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2] 전남대를 빛낸 동문들 - 활발한 사회 봉사활동 펼치는 이정애 의대교수
나를 넘어 남을 위한 봉사의 삶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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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가운 안 입는 대신, 다른 옷 더 많이 입는 의사, 예방의학과 이정애 교수
“오늘 할 일 내일로 안 미루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 하면 돼요”
사회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 출발점… 남은 인생 ‘환경’에 관심 쏟고파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를 만났다면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교육에 대한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다. 교육 관련 학회에서 수년 째 활동하며 얼마 전에는 교육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책을 좋아하고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하다. 2년간 도서관장으로 일하며, 삭막했던 전남대 도서관을 책과 문화의 공간으로 바꾸어 놓기도 했다. 문화에도 관심이 많아 문화재단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광주전남환경연합 공동의장으로서 환경 운동에도 관여하고 있다. 때문에 밖에서만 24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하루가 시간도 모자랄 것 같지만 취미는 요리와 청소하는 것이란다. 직업이 대체 뭘까?
그는 의사다. 평범한 의사는 아니다. 독감에 걸린 후에 만나는 사람이 평범한 의사라면, 독감에 걸리지 않으려고 독감 백신을 맞으러 갔을 때 간접적으로 만나는 의사는 예방의학과 의사다. 그는 모교 병원 예방의학과 이정애 교수(의학․71년도 입학)다.
▶ 아프기 전에 치료해주는 의사?
남들이 모두 평범한 꿈을 적어낼 때, 이정애 교수는 ‘사회사업가’를 장래희망 란에 적어냈다. “‘사회사업가’가 무엇인지도 정확히 몰랐어요. 어려서부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만 생각했어요.” 그가 대학에 진학할 당시에, 의사로 있던 오빠를 보며 그 직업을 가지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의대에 다니며 열심히 공부도 하고, 당시 한 학년 전체 80명 중 7명밖에 안 되는 여학생들과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내기도 했다. 졸업할 당시 내과나 소아과 등으로도 갈 수 있었지만 ‘예방의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남들이 다 하는 건 하기 싫고,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예방의학을 하면 제가 의도했던 ‘사회 기여’라는 것도 더 크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특히 당시 이 교수의 은사인 고 송인영 교수의 이야기가 어려서부터 ‘사회사업가’를 꿈꿨던 이 교수의 가슴을 크게 울렸다. “좋은 의사는 사회적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아픈 환자만 돌보는 게 아니고, 사회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 의사가 진정 좋은 의사라는 가르침을 주셨죠. 이 가르침이 예방학을 하겠다고 결정하게 된 결정적 계기에요.”
예방의학.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분야다. 사람들은 흔히 ‘의사’ 하면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아프기 전에 아프지 않도록 미리 예방해주는 직업도 의사다. 흰 가운 대신, 환자 앞에 종일 앉아 있는 대신, 건강한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계속 건강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고민하고 관리한다. 일반적인 의사와 환자가 1대 1로 맺어진 관계라면, 예방의학과 의사는 일반 국민과 1대 다수로 맺어진 관계다.
남들이 모두 평범한 꿈을 꿀 때 이정애 교수는 ‘사회기업가’를 꿈꿨고, 그 꿈은 의대로 이어졌으며, 지금의 예방의학과 이정애 교수를 낳았다. 평범한 의사들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동안, 이정애 교수는 아픈 사람을 덜 만들기 위해 국가 보건의료 사업에 관여해 정책적인 면에서 힘을 썼다. 노인성 치매, 고혈압, 당뇨 등의 질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 이러한 만성 질환을 막을 수 있도록 금연․절주 운동 프로그램을 짜는 것까지도 이정애 교수가 몸담고 있는 예방의학과에서 하는 일이다.
