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우리말 이름을 '한말', 우리 글자 이름을 '한글'이라 하다.
우리말을 배달겨레말, 조선어라고 하기도 하고 조선 끝 무렵부터 대한제국 때에는 국어라고도 했다. 그러나 1910년 나라를 일본에 빼앗기니 우리말을 국어라고 할 수 없었다. 국어는 일본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선은 사라졌는데 조선어라고 하는 것도 옳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우리말에 새 이름, ‘한말’을 지어 불렀다.
또 우리 글자를 훈민정음이라고 했는데 그 말을 줄여서 정음이라고도 하고 언문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반절, 암클, 가갸글이라고도 부르다가 조선 끝 무렵부터 대한제국 때엔 국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1910년 나라를 일본에 빼앗기니 우리 글자를 국문(나라 글자)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말의 이름을 한말이라고 했듯이 우리 글자를 한글이라고 새 이름을 지어 불렀다.
주시경은 우리말을 한겨레의 말, 우리글을 한겨레의 글이라도 많이 했는데 그 뜻을 담고 하나, 첫째, 크다는 뜻도 담은 좋은 이름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국어연구학회도 한글모로, 조선어강습원은 한글배곧으로 바꿔불렀다. 1913년 최남선이 만든 어린이 잡지 ‘아이들보이’에서 ‘한글풀이’란을 만들고 한글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 뒤 조선어학회가 한글날도 정하고 한글맞춤법도 만들고 한글이라는 학술지도 내면서 한글이란 말은 뿌리를 내렸으나 한말은 그렇지 못했다.
아. 토박이말 이름 선구자였다.
주시경은 국어학을 연구하고 문법책을 내면서 그 용어를 토박이말로 적는다. 또한 1910년 나라를 일본에 빼앗긴 뒤부터 우리말 이름을 한말, 우리글 이름을 한글이라고 하고 주시경이란 제 이름 대신 한힌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당신의 아들 딸 이름에서 ‘산’을 토박이말 ‘메’로 바꾸어 큰 딸 ‘송산’은 ‘솔메’로, 큰아들 ‘삼산’은 ‘세메’, 둘째 아들 ‘춘산’은 ‘봄메’, 셋째 아들 ‘왕산’은 ‘임메’라고 한말글로 바꾸었다.
주시경이 이렇게 이름도 토박이말로 바꾸고, 문법용어, 학술용어들을 토박이말로 지어부르니 중국 한문에 젖어 있던 사람들은 그를 '두루때글'이라고 부르며 비웃기도 했다. 두루때글은 주시경의 한자를 새김(훈)으로 읽은 것이다. 주시경의 이름에 쓰인 한자들인 두루 주(周)/때 시(時)/ 글 경(經)의 훈독 부분을 차례로 붙이면 두루때글이 된다. 주시경은 토박이말로 이름 짓기 개척자요 선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