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Drz_bK4GkTE
삼포로 가는 길 황석영 원작, 백일섭 문숙 주연의 75년작 영화를 보았다,
백일섭 노영대 문숙 이점순(백화) 역이었다. 그 외 정씨가 있었고, 이들은
정씨의 고향 삼포로 동반여정에 들며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등장인물 각각
낯선 타인에서 비롯된 관계는 연인과 지인의 관계로 발전하는 구도이며
산업발전기 6~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필름에 담긴 우리나라 국토는
대부분 삭막하고 전원적이며 도시개발 전의 향토적 환경을 담아내고 있다.
계절적 배경이 완전한 겨울이었기에 이들은 교통이 낙후된 구간을 도보로
지나며 행선지까지 눈밭과 눈길을 자주 걷는다. 그러한 배경의 설정은 작자가
독자에게 전가하고픈 어떤 심정이나 감흥을 환기시키는 장치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은 그때 처한 사람들의 가난과 역경이며 정서적 추위이기도 하다. 외적
심상이 내적으로 승화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이것은 영화의 후반부 연인관계로
발전한 영대와 점순의 기차역 이별부에서 두드러지게 심화한다.
역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먼저 고백하자면 이곳은 작자의 철학적 운명의 집결지이자
인생의 기로로써 상징성을 부여하는데, 그 이유란 작자가 꾸준히 설계한 세계를
이곳의 대비와 소설적 장치로써 묘사하거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인데, 가령
사르트르의 말에 의자하면 상황이 그에 부합하여 나타나는 결과물로써 이곳은
중요한 사변적 가치를 스스로 가진다. 거기 작자가 의도와 무게를 기교로써
갖다 붙여놨을 뿐이다. 관객이나 소설의 독자는 관객은 시각적 효과, 소설의 독자는
상상의 산물에서 독특한 효과를 감흥으로 받아들인다. 사설로 번진 방향을 다시
돌이켜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내가 받은 역사 내에서 이들의 대화는 영화의
모든 함축성을 대변하거나 항변하고 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만남을 의도하고 있으며, 영대는 백화 앞에 다가가지 못하고
그 앞을 서성이듯 배회하는 장면에서, 백화가 영대에게 사무치듯 뱉어낸 대사에서,
혼란과 비정체성에서 투명해지기까지, 그 모든 영화의 초점은 왜 이들의 만남과 이별이
비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하여 운명을 조장하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부분이 바로
소설의 저자와 영화의 작자가 개진해 전달하고픈 중심이거나 핵심이었다.
프롤로그처럼 꾸며진 결말부에서 영대의 정착과 정씨의 고향 삼포의 발전된 상황은
희망의 여지를 남기려는 의도로써 꾸며지고 있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예술적 오류이면서
철학관이 담겨 있다고 보여 지는데, 주관적 해석에 의하자면 완벽하다는 것은
어떻게 말하자면 완벽하게 불완전한 것과 이퀄이란 의미를 뜻하는데, 즉 이 말은
우리가 인간에 대해 말할 때 실수를 하기에 인간이라 말하듯, 소설은
인간미 넘친 예술을 시연 또는 천상의 예술보다 인간의 예술을 숭배한다는,
또는 예술에 대한 이견일 수 있다.
백화가 영대에게 던진 대사 중 인상 깊었던 말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니 맘 다 알아, 라는 부분이었다.
속 깊은 사이끼리, 진솔된 연인사이, 오갈 수 있는 이 멘트는 얼마나 사려 깊은가.
정착이란 주거를 뜻하며 고향이란 즉, 연인을 의미한다고 봐도 무관할 것이다.
이들의 가난과 생존의식은 과연 누구의 탓인가.
시대의 탓인가, 아니면 운명을 개척하려한 인간의 탓인가.
서로를 통해 가장 밑바닥의 순수한 영혼을 들여다보고 헤어질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는지 저자 또는 작자는 말해 주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간접 경험하는 것이리라.
마지막으로 그러한 눈밭 위를 걷는 행위란,
우리 내면 가장 밑바닥의 순수한 영혼 위를 하염없이 지향해
걷는 것을 내포하기까지 한다는 것을 여기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