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 1,2>,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그리고 <니모를 찾아서>까지, 월트 디즈니는 컴퓨터그래픽 기술력을 가진 픽사 스튜디오와 연합해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그야말로 새로운 장을 연 셈.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 2004)는 뒤이어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타석에 들어선 브래드 버드(Brad Bird) 감독의 쾌심작이다.
제목 그대로 실로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흥행성공을 거둬냈다. <아이언 자이언트>(1999)의 대실패 후 와신상담했을 감독의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 영화는 슈퍼영웅에서 은퇴 후 평범하게 살던 초능력 슈퍼 히어로 가족이 어쩔 수 없이 세계를 구하러 나선다는 이야기, '코믹 액션 가족 모험 애니메이션'이다. 웃기고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모험의 세계가 시종 재미있게 펼쳐진다.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는 <아이언 자이언트>를 하기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그건 어릴 적 봤던 모험영화와 스파이영화, 코미디, TV쇼, 코믹 북을 뒤섞은 스튜인 셈이다. 거기에 내 가족이야기를 섞었다."라고 말한 브래드 감독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 <인크레더블>에는 베이비 붐 세대 출생으로서 그가 경험한 갖가지 클리셰(Cliche)들이 오밀조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과거의 진부한 표현들을 이용해 장르자체를 풍자하거나, 희화적인 모방, 또는 패러디를 통해 친숙함을 담보하는 한편, 독자적인 자기스타일을 추구한 셈.
초인영웅들의 씨를 말리고 홀로 슈퍼히어로가 되려는 신드롬(인크레더보이)을 악의 축으로 어수룩한 졸개들로 구성된 악당들이 지키는 외딴 섬의 기지라든지, 야심한 시각을 틈타 은밀히 기지로 침투한다든지, 혹은 기상천외하고 황당무계한 방법으로 위기일발의 촉박한 상황에서 벗어난다든지, 과거 1950~70년대 첩보 액션물이나 코믹액션만화 등에서 익숙한 그 모든 장면과 상황 극이 줄줄이 펼쳐진다. 관객들이 정서적으로 관계를 맺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사운드트랙의 초점 또한 그러한 영상전개에 맞춰져 있음은 물론이다.
집필이 끝나기 전부터 감독이 마음에 그린 음악은 1950~60년대 주로 어두운 범죄수사드라마와 영화사운드트랙의 중요한 줄기를 형성했던 사운드. 재즈(스윙, 비밥)음악 중에서도 빅 밴드 재즈(Big Band Jazz) 특유의 풍성한 스윙감이 주는 경쾌한 액션사운드와 역시 재즈가 가미된 대편성관현악협주가 상징적인 테마를 뽑아내는 '007 제임스 본드'뮤직이었다. 비디오 게임 <메달 오브 오너: 언더그라운드>(Medal of Honor: Underground)와 텔레비전 시리즈음악<로스트>(Lost)와 <앨리아스>(Alias)를 작곡해 인지도를 확보한 마이클 지아키노(Michael Giacchino)는 감독취향에 맞게 효과음조의 미키마우징 전자음향을 멋지게 혼합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의 유쾌한 감흥을 이끌어 낼 사운드트랙을 주조해냈다.
우렁찬 트럼펫 팡파르와 트럼본 '와와'사운드가 상징적인 브라스, 비브라폰의 청명한 울림, 에로틱한 색소폰, 질주하는 팀파니와 박진감을 불어넣는 드럼이 주요악기로 편성된 재즈 오케스트라의 강렬하면서도 유려한 화음이 주는 음색은 흑백시대를 배경으로 한 내러티브의 시공간적 정보를 강화하는 역할로 작용한다. 아이들에게는 음악이 단순한 자극제일지모르나 어른들은 그 익숙한 사운드를 통해 영상의 상황적 문맥에 동감할 것이다. 그 모든 음악소스의 배합이 '본드뮤직'의 장인 존 베리(John Barry)의 <골드핑거>(1964), <007 두 번 산다>(1967), <007 여왕폐하 대작전>(1969)과 '재즈 오케스트라'의 장인 헨리 맨시니(Henry Mancini)의 <핑크 팬더>(1964) 그리고 범죄, 첩보 액션물 음악의 명장 쉬프린(Lalo Schifrin)의 <미션 임파서블>에서 나온 산물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옛 영화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음악을 최신 컴퓨터기술이 만들어 낸 만화의 현란함 안에 영리하게 삽입시킨 브래드 버드 감독의 감각이 놀라울 따름이다. 사운드트랙이 주는 감성적 만족감 덕분에 도리어 어른들의 흥미가 배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