▶ “제가 CEO라면 스펙 보다 인성을 보겠어요”
학교 바깥에서 전남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보건 의료 사업 ‘정책가’로서 활동했다면, 학교 안에선 꼼짝없이 ‘선생님’일 수밖에 없었다. 교육에 대한 이 교수의 열정은 바깥에서의 활동력 못지않다. 대한의학교육학회 총무이기도 한 그는 저서, 학술 강연, 워크숍 활동, 학습매체 제작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의학 교육 발전을 도모한 공로로 지난 해 ‘한국의학교육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실질적인 의학 교육 발전에도 관심을 쏟아왔지만, 그에 앞서 ‘사람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과정에 ‘책’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2009년 전남대 최초로 여성으로서 도서관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학교를 들여다보니, 학생들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책을 많이 읽기 보다는 영어 공부, 컴퓨터 자격증 공부 등 소위 ‘스펙’ 쌓기에만 혈안이 돼있더라고요. 제가 CEO라면 인품이 바르고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해서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한 친구들 뽑을 것 같거든요.” ‘취업 전사’가 아닌 ‘바른 사람’을 만들겠다는 이 교수의 생각은 도서관에 차곡차곡 꽂혔다. “도서관을 많이 찾게 하고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도서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즐거운 이벤트들을 최대한 많이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전시회도 열고, 서평대회도 열었어요. 또 모든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책을 꾸준히 읽어 그 책들에 관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졸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 읽는 동아리들을 운영하기도 했어요. 북카페 ‘서지향’도 그냥 노는 공간이 아니라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생각으로 어렵게 만들었죠.” 학생들을 위한 사업 외에도, 학과전문사서제와 도서관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고문헌 아카이빙 사업도 이 교수가 있는 동안 시작됐다. 이 교수가 도서관장으로 있었던 2년간 우리 대학 도서관은 책들만 가지런히 꽂혀 있는 공간이 아닌, 문화와 상상력으로 피어나는 공간이 됐다.
▶ 여성용봉회 활동에서 시작된 학교 사랑
이 교수의 이런 열정적인 활동은 학교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여성용봉회 창립 첫 해인 2007부터 4년간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었다. “사실 여성용봉회 창립 준비에는 관여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회장을 해보겠냐는 제안이 왔고 학교를 위해 무언가 해보자는 마음으로 했어요. 하다 보니까 오히려 학교에 대한 사랑이 더 커지더라고요.” 2년 전에는 여성용봉회에서 우리 대학 여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5백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여성 동문으로 이루어진 모임인 만큼, 재학생의 절반 이상인 우리 대학 여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크다. “여성용봉회 숫자가 많지 않은 데다 모두들 자기 일로 바쁘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서 여성 후배들한테 무언가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학생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하잖아요. 쉬운 말 같지만 참 어려워요. 정말 부지런해야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을 수 있거든요. 저는 늘 자기 전에 다음날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해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고요. 그래서 이것저것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남은 삶은 환경에 관심 쏟고 파
그는 환경에도 관심이 많다. 예방의학의 한 분야가 ‘환경’이다. 우리가 사는 환경이 깨끗하고 잘 보존돼야 인간도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광주전남환경연합 공동의장으로 있으면서 환경운동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는 크게 관여하지 못 했는데 앞으로는 자신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교육’과 환경을 연관시켜 ‘환경 교육’에 힘쓰고 싶다고 한다. “은퇴 이후에 무얼 하면 좋을까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데, 환경 쪽에 관심을 좀 쏟아볼 생각이에요. 일본에서는 엄마들 대상으로 환경 교육도 많이 시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거든요. 제가 관심을 많이 쏟았던 교육과 환경을 잘 엮어서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의미가 클 것 같아요.” 어떤 일을 맡으면 엄청나게 집중하고 몰두해서 잘 해내려고 노력한다는 이 교수. 그가 장래희망 란에 적었던 ‘사회사업가’의 모습이 이런 것 아니었을까. 은퇴 후 인생도 지금까지의 삶이 그랬듯 ‘남을 위한 삶’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 “제가 즐거우니까 이것저것 하는 거예요. 저는 바쁜 와중에도 하루하루가 늘 즐거워요. 걱정이 별로 없어요. 사람하고 만나서 하는 일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또 제가 사람을 좋아하니까 사람들도 저를 좋아해줘서 일이 잘 풀리는 편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남을 위한 삶’이면서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 이 교수는 내년에 환갑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은 ‘동안’이다. 마음으로 늘 기뻐하고 자주 웃기 때문인 것 같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행복이 온다고 하잖아요.” 예방의학과 교수답게 인생을 건강하게 잘 사는 법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것일까. 그의 미소가 말한다. 정기 검진, 예방 주사도 질병을 막을 수 있지만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항상 웃으며 살면 그처럼 건강하고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김수지(법학․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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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 동문
전남여자고등학교 졸업 1969년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입학 1971년
전남대학교 대학원 석사 졸업 1982년
전북대학교 대학원 박사 졸업 1987년
전 대한모자보건학회 회장
전 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
전 대한노인병학회 회장
전 전남대학교 도서관장
현 광주전남환경연합 공동의장
현 대한예방의학회 회장
현 광주문화재단 이사
현 건강백세포럼이사장
현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예방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