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들이 참나무 꼭대기에 집을 지었다. 뒤늦게 게으른 수벌들이 몰려와 자기네 집이라고 주장하자 결국 재판을 열어 말벌이 판결을 맡았다. 말벌은 양측 모두와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단안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신중한 판단 끝에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였다.
“일단 이 벌집을 가져가서 꿀을 가득 채워 오도록 해라. 꿀의 맛과 모양으로 누가 주인인지 가려낼 수 있을 거야.” 수벌들은 이 요구를 거절했지만, 꿀벌들은 좋아했다. 그러자 곧 말벌의 판결이 내려졌다. “누가 이 벌집을 만들었는지 확실해졌어. 그러니 꿀벌들에게 노동의 수고와 그 결실을 주겠다.” -이솝우화 ‘꿀벌과 수벌’
내가 사는 청도의 이웃 마을 출신인 애국지사 매운 이정희(梅雲 李庭禧) 선생의 독립운동 행적을 찾아가다가 밀성 박순석(密城 朴淳碩)이 기록한 ‘매운의사 이공전(梅雲義士李公傳)’에서 매운 선생께서 일제강점기 상해임시정부 후원 비밀결사인 대한광복회의 조직책임자로 활약한 관련자 명단에서 재무책임자 최준(崔浚)의 이름을 발견하고 적이 놀랐다. 이분이 바로 경주 최 부자 집 가문의 마지막 어른이시다. 이 일이 탄로 나서 최준 선생은 일제 경찰로부터 말로 다 할 수 없는 큰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잘 알려진 대로 경주지방의 최 부자 집은 1600년대 초부터 1900년대까지 12대가 300년이 넘도록 부를 이어오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먼저 실천한 가문이다. 벼슬을 탐하거나 부당하게 부를 축적하지 않고 가진 것을 가난한 이웃에 나누어 주면서도 오랜 세월 동안 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소유한 일부를 떼어 남을 도우며 옳은 일에 썼다고 부자가 망하지는 않는다는 선례를 오늘날의 졸부들에게 남겼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런 선례는 최준 선생 당대를 넘기지 못하고 최악의 사례로 뒤바뀌면서 최 부자 집의 부와 명예도 끝나고 말았다. 1967년 제3공화국 정부는 박정희 대통령의 은퇴를 대비하여 그를 위해 경산시에 영남대학교를 설립한다. 설립이라기보다는 기존의 대구대학교와 청구대학교를 정부가 주도하여 인위적으로 합병한 것이다.
대구대학교는 최준(崔浚) 선생이 해방된 조국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1947년 전 재산을 털어 설립한 대학이었다. 1964년 대학의 재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최준 선생은 하는 수없이 당시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에게 학교 운영을 맡겼는데 1966년 삼성의 사카린 밀수사건이 터지면서 이병철은 여론 무마용으로 설립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정부에 헌납해 버린다.
청구대학교는 독립 운동가였던 야청 최해청(也靑 崔海淸) 선생이 1950년 ‘제2의 독립운동가 양성’이라는 기치 아래 전 재산을 털어 세운 대학이었다. 1967년 신축교사 붕괴사고가 발생하고 경리부정까지 겹쳐 이사회가 형사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설립자를 배제한 채 학교를 정부에 넘김으로 영남대학교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1980년 박근혜가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영남대학교는 박근혜를 등에 업은 최태민 일가가 대학 운영에 관여하게 되었다. 이들은 최준 선생이 영남대에 기부한 울주군 선산 10만 평과 100억대의 경주 불국사 앞 땅 1만 2천 평을 매각하면서 이면계약서를 작성하여 거래 차액을 그들의 치부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두 대학의 설립자 후손들은 지금도 당시 이후락 대통령비서실장의 기획 아래 강압적으로 이루어진 합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설사 자발적으로 헌납했다 치더라도 정부에 헌납된 대학이 어떻게 해서 사학으로 둔갑하여 돈 한 푼 낸바 없는 박근혜에게 넘어갈 수 있었느냐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나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 조국 근대화에 이바지한 공(功)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렇다고 그가 행한 과(過)까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제강점기 매운 이정희 선생과 같은 분이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할 때 그는 만주 군관학교와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만주에서 활동하는 우리 독립군을 토벌하던 일본군의 장교였다.
지금은 비록 영어의 몸이 되어있지만, 일본군 장교 출신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독립운동가 최준, 최해청 선생께서 사재로 세운 영남대학교 이사장을 하고, 일제의 황해도경(黃海道警) 순사 출신 최태민의 딸 최순실로 인해 나라마저 뒤흔들리고 보수가 무너지는 지금의 국면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교회에도 목적헌금이 있다. 관행적으로 교회가 하는 일 가운데 특정한 사업을 지정해서 내는 헌금인데 십일조나 감사헌금과 같은 일반적인 헌금과 구별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헌금자의 뜻에 따라 사용한다.
첫댓글 경주 최부자집 후손들은 땅을 치고 원통하겠네요
최부자집 후손에게 일정 지분을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