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해도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머나먼 미래의 일이었습니다. 전기로 자동차가 가다니! 물론 하이브리드는 순수 전기로만 가는 전기차는 아니지만 배터리로 차를 움직인다는 것은 어렸을 적 갖고 놀던 타미야제 미니카 외에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으니까요.
나름 전기차입니다 (?)
1997년 이야기입니다. 일본의 토요타에서 프리우스라는 요상한 컨셉카를 내놓게 됩니다. 기름과 배터리로 같이 움직이는 차라고 합니다. 배터리로만 움직이긴 힘들어서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당시 시선은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연비를 떠나 차값도 비싸고, 배터리의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도 매우 많았으며 평생 탈 차도 아닌데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살 필요성을 못느낀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 어찌보면 혁신이자 모험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차를 구입한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도전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요. 1, 2세대를 거쳐 3세대인 프리우스는 어느 순간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이며 2010년 판매율 1위를 찍었습니다. 일본 뿐만이 아닌 전세계적으로 프리우스에 대한 인기는 굉장합니다. 안타깝게도 경쟁차종이라 볼 수 있는 혼다 인사이트는 순위에도 없네요.
하이브리드 차량의 독보적인 선두주자가 프리우스임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에서 손만 빨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아반떼와 포르테의 LPi하이브리드 차량이 출시되었죠. 재미있는 사실은 두 차량이 발매할 때에도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높았습니다.
가격에 대한 문제가 가장 컸으며 하이브리드 치고는 공인연비에서 큰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는 의견,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 등이 문제였습니다. 배터리는 수명이 짧은데 고장나면 수리비가 어마어마하다, 잔고장이 심하다, 언덕도 못올라간다 등등등…
가격적인 면을 보면 일반 가솔린 모델 최고급형보다도 몇백만원이나 비쌉니다. 하이브리드차량에 대한 세제지원이 있어 그나마 조금 다행이긴 하지만 판매량도 많지 않고 초기형에 가까운 차량이기에 선뜻 구매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프리우스보다 싸다는 장점이 있네요.
프리우스의 경우 거의 4천만원돈에 달하는 금액임에 비해 국산 하이브리드 차량은 절반~2/3가격이고 공인연비 29km/L를 자랑하는 프리우스의 연료는 가솔린, 국산 하이브리드차량의 연료는 LPG에 17km/L의 공인연비를 갖고 있습니다. 실연비가 각각 20km/L초반, 10km/L전후로 나오지만 연료비가 2배 가까이 차이나는 것을 감안하면 두 차의 연료비 지출은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LPG연료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내 하이브리드 차량의 배터리를 포함한 하이브리드 부품의 보증기간은 6년/12만입니다. 3년/5만이 보통인 국내 차량들의 기준의 2배를 넘는 수준. 일단 보증기간 이전에 배터리의 수명이 평소 상상하던 것과는 꽤 수명이 깁니다. 각각의 제조사에서 이야기하기를 프리우스는 반영구적 수준, 아.하 및 포.하의 경우 30만km까지는 충분히 탈 수 있다고 하는군요. 안타깝게도(?) 택시를 제외하고는 국내에 준중형을 30만이상 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니까 큰 걱정거리는 아닌 듯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이 있다고는 해도… 별로 재미도 못보고 단종되고 말았지요.
곧있으면 쏘나타 및 K5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됩니다. 강력한 출력을 보이는 터보 모델과는 정 반대의 컨셉을 갖고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출력이 모자른 편도 아닙니다. 가솔린 모델에 비해 비싼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마냥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10년 일본 내수 판매량 1위 자리를 압도적인 판매량으로 차지한 프리우스는 어느 한순간에 갑자기 태어난 것이 아니니까요. 현재 국산 하이브리드차량은 과도기이자 성장기와도 같습니다. 보는 이에 따라 메리트가 없을 수도 있구요. 비주류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자동차 제작 기술력과 배터리 제조기술 또한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 아니겠습니까.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이지 않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