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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들아 !
아침 6시 전화벨 소리에 깨어난다.
또 다른 상상의 세상에서 나를 현실의 세상으로 끌어내는 벨소리.
청자연적 대장이다.
"7시까지 미아역으로 나오세요."
그렇구나, 오늘응 오봉산에 가는 날이구나.
조금만 더, 조금 만 더 하다가 할레벌떡 뛰어나간다.
상봉역에서 11사람이 춘천행 전철에 오른다.
김재원님은 중간에 합류한다고 하신다.
낮익은 얼굴들이 반갑다.
귀요미님이 준비해온 만두를 하나 입에 물어본다.
맛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이것을 준비하는 마음이 참으로 고맙지만 떨어져 있어 고맙단 말도 못하고 먹기만 한다. 고맙습나다.
자화상님의 옆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14년이란 긴 시간을 해외에서 생활 했다고 하신다.
14년 동안 헤어져 있던 것을 보상 받으시려는듯, 형수님과 다정하신 모습도 보기 좋다.
서로가 정겹고 환한 얼굴로 즐거워 하고 있다.
얼굴들을 둘러보며 생각을 해본다.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서 이렇듯 가족인양 서로를 위하고 자연스레 친밀해 질수 있는 이런 것을 어떻게 설명 할 것인가?
남춘천역에 도착했다.
산행을 마치고 뒷풀이를 할 식당(우의정)의 15인승 소형 버스가 우리를 기다린다.
산핼을 시작할 배후령 까지 데려다 주고 산행이 끝나면, 다시 소양댐에서 식당까지 데리러 온다고 한다.
그들의 영업 전략이겠지만 무척 고맙다.
버스가 달리기 시작하고 창 밖의 춘천을 바라본다.
처음 춘천을 와 보았던 날이 생각난다.
동화속의 세상.
호수는 얼음이 얼어있고, 하얗게 눈으로 덮여있던 순결의 도시.
그것 만으로도 나에게는 아름답게 각인된 도시였다.
왼편으로 중도가 보이고 잔잔한 물결의 의암호가 보인다.
물속에서 올라 오는 모습에 말이 많던 소양강의 처녀상도 보인다.
물속의 처녀상을 올려 놓은 것인지, 새로이 조성한 것인지 물밖에서 우리를 반긴다.
배후령으로 다가간다.
배후령 터널이 입을 벌리고 우리를 맞이한다.
길다.
5.1Km의 국내 최장의 도로용 터널이라고 하며, 10.9Km인 서울 양양 고속도로의 인제터널이 개통될 2017년 까지는 최장의 도로용 터널이라는 영예를 갖게 될것이라고 한다.
(인제 터널은 2012년 9월 관통 되었다고 합니다.)
배후령 산행 기점에 도착하니 여러대의 관광 버스들과 산행하실 분들이 모여있다.
에휴 이제부터 힘이 들겠구나.
오봉산은 중간에 빠지는 길도 없는데......
깃점에서 단체로 기념 사진을 찍고 산행을 시작한다.
역시나 나홀로 뒤로 쳐진다.
김재원 후미 대장이 나를 챙긴다.
먼저 올라가게 하고 천천히 산행을 계속한다.
등산로가 좁은 길에서 뒤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먼저 올라가라고 길을 비켜주며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쉰다.
어떤 여자분이 비틀대며 넘어질 듯 하자, 옆에 있던 남자가 재빨리 잡아주는 모습이 정겹다.
"잡아 줄줄 알고 일부러 그러는 것 같은데요."
"그 틈에 저도 한번 손을 잡는거죠."
보기좋은 모습에 던진 농담을 기분 좋게 받아준다.
산이나 바다에 가면 마음들이 넓어지는것 같다.
대 자연과의 호흡은 이래서 좋은가 보다.
경운산 갈림길을 지나 1봉으로 오르는데 앞에서 김재원 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힘이 들어도 지체 할 수가 없다.
1봉에 오르니 다들 쉬고 있다.
"박수 안쳐?"
무안한 마음을 농담으로 건네도 장난기의 박수로 받아준다.
덜푸덕 배낭을 내려놓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배낭에 등을 기댄다.
일어나 주변의 풍광을 살핀다.
여름엔 활엽수들의 넓은 모습에 가려, 본연의 자기 자태가 잘 드러나지 않는 소나무들이 낙엽진 산에서 나 보란듯이 자신을 자랑하고 있다.
