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가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인 ‘골든타임’을 교통, 추락사고 환자의 경우는 60분, 심장마비 환자의 경우는 5∼10분으로 봅니다”
가천의대 길병원의 응급의료팀을 이끄는 이근 교수(응급의료센터소장)는 골든타임을 넘기면 그만큼 사망률이나 후유증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최씨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보호자의 신고와 구급차의 출동이 빨랐고 현장에서 응급구조사가 기본심폐소생술 처치를 했으며 병원에선 응급전문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처럼 심장정지 때문에 구급차로 실려오는 환자는 한달에 40여명에 이르지만 완치돼 걸어서 나가는 사람은 3명뿐”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국내병원 평균은 3∼4%인 1명에 불과하며 병원 도착전 사망하는 응급환자 수는 매년 3만∼4만명에 이른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국내병원에 응급실 전담 전문의가 없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도 원인중 하나다. 이 교수는 “3차병원의 13.9%, 400병상 이상 병원 46.9%, 그 이하의 중소규모 병원의 71.1%에서 응급실 전담 전문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선진국에선 응급구조사가 환자를 병원에 이송시키면서 필요한 전기충격, 응급약 투입 등의 고급응급조치를 시도하지만 한국은 아직 기초응급조치만 하는 정도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래 유방암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외과의사. 하지만 길병원에서 85년부터 5년간 응급실장을 맡으면서 제때 응급실에 도착을 못했거나 적절한 치료를 못해 살릴수도 있었을 환자들이 어이없이 죽는 것을 보고 응급의학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 교수는 92년 길병원에 인천 경기지역에 처음으로 응급의학과를 개설했다.
이 교수는 1주일에 한번은 다른 교수와 똑같이 당직을 선다. 그는 외국의 학회에 참석하더라도 길병원 응급센터에 전화해서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할 정도로 세심하다.
길병원이 99년 3월 경인 및 서해안 지역을 담당하는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면서 이 교수는 이곳 센터의 경영까지 담당하는 총책임자가 됐다. 이곳에 근무하는 응급의료팀은 이 교수외에 뇌혈관팀의 박철완, 심폐소생팀의 양혁준 김재광, 외상팀의 현성열, 소아응급팀의 류일, 중독팀의 임용수, 응급방사선팀의 진욱 김승권 교수로 총 9명. 이외 전공의가 14명, 간호사가 25명, 응급구조사가 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의료진을 보유하고 있다.
센터엔 연간 평균 내원 환자가 6만5000여명이며 입원환자 1만5000여명 응급수술 1500여건 심폐소생술 340여건을 시행해 전국 규모로도 최상위권. 응급실에 이처럼 많은 환자가 오지만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처럼 붐비지 않는다. 이는 환자가 오는 즉시 의사가 가벼운 증세의 환자인지 중한 환자인지 구별해 가벼운 환자는 응급실에 따로 마련된 외래실로 보내 진찰하며 중한 환자는 각 팀 담당교수가 5분내에 조치를 취해 수술실이나 입원실로 올리기 때문.
응급의학과 과장인 양교수는 “심장병이나 고혈압 환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 보호자는 당황하지 말고 목부위를 올려주거나 턱을 당기고 앞 이마를 뒤로 살짝 눌러 기도를 유지시켜 숨을 쉬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또 환자가 구토를 할 때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이물질이 기도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양 교수는 “119신고 외에 권역응급센터에 설치된 응급의료정보센터 1339도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1339는 공중보건의가 주변 병원에 관한 각종 정보와 응급조치 방법 등을 전화상으로 상담해준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센터엔 약물중독으로 찾아오는 환자도 최근 늘고 있는데 10명중 4명이 수면제나 살충제를 먹고 실려온다”며 “집에서 우유 등을 먹여 구토를 하게 한 뒤 빨리 병원에 이송을 시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전국에 18곳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광역단위의 108개 지역응급의료센터, 580여개 지정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실을 지도 관리하며 응급환자만을 전담하는 의료기관. 또 재난 재해시 거점병원으로 사용되며 응급의료인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는 96년 충남대병원, 경북대병원, 전남대병원, 길병원 4개에서 출발해 지금은 총 18개로 늘어났다(표참조). 각 시도에 1개씩은 있는 셈.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될 조건은 응급환자의 진료를 위한 검사실 방사선실 중환자실 수술실이 있어야 하며 응급전문의 수는 최소 3명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응급 전문의 수를 만족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반 정도다. 원주대 기독병원과 전남대 병원이 ‘심혈관응급’으로 잘 알려져 있다. 1339를 운영하는 응급정보센터는 총 12곳.
한편 응급환자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각 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하는 것 말고도 상식적으로 생활응급처치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대한응급의학회 대내외교육위원담당 안무업 교수(춘천 성심병원 응급의학과 033-242-0730)는 “생활응급처치는 심장마사지와 인공호흡이 대표적이며 이것만으로 환자의 생존율을 30%정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