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50년헛제사밥>
-신명나라 맛집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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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헛제사밥, 오래전에 그 이름에 놀랐던 기억, 이름처럼 맛이 허망하여 놀랐던 기억이 새롭다. 제사 없는 제삿밥이어도 맛은 없으면 안 될 텐데 이번에 오니 다르다. 맛도 제법 갖췄다. 문화적 함의가 강하니 맛은 조금만 충족되어도 문화맛으로 채워질 판인데 맛도 어지간하니 마음이 놓인다.
1. 식당 얼개
1) 상호 : 맛50년헛제사밥
2) 주소 : 경북 안동시 석주로 201(상이동 513-2)
3) 전화 : 054) 821-2944
4) 주요음식 : 헛제사밥, 안동식혜
2. 맛보기
1) 헛제사밥 : 제공 메뉴 중 가장 간단한 것으로 주문, 1인 만원이다. 옛날 놀랐던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그냥 문화 맛만 지불하리라 했던 대비인 셈, 그런데 다행이다. 꼼꼼히 따지면 고등어나 김치 등 제사 무관하게 손님을 배려한 음식도 있지만, 안동 지역 제사 공부하며 먹을 수 있는 데다가 맛도 어지간하니 말이다. 나물간장비빔밥에 약간의 찬이 곁들어진 셈인데, 한 끼 식사로 훌륭하다.
상차림은 1인분 독상으로 따로따로 나오는 전통적 차림새다.우리도 옛날에는 모두 이렇게 1인 독상을 받았었는데 이제 편의성 위주로 한 상에서 함께 먹는 것으로 대부분 바뀌었다. 이제 일식이 1인 독상으로 나오는 것이 낯설 정도로 겸상을 넘어 다인상에 익숙한 판인데 제사 음식을 독상으로 차려주어 옛 전통이 새롭다.
헛제사밥의 주인공은 사실 나물류다. 이 나물을 특별한 간장으로 간을 맞춰 비벼먹는 거다. 제사 음식 그대로 하느라 그랬는지 마늘 맛이 느껴지지 않아 채소 고유의 맛이 그대로 담겨 있다. 도라지는 물론이고 무우 등은 맛이 그대로 살아 있어 마늘로 중화된 맛에 익숙한 보통 입맛에는 조금 부담스럽니다. 기름맛도 조금 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장점은 풋풋하다는 점, 제사 음식이 아니라 사찰음식에서도 마늘을 쓰지 않으니, 조리의 다양성이 한식 확장의 지름길이라는 생각하면 익숙해지려는 노력도 필요한 게 아닐까 한다.
나물류를 놋그릇에 담은 거까지는 여느 식당에서도 간혹 보아오던 일이나 노골적인 제기에 담아내는 상차림은 이것이 유일한 게 아닐까 한다. 제사음식 기운이 느껴져 좋다.
제사음식은 조상에게 바치며 내가 조상과 음식을 통해 하나되고 후손끼리 우의를 더하는 음복의 의미로도 중요하지만, 이웃과 나누는 반기의 의미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제기에 나오는 음식이 마치 누군가 따뜻한 손이 내게 돌리는 반기같은 느낌이다.
반기는 '밥'이라는 의미지만 제사음식 돌리는 것을 반기 돌린다고도 하여 제사음식 일반을 일컫기도 하였다. 없는 살림에도 다채로운 음식을 차려 조상에게 올리는 후손이 있는가 하면 인근에는 굶는 이웃도 있었던 터다. 누구집 제삿날을 제집 제삿날보다 더 기다리던 어려운 이웃에 반기는 얼마나 반가운 선물이었을지.
마치 오늘 내가 그 반기를 받는 거 같다. 제사 전 재를 묻혀가며 제기 닦던 아낙들, 그 고난 없이 먹을 만한 반기를 받고 반색을 하며 맛나게 한 그릇 비운다.