아무리 해도 끝남이 없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티 나지 않는 집안 일을, 힘들다는 불평은 일평생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일을 공치사 하지 않으며, 묵묵히 자신의 숙명인 양 꾸준히 해나가던, 우리네 여인들의 모습이 바로 저 모습이리라.
참으로 예쁜 모습이다.
산행을 계속하며 앞에 보이는 바위들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고, 계속 이어지는 소나무들의 물결인 양 굽어치는 아름다움에 연신 감탄을 한다.
외국에는 거의 없다는 굽어진 그 아름다움에서, 전남 곽도섬에 주민들은 모두 떠나고 홀로이 남아 섬과 함께 하시는 할머니를 연상한다.
연세가 83세라시는, 등은 완전히 90도로 휘어지시고 얼굴에 주름은 가득하시지만, 예전에 미역섬이라고 했을 정도로 좋은 미역이 많아 그것을 채취해 아이들 먹이고 공부 시켰다시는 할머니, 아직도 약초를 캐시고 따개비를 채취하시며 홀로이 섬에서 생활하시는 그 모습이 진정한 사람의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3봉에서 바라보니 저 앞에 4봉을 향해 올라가는 산우들의 모습이 보인다.
3봉을 내려가는데 밑에서 두런 두런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어? 내앞에는 우리의 산우들 밖에는 없는데?
산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위험한 곳이다.
자연 앞에 자신을 과신하는 것은 사고의 개연성을 높이는 일이다.
세 분중에 한분이 밑으로 굴러 떨어지셨고, 구조대와 통화를 하고있는 중이다.
"도와드릴 일이 없으십니까?"
"괞찮읍니다. 구조대가 오고 있읍니다."
도와 줄 능력도 없으면서 입에서 말이 나와 버렸다.
사람과의 신뢰감이 그분에게 조금이나마 안정감을주었으면 좋겠다.
"제가 해줄일도 없는것 같으니 앞에 일행도 있고...... 그냥 가보겠읍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뒤돌아 보며 눈인사를 한번 더 하고 4봉으로 오른다.
아름다운 바위 절벽을 오르며 조금은 긴장을 더 하고 4봉에 올랐다.
멀리 소양강이 보인다.
아름답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그렇지만 그 아름다움을 승화시키지 못한 역사를 갖고있는 소양강.
나.
이글을 읽는이 들에게 '화냥년'이라는 단어는 사용을 하지 말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합니다.
그 말 역시 아름답게 시작하여 지저분한 단어가 된 말입니다.
병자호란이라는 민족의 참혹한 수난으로 수십만의(기록에 따라 총 납치자가 수만~50만이라 함) 여인들이 청나라에 납치 되어 갔고, 우리의 여인들이 이겨낼 수 없는 정절의 훼손이 일어날수 밖에 없었다. 전후 최명길의 주장으로 그들의 속환 재원을 마련하여 그들을 속환 시켰고, 이들을 다시 돌아온 여자라는 뜻의 '환향녀(還鄕女)'라고 불렀다. 돌아온 그녀들 당시에 얼마나 감격 스러웠을까. 그러나 전쟁의 책임을 통감해야 할 당시의 우의정 장유마저 며느리를 받아 들이지 않을 정도로 정절을 잃은 여인들을, 이 사회는 용인하지 않았고, 도처에 자살한 여인의 시체가 즐비하게 되었다. 다급해진 인조는 최명길의 진언을 받아들여 정절을 회복한다는 뜻의 '회절강(回節江)' 을 정하는 전교를 내렸다. 회절강으로 도성과 경기는 한강, 평안도는 대동강, 황해도는 예성강, 충청도는 금강, 강원도는 소양강 으로 지정했다. 지정한 날에 지정한 강에서 몸을 깨끗이 씻게 하고, 환향녀들을 따뜻이 맞아 들이도록 하였다.
그러나 그 '환향녀'가 '화냥년'으로 음독이 변하여, 지금껏 정절을 자진하여 훼손한 여인으로 불리우고 있음을 볼때, 우리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것 이다.
화냥년.
37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 일이 지저분한 단어의 대명사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고 무능한 국가에 의해서 비롯된 피해자인 그 들을 두번 죽이는 일이 될것 같아서 이제는 그 단어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전해봅니다.
