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지은 시 3수. 병인년
설날 새벽 금문에 가 배알(拜謁)을 겨우 하고 元日金門謁
어울리기 귀찮아서 홀로 일찍 돌아오니 衰慵獨早歸
아침 햇살 아직도 창틀에 걸려 있고 初陽猶在牖
옷이 젖지도 않게 자디잘게 내리는 눈 細雪不沾衣
나이 마흔 되도록 하잘것없는 이름 四十終無聞
세상 처신 잘못된 줄 갑자기 깨닫겠네 行藏頓覺非
여주(驪州) 고을 연못도 얼음이 풀리겠지 驪湖氷欲泮
높이 나는 기러기야 소식이나 전해 주렴 消息塞鴻飛
이(二)
설날에 생각나는 고향 땅 선산(先山) 元日思先壟
구름 산 새삼스레 시름없이 바라보네 雲山悵望新
무덤가 나무들은 몇 아름이나 자랐을까 松楸圍幾大
짐승들 그 옆에다 굴 파지는 않았을지 虎豹穴相隣
은총 받는 작록(爵祿)은 원래 분수 밖인데 寵祿元非分
첨의를 오래도록 찾아뵙지 못했어라 瞻依久莫因
어찌하여 나만 홀로 여기에 떨어져서 胡爲獨留滯
흰머리에 세상 먼지 뒤집어쓰고 있나 華髮困緇塵
삼(三)
설날에 생각나는 우리 숙부님 元日思吾叔
수산의 모진 세월 또 한 해가 지나누나 囚山又一年
오두막에 혼자서 문 닫고 지내리니 茅齋應獨掩
누구와 초백주(椒柏酒)를 주고받으리 柏酒共誰傳
요순(堯舜) 시대 만들 그 뜻 크기도 하였는데 廓落唐虞志
슬프다 굴송의 시편 읊게 되다니 悲凉屈宋篇
겨울과 봄도 오히려 교대할 줄 아는데 冬春猶迭代
임금의 은혜 왜 이다지 오래 치우치시는고 雨露豈長偏
[주1] 금문(金門) : 한(漢) 나라 궁문인 금마문(金馬門)의 약칭으로 보통 조정을 가리킨다.
[주2] 첨의(瞻依) : 어버이를 뜻하는 말이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소반(小弁)의 “눈에 뜨이나니 모두 아버님이요, 마음에 그리나니 모두 어머님일세.[靡瞻匪父 靡依匪母]”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3] 숙부님 : 이괄(李适)의 난 때 방관했다는 삼사(三司)의 탄핵을 받고 유배를 당한 택당의 족부(族父) 이안눌(李安訥)을 가리킨다.
[주4] 수산(囚山) :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는 말과는 달리 오히려 산이 새장처럼 자신을 꼼짝 못하게 만든다는 뜻인데, 당(唐) 나라 유종원(柳宗元)이 영주(永州)에 귀양가서 수산부(囚山賦)를 지은 뒤로 고달픈 유배 생활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주5] 굴송(屈宋) : 전국 시대 초(楚) 나라의 불우했던 시인 굴원(屈原)과 그의 제자 송옥(宋玉)의 병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