기 활로가 부딪치는 곳마다 분명했다.” 마침내 관문을 부수고 안목이 열린 것이다. 그리하여 ‘아!’ 하고는 위와 같은 연구(聯句)의 게송을 읊었다.
村尨亂吠常疑客(촌방란폐상의색) 삽살개 짖는 소리에 손님인가 의심하고
山鳥別鳴似嘲人(산조별명사조인) 산새들 울음소리 나를 조롱하는 듯,
萬古光明心上月(만고광명심상월) 만고의 빛나는 마음 달이
一朝掃盡世間風(일조소진게간풍) 하루아침에 세간의 바람 쓸어 버렸네.
이로부터 세간에 들어가지도 않고 세간에 나오지도 않고 종횡으로 활기차고 모든일에 자재하며 때와 곳에 따라 선풍을 크게 드날리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