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별곡(華山別曲)1)
세종 7년에 대제학 변계량卞季良이 화산별곡을 지어 올리니, 여러 악부樂部에 실어 연향宴饗에 쓰도록 명하였다.
화산2) 남쪽 한수 북쪽은 華山南漢水北
조선의 빼어난 땅이라 朝鮮勝地
백옥경의 황금 궁궐 같아 白玉京黃金闕
평평하고 사통오달한데 平夷通達
용봉이 솟아나는 듯한 천연적 형세에 鳳峙龍翔天作形勢
음양이 조화되니 經緯陰陽
아, 도읍이 그 어떠하니잇고 偉都邑景其何如
태조 태종 창업하여 큰 계책 끼치시니 太祖太宗創業貽謨
아, 굳게 지킴이 그 어떠하니잇고 偉持守景其何如
안으로 선양받고 위로 천명받은 것이 內受禪上稟命
광명정대하시며 光明正大
좀도둑 금지하고 상인들 교통시켜 禁草竊通商賈
왜국을 회유하여 복종시키고 懷服倭邦
선왕의 뜻 이어받아 천지가 화합하여 善繼善述天地交泰
사방이 편안히 하나 되니 四境寧一
아, 태평이 그 어떠하니잇고 偉太平景其何如
지성으로 충효하고 도의로써 교린하니 至誠忠孝睦隣以道
아, 둘 다 잘함이 그 어떠하니잇고 偉兩得景其何如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편안하려 함 경계하여 存敬畏戒逸欲
인과 의를 몸소 실행하며 躬行仁義
경연을 열고 경사를 열람하여 開經筵覽經史
학문이 천리와 인사를 꿰뚫고 學貫天人
집현전을 설치하여 置集賢殿
사시로 강학하고 춘추로 제술케 하니 四時講學春秋製述
아, 학문을 높임이 그 어떠하니잇고 偉右文景其何如
타고난 성덕에 훌륭한 학문까지 갖추시니 天縱之聖學問之美
아, 예와 지금에 그 어떠하니잇고 偉古今景其何如
병서를 가르치고 진법을 교련하여 訓兵書敎陣法
앉고 일어서며 가고 멈추는 동작 연습하고 以習坐作
철에 따라 한가하고 넓은 곳 골라 順時令擇閑曠
사냥 연습 폐하지 않았는데 不廢蒐狩
많은 기마 천둥처럼 치달아 萬騎雷騖
다 잡지 않고 지나치게 놀지 아니하니 殺不盡物樂不極盤
아, 강무함이 그 어떠하니잇고 偉講武景其何如
긴 안목으로 뒤돌아보며 편할 때 위태로움 잊지 아니하니 長慮却顧安不忘危
아, 미리 대비함이 그 어떠하니잇고 偉預備景其何如
천재를 두려워하고 백성의 궁핍 근심하여 懼天災憫人窮
제사를 삼가 받들고 克謹祀事
충직한 이 쓰고 간사한 자 물리치며 進忠直退姦邪
형벌을 신중히 심리하고 欽恤刑罰
옛일을 상고하여 지금을 의논하며 밤낮으로 잘 다스리기 도모하여 考古論今夙夜圖治
날마다 날마다 삼가니 日愼一日
아, 안락에 빠지지 않으려 함이 그 어떠하니잇고 偉無逸景其何如
하늘이 어진 임금 내시어 동방 사람 도우시니 天生聖主以惠東人
아, 천세를 누리소서 偉千歲世
경회루와 광연루가 慶會樓廣延樓
높고도 앞이 탁 트였으니 崔嵬敞豁
연기 기운 흩어지고 맑은 기운 들어오네 軼煙氛納灝氣
하늘가로 눈 돌리자 遊目天表
강산 풍월에 천만 가지 경치로세 江山風月景槩萬千
울적한 회포를 활짝 펴겠으니 宣暢鬱堙
아, 올라서 봄이 그 어떠하니잇고 偉登覽景其何如
봉래 방장 영주 세 산을 蓬萊方丈瀛洲三山
아, 어느 시대에 찾을 수 있으리오 偉何代可覓
자식을 사랑하고 부모에 효도하여 止於慈止於孝
천성으로 기쁨을 같이하고 天性同歡
신하에게 어질고 임금께 공경하여 止於仁止於敬
밝은 임금 충직한 신하 서로 만났네 明良相得
천하의 근심 먼저 하고 즐거움 뒤로 하여 先天下憂後天下樂
즐기되 지나치지 아니하니 樂而不淫
아, 시연함이 그 어떠하니잇고 偉侍宴景其何如
하늘이 어진 임금 내시어 동방의 부모로 삼으시니 天生聖主父母東人
아, 만세를 누리소서 偉萬歲世
농상을 권장하고 민생을 넉넉하게 하여 勸農桑厚民生
나라 근본 배양하며 培養邦本
예의 겸양 높이고 충성 신의 숭상하여 崇禮讓尙忠信
민심을 굳게 단결시키네/ 固結民心
덕택이 빛나고 교화가 두루 미치어 德澤之光風化之洽
칭송 소리 넘쳐 흐르니 頌聲洋溢
아, 훌륭히 다스림이 그 어떠하니잇고 偉長治景其何如
화산 한강과 조선의 왕업이 華山漢水朝鮮王業
아, 함께 장구할 것이 그 어떠하니잇고 偉並久景其何如
1) 조선(朝鮮) 세종(世宗) 7(1425)년에 변계량(卞季良)이 지은 경기체가(景幾體歌)의 하나. 조선(朝鮮) 왕조(王朝)의 창업(創業)을 찬 양(讚揚)한 8장으로 된 노래로 ≪악장가사(樂章歌詞)≫에 실려 전(傳)함.
2) 화산(華山) : 서울특별시의 성북구 · 종로구 · 은평구 · 강북구와 경기도 고양시에 걸쳐 위치한 산이다(고도:835.6m). 본래 한산(漢山)이라 불렸는데 '큰 산'이라는 뜻의 '산'을 한자로 차음하여 표기한 것이다. 한산이란 이름은 『삼국사기』,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등에 보이며, 서울 지방의 옛 이름을 한산 · 북한산 · 북한산성 · 북한성 · 한양 등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북한산은 처음에는 산 이름이 아니라 서울의 옛 이름인 한산의 북쪽 지역을 가리키는 지명이었다.『신증동국여지승람』 한성부에는 "양주 지경에 있다. 화산(華山)이라고도 하며, 신라 때에는 부아악(負兒岳)이라고 하였다. 평강현(平康縣)의 분수령(分水嶺)에서 잇닿은 봉우리와 겹겹한 산봉우리가 높고 낮음이 있다.······또 삼각산이 되니, 실은 경성(京城)의 진산(鎭山)이다. 고구려 동명왕의 아들 비류, 온조가 남쪽으로 나와서, 한산에 이르러 부아악에 올라가 살 만한 땅을 찾았으니, 바로 이 산이다."라고 하여 여러 다른 이름들이 보인다. 부아악은 어머니가 어린애를 업고 있는 형상을 한자명으로 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아가 불의 표기이므로 부아→불→화(火)→화(華)로 바뀌어 화산이 되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화산 · 화악은 세 봉우리가 연꽃이 핀 것과 비슷하다 하여 연화산(蓮華山)의 준말로 쓴 것으로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