5봉에 올라선다.
여기가 정상이구나!
해발 779m
정상비 앞에서 인증 샷을 찰칵!
풍성한 오찬이 펼쳐진다.
오르쇠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는 마네의 그림 '풀밭위의 점심식사'가 생각난다. (물론 외설 시비에 휘말렸던 그런 모습은 아니지만.)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일어나 하늘을 본다.
얇은 솜사탕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연한 햇볕은 온몸에 비누칠을 해주고, 시원한 가을 바람은 물줄기가 되어 깨끗하게 씻어주고 있다.
이제는 하산길.
내려가다 천단에 오른다.
기암괴석의 장관.
감히 어찌 필설로 감당하랴.
바위와 소나무의 어우러짐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아! ~
아! ~ ~
아! ~ ~ ~
"거 참 여기서 보니 그 바위 모습이 참 묘하네?"
밑에서 보는 천단의 뾰쪽한 바위가 거시기를 닮아 보인다.
오봉산 최상의 아름다운 모습일 듯한, 강한듯 흘러내려진 가지를 가진 소나무도 가까이에서 맞아준다.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아주 위험한 구간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것이 더욱 아름답고 재미있다.
산행객을 위하여 설치된 안전 자일을 잡고, 돌아서 바위가 깨지지 않을까 조심하며 한발작 한발작 기묘한 바위를 내려오는 이맛!
역시나 여기서도 자화상님은 마나님을 조심스레 챙겨준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의 제목과도 같은 모습이다.
자연이 선사한 풍화한 바위 틈새의 터널, 미끌어질 듯 가파른 바위와, 경사가 심한 내리막.
어느덧 청평사에 도착 했다.
처음 고려 광종조에 지어졌다가 선종때 다시 지어졌다는 이 절은 오봉산을 배산으로, 소양호를 임수로 하여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며, 해탈문, 삼층석탑(공주탑), 영지, 회전문 등이 있고, 입구에는 구성폭포와 전설을 간직한 공주굴 등이 있다.
천천히 내려와 선착장에 도착한다.
잠깐을 기다려 도착하는 유람선에 오르니, 금새 선내엔 승객으로 가득해 진다.
소양호로 가는 배안에서 보는 산은 황홀하지는 않지만, 뱃전을 두드리는 물결을 바라보며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소양댐에 다다라 선착장에서 위로 오르다 보니 옛 추억이 생각난다.
그네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는지......
여인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고마운 아저씨의 소형 버스에 오른다.
이제 오봉산의 추억을 이곳에 심고, 오늘의 산행은 뒸풀이 만이 남았구나.
언젠가 이곳에서 오늘의 추억을 곱씹으며 산우들을 생각하게 될지, 아니면 먼후일까지 이네들과 같이하게될지, 오늘의 일도 확실하지 않은데 내일의 일을 어찌 예견하랴......
지방의 명물은 역시나 맛있다.
고마운 마음에 더욱 더 닭갈비가 입맛을 돋운다.
이빨 치료차 술을 못마시니 앞에 있는 술병에 더 더욱 눈길이 다가간다.
'그래 조금만 참자'
남춘천역의 역사로 오른다.
"이거.. 아니예요?"
장갑과 스틱이다. 걸어가며 배낭속의 버스카드를 찾다가 떨어진 모양이다.
"맞아요. 제거예요."
받아 들기만 하고 고맙단 인사도 못했다.
순남님 이제야 늦게나마 고맙단 말을 전합니다.
상봉역에 내린다.
백장미님의 초대에 노래방으로 향한다.
다들 재미있게 노신다.
나만 바보 같다.
그래도 나역시 신바람이 난다.
마지막 커피 한 잔은 즐거움의 마무리 였다.
오늘의 산행.
아름다웠다.
스릴 있고 재미있었다.
이들과 오랜 시간 같이 산을 즐기고 싶다.
첫댓글 긴 산행의 여정을 한화면에 전부 사실적으로 담아서 마치 연속되는 영화필름을 돌리듯이 써 내려가는 글솜씨 정말 대단합니다. 한편의 단편소설 같은 글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다음 산행이 더욱 기대됩니다. 일품님 최고!!
감사합니다.
자화상님의 부드러운 말씨도 듣기가 좋았구요, 참 아름다운 산 이었읍니다.
다음 산행에서 뵙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