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곡물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이다보니 한번쯤 정리도 할겸 장황한 글을 올립니다. 여기에 적는 내용들은 제가 그동안 고수님들에게 주워들은 얘기들과 원저자를 알수없는 인터넷상의 공개된 자료를 참고한 것입니다. 귀중한 자료를 주신데 감사드리며 무단으로 이용한것에 대하여 사과 드립니다.
서언 : 왜 완전곡물(All grain)을 하려 하는가. 씰데없이 힘들게시리... 이에대한 답은 대영님이 쓰신 글중에 '어느날 갑자기 인스턴트 커피와 원두 커피의 차이를 느껴보고 싶었다'라는걸로 설명하면 되겠읍니다.
1. 일단 엿기름과 맥아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엿기름은 주로 6열보리를 사용하여 싹을 틔운후 건조시켜 만듭니다. 건조 또한 햇빛에 널어서 말리거나 건조기에서 40도 정도의 열을 가하여 10여시간정도 말린다고 보면 되겠읍니다. 함수율이 18%정도 된다고 합니다.
2. 이에 비하여 맥아는 주로 2열 보리를 이용하고 역시 같은 방법으로 싹을 틔워 말리는데 40도정도에서 10여시간, 80도정도에서 다시 10여시간을 건조시킨것입니다. 건조가 끝난 맥아는 함수율이 6% 미만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많은 노하우가 필요 합니다. 이것을 영어로는 몰트(Malt)라고 합니다.
3. 6열 보리는 겉보리입니다. 이삭에 여섯줄로 알맹이가 붙어 있지요.
4. 2열보리는 6열중 4열이 퇴화하고 2열만 남게되는 보리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읍니다. 품종으로는 대영(신대영?), 단원, 남향, 진양, 삼도, 제주, 사천, 일진, 두산, 신호보리등이 있읍니다. 보리알이 굵고 일정하며 발아율이 비교적 높기때문에 맥주용 보리로서 6열보리에 비하여 아주 좋습니다.
5. 보리와 맥아의 차이는 가공되지않은 보리상태이냐, 보리를 싹틔워 건조시킴으로서 당화효소를 갖게 한것이냐의 차이 입니다. 보리에서 싹이 나서 그 싹의 길이가 필스너 몰트는 몸체의 2/3~3/4, 다크 몰트는 3/4~1정도이고 침지후 7일정도 되었을때가 당화효소가 가장 많이 생성된다고 합니다. 그걸 건조시킴으로서 더이상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이지요. (불쌍한 보리들입니다. 피어보지도 못하고 지다니...) 이 과정을 우리말로는 제맥이라고 합니다. 이 역시 많은 노하우가 필요 합니다. 국내 맥주회사들은 각기 제맥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기도하며 좋은 맥아를 만들기 위하여 무진 애를 쓰고 있읍니다.그러나 뒤에서 언급되겠읍니다만 보리 자체의 품질이 외국산에 비하여 떨어지는 관계로 애를 많이 먹고 있읍니다. 위에서 이미 간파하신분도 있겠지만 두산(OB지요. 제가 속해있는 코카콜라와 과거에 같은 계열사였읍니다. ㅎㅎㅎ)이라는 맥주 품종까지 있는걸로봐서 맥주회사들이 얼마나 좋은 맥아를 만들기위해 애썼는지를 알 수 있읍니다.
6. 현재 국산 맥주보리와 외산 맥주보리는 가격면에서 약 4배 이상이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2000년 산 국산 맥주보리의 경우 공장 입고 시까지의 보관비용, 수송비 등 제 부대비용을 제외한 수매 가격만을 보면 1 등품은 965.75원/Kg, 2 등품이 915.5원/Kg으로 평균 940.6원/Kg인 반면에 외산 맥주보리는 233원/Kg(환율 1300원 기준)으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제반 부대비용을 합산하면 이보다도 더 비싸게 구입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지요. 얼마전 '비아냥거리기'에서 김균열님이 퍼올리신 글이 절대 근거없는 비아냥이 아니었다는게 증명됩니다. 그렇지만 정부에서는 국내 농업보호를 위하여 270%라는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국산 맥주보리를 사게한 다음 일정량 이상(총 맥아 사용량의 30~40%)을 사면 관세를 되돌려주는(그렇다고 다 돌려주는것은 절대 아니구요.) 형식으로 운영해오고있으며 현재의 마이크로 부루어리도 같은 적용을 받고 있읍니다. 근데,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맥주회사들은 제각기 제맥공장을 가지고있으므로 그걸(국산) 써먹을 방법이라도 있지만 마이크로 부루어리들은 어떻게 써야 할까요??? 물론 제맥된 국산 맥아를 사도 같은것으로 인정하여 관세 환급은 된다고 합니다. 근데 그걸 사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기껏해야 맥아가 아닌 엿기름을 사고있는 정도입니다. 엿기름으로 맥주를 만들수도 있읍니다만 수율이 낮고(약 10~20%정도 떨어짐) 맥주에서 비린맛이 나는게 보통입니다. 그나마 가격이나 싸면 좋은데 훨씬 비싸다는 겁니다. 그래도 사서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관세를 환급받기 위해서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사야만 하지요. 마이크로 부루어리 술값이 비싸질수밖에 없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고 봐야겠읍니다.
