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헌 때 7월 2일 大司憲時 七月初二日
임금이 삼공을 인견하고 물었다. “정인홍은 무슨 까닭으로 벼슬을 버리고 갔는가?” 영의정 이덕형(李德馨)이 대답했다. “신은 정인홍을 모릅니다만, 작년에 남쪽으로 가서 처음으로 그 사람을 보았습니다. 사람 됨됨이가, 어떤 일이 옳다는 것을 알면 끝까지 태도를 고치지 않고, 어떤 일이 그르다는 것을 들으면 끝까지 아니라고 여기며 역시 고치지 않습니다.”
좌의정 김명원(金命元)이 대답했다. “정인홍의 차자에 도당(徒黨)이란 표현이 있는데 크게 불가합니다. 이른바 도당이란 사대부를 가리키는 말로, 이것은 아주 지나친 논설입니다.”
우의정 유영경(柳永慶)이 말했다. “일전의 비답 가운데 ‘경은 우선 기다리시오. 내가 마땅히 처리하겠소.’라는 하교를 두고, 사람들이 혹 이르기를 ‘끝내 바로 크게 쓸 계책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정인홍이 이 말을 듣고 더욱 불안한 마음이 생겨 이처럼 속히 떠난 것입니다.”
임금이 하교하여 답하셨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 병통은 지니고 있는 법이며, 그의 정직한 성품은 아이들도 모두 알고 있다. 내 마땅히 다시 만나서 의지하고 믿을 곳으로 삼아야 하거늘 온 조정이 함께 꾸짖어 그로 하여금 날아가 버리게 만들었다. 더구나 내가 처리할 일을 어떻게 안다고 감히 근거 없는 말을 하는가? 이 또한 경들이 쫓아 보내는 계책이다.”라 하시고 곧 승정원에 전교를 내렸다. 전교에 이르기를 “정인홍의 차자를 보니 이미 길을 떠난 듯하다. 내가 만나본 다음 보내고 싶으니 지금 마땅히 있는 곳으로 가서 다시 불러 와서 만나보고 보내고자 한다.”
승정원의 회계. “좌부승지 박이장(朴而章)이 회계하기를 ‘정인홍은 6월 29일에 그 족인을 시켜 본 승정원에 차자를 올리게 하고 그날로 길을 떠났습니다. 그날 마땅히 광주의 판교에서 잤을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곳은 한양과 50리쯤 떨어졌습니다. 길을 떠난 지 오늘로 사흘째니 거리를 계산해 보면 죽산(竹山) 경내에 도착했을 듯합니다. 지금 소명을 보내면 그래도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주(晝) 땅을 떠나는데도 왕이 나를 만류하기 위해 쫓아오지 않는다고 하지 않겠는가? 지금 속히 승정원에 교서를 내려, 나를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으로 글을 지어서 그를 부르시오.”
유지. 일전에 한양에 오래 머무를 때 내가 다시 한 번 만나려 했으나 경이 그 앞 달에 차자를 올려, 당일로 길을 떠나기로 마음을 정했다 하니 내 마음이 서운함을 견딜 수 없었소. 이에 글을 내려 돌아오라 불렀으나 경은 분발하려는 뜻이 없었으니 실로 내가 경을 대하는 정성을 제대로 다하지 못해서 그런지라 더욱 부끄럽고 한탄스러움을 이길 수 없었소. 이제 경을 사헌부 대사헌으로 삼으니 초목과 금수도 모두 경의 이름을 알고 있소. 경은 비록 고향으로 돌아가 조용히 몸조리를 하고자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겠소? 경은 마음을 바꾸어 다시 몸을 일으켜, 그대를 곁에 두고 싶어 하는 나의 목마른 정성에 부응토록 하시오.
大司憲時 七月初二日
自上引見三公問曰。鄭仁弘。緣何故而去耶。領議政李德馨對曰。臣不識鄭仁弘。而往年南下。初見其人。爲人。知某事之是也。則終始不改。聞某事之非也。則終始爲非。亦不改之。左議政金命元對曰。鄭仁弘箚中。有曰徒黨之說。大不可也。所謂徒黨。指士大夫云。此是大過之論也。右議政柳永慶對曰。頃日批答中。卿姑俟之。予當處之敎。人或云終乃大用之計也。故鄭仁弘聞此言。尤有不安之心而如是速去。自上答敎曰。人皆有一病。正直之性。兒童皆知之。吾當更見。以爲倚恃。而滿朝共嚇。使之飛去矣。況予所處之事。渠何知之。而敢發無形之言也。此亦卿等逐送之計也云。卽傳于政院。傳曰。見鄭仁弘箚字。似已爲發行。予欲見而送之矣。今當往在何處。欲還召而來。見而送之。政院回啓。左副丞旨朴而章回啓曰。鄭仁弘。六月二十九日。使其族人。呈箚于本院。卽日發程。其日當宿廣州板橋云。此去京城五十里許。發行今三日。計程則似當到竹山之境。及今馳召則猶可及矣。不曰出晝而王不予追乎。斯速下書政院。措辭以不可不見予之意召之。
有旨。日者久留洛中。予欲一遭更見。而卿於前月呈箚。卽日決意登途。予心不勝缺然。是用下書召還。而卿無賁然之志。實予待卿之誠。未盡而然。尤不勝慙歎。今以卿爲司憲府大司憲。草木鳥獸皆知卿名。雖欲還山靜攝。其可得乎。卿其幡然再起。以副予側席如渴之誠。
[주1] 주(晝) …… 않는다 : 맹자가 제(齊)나라를 떠날 때, 주(晝) 땅에서 사흘을 머무른 적이 있다.
출전 : 한국고잔번역원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원 남명학연구소 김익재 양기석 정현섭 공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