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항생제 남용으로 심화되고 있는 내성 문제는 많은 의료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항바이러스 제제에 대한 내성에 비하면 항생제의 내성은 작은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항생제란 세균(박테리아)에 작용하는 약물입니다. 세균은 세포로 이루어진 하나의 완전한 생물체이기 때문에 약점을 공격해 균형을 무너뜨리면 퇴치할 수 있습니다. 항생제가 세균을 공격하는 방법은 크게 총 4가지로 분류할 수가 있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세포벽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항생제로 유명한 페니실린을 예로 들어보면 페니실린은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방해 함으로써 항균작용을 합니다. 항생제는 여러 가지 세대와 종류가 개발되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약물개발보다 세균의 진화속도가 더 빠르다 보니 항생제 내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치료의 속도가 더디거나 불가능한 ‘슈퍼 세균’이 속속 출현하고 있으며 이것들은 아주 심각한 사회문자게 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세균처럼 균형을 유지하는 생명체가 아닙니다. 우리도 요즘 잘 아는 DNA 와 RNA(두 가닥의 DNA를 풀면 한 가닥의 RNA가 됩니다.)로 이루어져 있어 혼자서는 번식할 수 없습니다.
대신 하나의 세포 속에 들어가 세포 속의 도구를 빌려 번식합니다.
에이즈나 에볼라 간염 바이러스가 대표적입니다. 우리가 가장 흔히 앓는 감기나 수두, 대상포진도 마찬가지로 바이러스 질환입니다. (SARS와 조류독감도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바이러스는 세균처럼 정형화된 모양이 없고, 변이가 아주 심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에 꼭 맞는 항바이러스제제의 개발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에이즈 치료제 간염치료제 등을 만들기가 어렵고 현재 시판 중인 약물도 몇 가지 되지 않습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약물들도 대부분 약물에 대한 내성을 이미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사들도 이 문제를 모두 알고 있지만, 딱히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내성이 생기면 다음 약물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리고 또 내성이 생기면 다른 약물을 기다리는 악순환이 계속 됩니다.
지금도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이하고 진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회 이슈화되지 않았을 뿐 머지않은 미래에 감기나 간염의 치료에서 바이러스의 내성을 걱정해야 할 시기가. 아니 이미 도래해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 사건의 ‘제2부’가 곧 개봉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저도 한 사람의 의료인으로서 항바이러스제제의 내성 문제를 미리미리 점검해볼 필요가 있음을 강력히 천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