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모샘이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는 대신 남긴 후기입니다. 선생님들께서도 자신만의 후기 간단하게라도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
《테레즈 라캥》은 문학동네에서 나온 박이문 번역본으로 읽었습니다. 먼저 《테레즈 라캥》을 읽고 나서 〈박쥐〉를 보았습니다. 오래 전에 다운 받아 두었는데 뭔지 모르게 보는 게 편치 않아 다 보지 않고 미뤄두었는데 이제야 다 보았네요. 《테레즈 라캥》을 읽을 때도 쉽게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는데 〈박쥐〉는 그보다 더 했던 것 같습니다. 《테레즈 라캥》은 자연주의 소설의 효시라고 했는데, 그것을 뱀파이어라는 비현실적 존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박쥐〉로 재탄생시킨 것부터 의아했습니다.
〈박쥐〉를 보고나서 다시 펼친 《테레즈 라캥》의 서문에서 졸라는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기질을 연구하기를 원했다"며 "자유의지를 박탈당하고 육체의 필연에 의해 자신의 행위를 이끌어 가는, 신경과 피에 극단적으로 지배받는 인간들을 선택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면에서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은 보다 졸라의 의도를 보다 극단으로 밀고 나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서문은 그 자체로 〈박쥐〉의 해설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졸라는 "이들의 동물성 속에서 열정의 어렴풋한 작용을, 본능의 충동을, 신경질적인 위기에 뒤따르는 돌발적인 두뇌의 혼란을 조금씩 좇아가려고 노력했다. …… 살인은 그들이 저지른 간통의 결과이며, 그들은 마치 늑대가 양을 학살하듯 살인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태주의 대사에 "여우가 닭 잡아먹는 게 죄냐?"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다시 졸라는 "상이한 두 기질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이한 연합을 설명하고자 시도했"다고 하고는 "강한 남자 한 명과 채워지지 않는 욕망으로 인해 욕구 불만 상태인 여자 한 명을 설정"하고 그 속에서 "단지 어리석음만을, 그런 다음 그들을 난폭한 드라마 속으로 내던지고 그 두 존재들의 느낌과 행동들을 면밀히 기록한다"고 썼습니다. 소설을 읽는 동안은 테레즈와 로랑이 과연 상이한 기질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게는 소설에서는 환경의 동일함에 의해 기질의 차이가 동질적인 히스테리로 발산된 것같이 느껴졌는데 〈박쥐〉에서는 끝가지 두 사람의 기질 차이가 선명하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성과 관련된 장면, 핏빛으로 물드는 잔인한 살해와 포식 등에 대해서도 졸라의 서문을 통해 다시 보고자 했습니다. 졸라는 "나는 《테레즈 라캥》의 저자는 포르노그래피를 펼쳐놓고 스스로 만족해하는 불쌍한 히스테리 환자다."라고 외치는 여러 목소리들 가운데서, '아! 그렇지 않아요. 그 작가는 단지 분석가일 뿐이오. 그는 인간의 더러움 속에서 스스로를 잊어요. 의사가 계단강의실에서 강의하면서 스스로를 잊듯 그는 작품 속에서 잊혀지지요'라고 말하는 목소리를"기다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진흙 한 주먹을 그러모아 도덕의 이름으로 내 면전에 던지지 않고 《테레즈 라캥》을 이해하는 것, 관찰과 분석의 장에 그것을 놓아두는 것"에 대해 말합니다. 하지만 졸라나 박찬욱이 독자나 관객에게 기대한 관찰과 분석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인간의 더러움'일까요?
결국 스스로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이동진 평론가의 평(http://m.cine21.com/news/view/?mag_id=56367)을 찾아 읽었습니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갈증이 있네요. 그러고 보니 영화의 영어 제목이 갈증(Thirst)이었네요. 여러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는 것이 이 갈증을 푸는 데 도움이 될 텐데 아쉽고, 불참하게 되어 죄송하네요.
@@ 영화에서 인상적인 대사
태주
"나는 부끄럼 타는 사람 아니에요.", "난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자꾸 인간적으로 생각하지 마, 인간도 아니면서."
"뭐긴 뭐야, 인간 먹는 짐승이지. …… 여우가 닭 잡아먹는 게 죄냐?"
"난 여자두 아니네, 인제"
상현
"나는요, 살인은 안 해요."
"뱃속에선 피에 굶주린 짐승이 울부짖고 날뛰는데 행여 누구라도 다칠까봐 걸음까지 살살 다녔어."
"자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도와주고 있어. 고백성사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 많이 알거든.
그 사람들 다 떨어지면 인터넷으루 모집할 생각이야. 내가 도와주면 사람들이 아무래두 좀 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거 같애."
"나한텐 그런 능력이 없어. 헤어질 수 있었으면 너를 왜 살렸겠어?"
"머리를 매달아서 욕조 위에 널어놓으면 말야, 빨래처럼. 피가 다 아래로 빠질 텐데, 중력 때문에. 락앤락 같은 데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두고두고.... 양수기도 생각해봤는데, 그래봤자 이만큼 철저하겐 안 뽑혀. 원시적이지만 그만큼 단순하고 완벽한 거야. 조금 빨아먹고 버리는 건 일종의 .....인명경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