7. 특수곡물이란 뭘까요? 위에서 계속 언급된 맥아들은 맥주의 기초를 이루는것들이기때문에 기초맥아(Base malt)라고 한다면 이 맥아들을 갖가지 방법으로 가공하여 맥주의 풍미나 향, 색도에 영향을 주는 특수곡물들이 있읍니다. 크리스탈 몰트니, 뮤닉몰트니, 캐러멜 몰트니하는것들이지요. 종류는 상당히 많으며 만드는 방법들도 다양합니다. 간혹 맥아가 아닌 보리를 구워서(Roasted barley; Malt라고 하지 않습니다.) 사용하는 경우도 있읍니다. 또는 보리가루를 섞어 쓰기도 하구요.(이건 특수곡물이 아닙니다.)
8. 독일을 제외한 국내외 맥주회사들은 맥아를 70% 정도까지 사용하고(우리나라 주세법에는 50%이상을 쓰도록 되어 있읍니다.) 나머지는 옥수수 전분등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비아냥거리기에 언급된 구황작물(대표적으로는 감자나 고구마)을 쓰지는 않는것으로 압니다. 옥수수에서 추출해낸 당을 맥아당(Maltose)이라고 하지요. 사실상 맥주의 품질에는 많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맞나?) 엄청난 맥아 수입관세에다가 다 만든 맥주에 또 상당액의 세금이 붙지요. 맥주 동호인으로서 맥주회사의 고충도 이해할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9. 품질상의 비교는 아래 표를 보시면 알 수 있읍니다.
비교항목이 뭐가 뭔지 모르는분이 많을것이므로 설명을 붙입니다. 또한 홈부루어로서 알아두면 좋겠지요.(이건 순전히 인용한 글이라서리 반말입니다. 이해 바랍니다.)
가. EXTRACT율
맥아 중에 있는 가용 물질을 추출하여 맥즙으로 전환된 양을 측정하는 분석항목으로 맥즙 수율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보통 단백질 함량이 높으면 Extract 함량은 낮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분석 결과, 국산은 Extract함량이 약 75% 수준을 보였고, 외산의 경우 81~82%로 약 6%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 조단백
맥주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맥아의 조단백 함량은 국산이 외산에 비해 높은 함량을 나타낸다. 국산의 경우, 조단백 함량은 14.5%를, 외산 맥아는 10~11.1%로 차이가 매우 심하다. 이 함량은 맥즙 수율 즉, Extract와 관계가 있으므로 근본적으로 국산 맥주맥도 조단백 함량이 12.5% 이하의 품종의 육종 및 재배방법의 연구가 진행되어 문제점들이 조속히 해결되어야 한다.
다. Kolbach Index
조단백 분해지수로 이용되고 있는 Kolbach Index는 맥아가 가지고 있는 총 질소에 대한 가용성 질소의 비율을 나타낸 값으로 단백질의 가수분해 정도를 %로 표시한 것이다. 국산 맥아의 측정치는 30%로 기준치 36%보다 약 6% 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맥아의 용해가 낮아서 그 만큼 단백질 분해도 낮아지게 된다. 그러나 외산 맥아는 거의 42 ~45%로 상당히 높아 맥아의 용해와 단백질 분해도 빨라 잔류하고 있는 단백질이 적어 맥주의 품질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 값이 작으면 결국 맥주로 제조되어 유통 단계에서 회전 기일이 짧아지게 하는 원인이 된다.
라. Hartong Index
맥주맥에서 맥아로의 전환 정도를 평가하는 지수로, 국산과 외산 맥아는 거의 비슷한 결과를 보여 맥아로의 전환에는 국산 맥주맥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 효소 역가
효소 역가는 맥아에 존재하는 α, β-amylase, maltase, proteinase, peptidase 등 모든 효소가 전분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활성을 측정하는 분석 항목으로, 국산 맥아가 외산 맥아에 비해 낮은 편이다. 효소 역가는 맥아의 단백질의 함량에 따라 효소 자체도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외산의 효소 역가가 매우 양호하기 때문에, 맥주 제조사에서 실질적으로 국산 맥아의 사용비율이 약 30% 정도이므로 큰 영향은 없다. 그리고 효소 역가는 제맥 공정 중에서 어느 정도의 값은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산 맥주맥의 경우도 문제 시 되지는 않는다.
바. Friability
맥아의 분상질 성분과 초자질 성분을 % 비율로 측정하여 용해의 척도를 예측할 수 있는 값으로, 이것은 Extract 수율 즉 양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분석결과 국산 맥아는 기준치인 80%에 상당히 미치지 못하는 약 60% 수준을 가지고 있으며, 외산 맥아의 경우에는 기준치 이상으로 양호하였다. 조단백 함량이 높은 맥주맥 일수록 Friability 값은 떨어지고, 값이 작은 맥아로 맥주를 제조한다면 맥주제품의 내용물 중 분해되지 않은 것들에 의해 유통 중에 혼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국산 맥아만을 사용하여 맥주를 제조한다면 큰 문제점에 봉착될 수 있다.
여기까지 이 장황한 글을 읽으신분이 있다면 인내력이 대단하시거나, 학구열이 아주 높거나, 할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보는게 맞겠지요? ^^;
어쨌거나 수고하셨읍니다. 저두 사실 일요일날 두시간에 걸쳐서 이글을 올렸었는데 올리는 순간 날아가버려서 무지 열받고 머리를 식힌후에 다시 또 작성해서 올리는거랍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여러 제현님들께서 지적과 첨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