탕국, 전형적인 제사음식이다. 맑은 국물이 좋다. 역시 무 맛이 아주 강하다.
김치는 겉절이에 가까운 생김치다. 제사상에는 백김치가 오르지 이렇게 빨간 김치는 쓰지 않는다. 이것 또한 제사음식으로만 못 먹어내는 손님을 위한 안주인의 배려인 셈, 다행히 먹을만 하다. 신선한 식감이 제사음식의 무미한 맛을 잡아준다.
안동식혜, 다른 지방 식혜와는 달리 고춧가루와 무가 들어들어가고 끓이지 않는다는 것이 많이 다른 점이다. 그 때문에 반찬과 간식의 경계에 서 있는 음식으로 보인다. 전라도에서는 이런 음식이 나오지 않을 거 같다. 계통이 분명하지 않거나 식재료간의 전래된 조화가 아니면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시원하지만, 어릴 때부터 먹던 음식이 아니라면 친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할 거 같다. 지역을 넘어 보편적인 음식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한계가 아닌가 추측해본다.
안동식혜는 아래 민속박물관의 해설을 추가 첨부했으니 참조하면 좋겠다.
4. 먹은날 : 2019.7.8.저녁
음식값 : 헛제사밥 10,000원, 선비상 18,000원, 현학금상 30,000원, 고등어구이 12,000원, 안동식혜 2,000원 등
#안동맛집 #헛제사밤 #안동식혜 #안동고등어
*주변경관
: 식당 바로 앞이 월영정이 있는 월영교다. 낙동강 위의 다리는 시시각각 품새를 달리 한다. 식당 근처 풍광 점수로는 최상의 식당이다.
* 맞은편 안동민속박물관 전시된 안동식혜와 헛제사밥. 헛제사밥은 최영년의 <해동죽지>에도 나오는 내력 있는 음식이지만 이처럼 상품화 된 것은 오래지 않다. 경상도 음식이 전라도 음식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상품화에 소극적인 것이 이유라고도 하는데, 헛제사밥은 그중 상품화에도 적극적이고 나름 성공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경상북도 반가의 음식으로 상품화가 안 되어 사장되는 것이 염려되는 음식으로 '명태보프름'을 든다. 명태를 말려 두드려 살만 실처럼 뜯어 발라내어 먹는 음식이다. 음식한류의 확대는 식재료와 조리법의 확장으로 실현된다. 전통적인 음식을 적극적으로 살려낼 필요가 있다.
첫댓글 식당건물은 고각대궐인데 반상음식은 아주 소박합니다. 벽에 걸린 글씨가 눈에 들어옵니다. 벌레가 기어갈 때 먼저 몸을 구부렸다 펴듯이, 사람도 먼저 숙임을 통해 후일 자신의 뜻을 편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네, 경구 해석 새겨 듣겠습니다. 전통의 향기가 강한 곳이어선지 식당 안에 글씨도 그림도 많았습니다. 서예 메시지가 식당 지향성과 관련이 있는 거 같습니다.
안동 실제로 사는 주민입니다. 안동 사람들은 여기 안갑니다. ㅎㅎㅎ
손님들 오시면 그냥 모시고 갑니다.
실제 안동 사람들은 정말 안동 한우 갈비 많이 먹으로 갑니다.
외지인은 아무래도 그 지역 특색을 반영하면서 다른 지역에서는 먹기 힘든 음식을 찾게 되지요. 헛제사밥은 안동만의 특색이어서 인근 다른 집도 가 봤는데, 이 집이 그중 나은 거 같아서 올렸습니다. 안동찜닭집은 여러집 가봤으나 좋은 집을 찾지 못했어요. 안동이 원래 음식으로 유명한 지역은 아니어서, 지역특색이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낫다 싶으면 지역 문화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올리고 있어요. 선생님같은 안동 주민들의 비판적 안목 덕분에 음식이 더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도움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