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년 섣달 그믐날에〔丁巳除夕〕
육십년의 세월이 바람처럼 지나가 光陰六十去如風
이 해가 다 가려니 감회가 끝없네 此歲將除感不窮
온갖 일 오래 회한의 지경에 있었고 百事長遊悔吝地
한 터럭도 부모 은덕에 보답 못했네 一毫無報劬勞功
얼굴 피부 몸 모발이 다 변하였는데 面皮體髮都來變
해 달 하늘 별은 어찌 한 가지인고 日月天星胡乃同
돌아가 모실 길이 지척에 통하리니 咫尺應通歸侍路
남은 생애 또한 조심조심 보내리라 餘生且付淵氷中
[주1] 정사년 섣달 그믐날에 : 정사년은 1857년(철종8)으로, 이때 기정진의 나이 60세였다. 따라서 이 작품은 기정진의 나이 60세가 다 끝나갈 때 지은 것으로 남은 생애를 조심스럽게 살겠노라는 다짐을 하고 있다.
[주2] 부모 은덕 : 본문의 ‘구로(劬勞)’는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의 은덕을 말한다. 《시경》 〈육아(蓼莪)〉에 “슬프고 슬프다 부모여, 나를 낳으시느라 몹시 수고하셨다.〔哀哀父母 生我劬勞〕”라는 내용이 있다.
[주3] 조심조심 : 본문의 ‘연빙(淵氷)’은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매사를 신중히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시경》 〈소민(小旻)〉의 “전전긍긍하여 심연에 임하듯 얇은 얼음을 밟듯 한다.〔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