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04-12 14:52:00
선운사하면 미당 서정주 님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가 떠 오를 것입니다.
"선운사 골짜기로/ 선운사 동백꽃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선운사 동백나무 숲을 유명하게 만든 시다. 초가을 화려하게 선운사를 수 놓는 꽃무릇과 함께 4월 중순부터 동백꽃이 만발하면 선운사의 봄은 끝난다. 선운사 동백은 늦동백이다.
4월 초순이면 나는 산을 고르는 호사를 맘껏 누린다. 봄내음 물씬 풍기며 화려하게 자태를 뽐내는 봄산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화개 벚꽃의 불일폭포 가는 길이나, 하동 성제봉의 섬진강변의 봄은 유별나서 좋고, 통영 용화사 미륵산 벚꽃과 미륵도의 동백꽃은 화려해서 미치겠고, 영암 월출산과 도갑사 일대의 벚꽃은 그대로 장엄하고, 여수 영취산의 진달래는 선연해서 좋고, 강진 만덕산 동백 숲과 다산초당 길은 역사의 숨결처럼 은은해서 좋다. 여기에 결코 뒤지지 않는 산이 고창 선운산이다.
선운산은 높이가 낮아도 매우 깊은 멋이 있는 산이다. 300미터 안팎의 고만고만한 산봉들이 올망졸망 둘러 서있어 높이만으로는 야산 이상의 대접 받기가 어려울 것이지만 선운산은 예로부터 명산의 반열에 들어있었고, 지금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다양한 볼거리와 기암봉들의 위용이 1,000미터급 산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천마봉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기암봉들 - 낙조대, 배맨바위, 사자바위, 투구바위, 탕건바위, 안장바위 등 - 이 선운산 곳곳에 서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인다. 특히 도솔암 내원궁에서 둘러 본 주변의 복잡다단한 골짜기와 층암절벽들은 그 오묘한 공간미로 인하여 구름에 누워 참선한다는 뜻을 지닌 참선와운의 글귀에서 선운이라는 이름이 나왔음을 감탄케 한다.
선운산은 익산 미륵사나, 화순 운주사와 같이 미륵불의 도래를 기원하는 민중들의 염원이 깊게 서린 곳이다.
선운산 산행은 그동안 경수산을 포함하든 안하든 마이재를 거쳐 도솔봉, 참당선원에서 천마봉으로 의 길이 주류였으나, 도솔제에서 투구바위, 사자바위, 청룡산, 천마봉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코스가 각광을 받으면서 선운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길로 자리잡았다.
낙조대가 있는 천마봉과 도솔암의 내원궁 일대가 선운산의 백미이니 놓치지말고 꼭 들러보시길 권한다. 아울러 4월 초순에는 고창읍성(모양성)의 벚꽃도 좋고 서해 바닷가의 쭈꾸미가 제철이다.
- 산행길잡이 -
1. 선운사 - 자연의집 - 도솔암 - 천마봉 (산행시간 1시간 30분)
선운산의 핵심을 보는 코스로 선운사에서 도솔암까지는 계곡따라 너른 길이 나있다. 최근 자연의 집에서 도솔암까지 보행자를 위한 새길을 개설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탐승과 가벼운 산책
길로 제격이다. 하산로로 이용하면 좋다.
2. 관리사무소 - 경수산 - 마이재 - 도솔산 - 참당선원 - 소리재 - 도솔암 (산행시간 4시간)
도립공원 선운산 관리사무소 옆의 널찍한 주차장에서 북쪽으로 보면 산새도호텔과 동백호텔이 보이는데 그 건물 사이로 경수산 오름길이 있다. 등산코스를 짧게 하려면 선운사에서 석상암으로 가서 마이재로 바로 오르면 된다.
3. 선운사 - 자연의 집 - 도솔제 - 투구바위 - 사자바위 - 청룡산 - 천마봉 - 도솔암 (산행시간 4시간 30분)
최근 개설된 선운산의 새 산행 길로 선운산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권하고 싶은 코스다.
- 추천코스 -
선운사 - 자연의 집 - 도솔제 - 투구바위 - 사자바위 - 청룡산 - 천마봉 - 도솔암 - 자연의집 -
선운사
선운사 앞 계곡을 따라 녹차 밭이 펼쳐진 너른 길을 700m쯤 오르면 골이 크게 두갈래로 나뉘는데 왼쪽 휴게소 앞길로 올라가면 도솔저수지가 나온다. 도솔저수지 제방에서 곧장 가는 너른길은 희여재로 가는 길인데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 잘 이용되지 않는다.
저수지 둑길을 따라 가다보면 철사다리가 나오며 산길이 숲 속으로 이어진다. 무덤 흔적을 지나 왼편으로 속살바위 표지판이 있고 산길은 곧장 능선으로 이어진다. 능선에 올라 왼쪽 오름길을 5분쯤 오르면 곧 투구바위가 나온다. 투구바위는 크게 두덩어리로 쪼개져 있고 그 양쪽 벽면에는 무수하게 볼트가 박혀있다. 바위사이 길을 따라 내려서다 왼쪽 능선길을 오르면 바로 밧줄이 매달린 짧은 암벽이 나오면서 소나무와 잡목 그리고 진달래 무리 사이로 길이 이어지며 암릉 조망처가 군데군데 있다.
계속 능선길을 따르노라면 짤막한 바위 능선과 사방이 트인 조망처가 간헐적으로 나타나고 앞에 피라미드처럼 우뚝한 암봉이 나오는데 바로 사자바위다. 투구바위에서 약 1km 거리의 사자바위는 가파른 능선인데 긴 동아줄이 매어있어 크게 위험하지 않다.
사자바위 정상에서의 조망은 도솔암 일대의 풍광이 뛰어나 첩첩하고 층층인 바위 절벽들의 조화를 볼 수 있다. 긴 성곽같은 사자 등뼈를 지나면 338m봉을 만날 때까지 육산능선인데 중간에 도솔암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다.
사자암 1Km 희여재 1Km, 청룡산 1Km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서 있는 338m봉에서는 오른쪽 길로 내려서면서 곧 갈림목이 나오고 곧장 오르면 돌탑이 여기저기 쌓여있는 암릉으로 이루어진 쥐바위다.
밧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10여분 쯤 가면 청룡산이 나오는데 동호해수욕장과 멀리 불갑산 등 서해 바다가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청룡산에서 해리 하련마을로 내려 설수 있다.)
배맨 바위를 지나 긴 철사다리를 내려서면 곧 낙조대고 천마봉이 눈앞이다. 천마봉 하산 길보다는 용문굴을 거쳐 내려가는 길이 볼거리가 좋다.
- 가는길 -
광주에서 호남고속도로 정음 I.C를 이용해 22번 국도를 타거나 내장산 I.C에서 747번 지방도를 타고 성내에서 22번 국도로 진입하거나 708번 지방도로로 가다 흥덕에서 22번 국도를 타는 방법이 있고 백양사 I.C를 이용할 경우 15번 도로를 타고 고창읍을 지나 선운사로 가면 된다.
광주나 고창읍에서 버스를 이용해도 되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선운사 I.C에서 나가면 된다. 선운사 표지판이 곳곳에 있어 찾아가기가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