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현의 느낌표가 있는 간이역(9) 양평 석불역
레고 장난감 같은 아름다운 석불역
최원현
nulsaem@hanmail.net
동화 속 집 같은 참으로 깜찍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석불역 역사(驛舍)란다. 중앙선 선로 이설로 새로 지어졌는데 어찌 보면 레고 블록으로 만든 장난감 같다.
내비게이션으로 석불역을 찍었더니 석불역과 석불역(폐역)이 같이 나왔다. 그래 먼저 석불역으로 차를 몰아 도착해 보니 장난감 같은 석불역은 있으나 폐역은 보이지 않았다. 해서 내비의 도움을 받아 폐역으로 가보니 역이라는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만큼 주위 환경이 변해 있었다. 철도는 간곳없고 뜯어낸 침목만이 땔나무처럼 쌓여있는 저만치로 석불역이었음직한 낡은 건물 하나가 수줍듯 모습을 반쯤 숨기고 서있는 것이 보였다.
역 표지판은 누가 뜯어갔는지 자국만 남아있고 보기 흉하게 방치되어 있는 역사는 금방 어디서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란 생명의 기운조차 잃어버린 채다. 부서진 문짝과 흉물스러운 콘크리트 벽, 남은 것은 그저 흔적뿐이다. 순간 지나는 바람결에 누군가의 그리움내가 느껴졌다. 아니다. 눈 대신 귀가 무언가라도 남아있을 지도 모를 그리움이라도 찾고 있었던 것 같다.
카메라로 역사와 침목더미를 찍고 흔적 없이 사라져버린 철길이었을 자리도 찍었다. 기억 속 흔적으로만 남을 장소다. 발걸음을 돌려 차로 향하는데 자꾸만 덜크덩 턱턱 철길 이음새를 지나는 기차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새로 지은 석불역은 2012년 8월 16일에 역사를 이전했는데 그해 9월 25일 중앙선 용문-서원주간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2013년 12월 28일부터 여객취급이 재개 되었다고 한다. 원래의 석불역은 1967년 9월 18일 신축 준공 되어 11월 15일부터 보통 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가 2005년에 역무원이 철수하고 무인신호장으로 운용하던 것을 2008년 4월 1일부터 역원 무배치 간이역으로 변경하면서 역사(驛舍)까지 이전케 된 것이다.
새로 지어진 석불역은 예쁘기도 하지만 규모로 아무리 보아도 장난감 같다. 석불역(石佛驛)이란 이름은 역이 있는 망미리(望彌里) 인근에 석불이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하는데 주인공인 석불의 행방을 모르다가 2012년 월산저수지 부근 터널 위쪽에서 아주 작은 민불이 발견되었는데 그것일 거라고들 얘기 한다고 했다. 망미리라는 지명도 바라본다는 뜻의 망(望)에 미륵이라는 미(彌)의 뜻풀이처럼 망미리 뒷산에 폐사지가 있다는 말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또 하나는 섬부리(=석불)라 하여 돌부처가 있어 붙여진 명칭이라고도 한단다.
석불역은 1년에 4-5명이나 겨우 이용하는 직원도 없는 간이역이다. 오전에 한 대 오후에 한 대 하루에 총 두 번 운행 한다. 기차를 타려면 먼저 차에 오른 후 차내 대용권으로 발권을 받는다.
석불역(폐역)은 경기 양평군 지평면 망미리 산 75에 있었지만 신역은 중앙선의 역으로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망미리 1319-2번지에 소재하며 중앙선을 경유하는 태백선과 영동선 열차가 다니는 청량리 기점 65.0 km 에 위치해 있다.
아신역, 판대역, 석불역. 구둔역은 중앙선 경기권의 예쁜 간이역들이다. 구둔역까지는 5km 거리이니 걸어도 얼마 안 걸리는 위치다. 철길 건너로 가보려고 했더니 상당히 긴 터널을 통과해서 나가야 했다. 이 또한 흔치 않은 일일 것 같다. 반대편에서 바라보니 더 작아 보인다. 모든 게 빠름뿐인 이 시대에 이런 간이역은 마음에 쉼터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가슴이 답답하고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석불역으로 가 볼 일이다. 그럼 레고 장난감 같은 아름다운 석불역에서 스스로도 모르게 마음이 풀릴 것이다. 더 여유가 있다면 아침 차로 이곳에서 내려 하루를 보내고 저녁차로 돌아가는 것은 더욱 좋을 것 같다.
최원현 nulsaem@hanmail.net
수필가·문학평론가. 한국수필창작문예원장. 사)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사)국제펜한국본부 이사. 월간 한국수필 주간. 한국수필작가회장·강남문인협회 회장(역임). 한국수필문학상·동포문학상대상·현대수필문학상·구름카페문학상.조연현문학상·신곡문학상대상 수상, 수필집《날마다 좋은 날》《오렌지색 모자를 쓴 도시》등 17권. 《창작과 비평의 수필쓰기》등 문학평론집 2권. 중학교 교과서《국어1》《도덕2》 고등학교 《국어1》《문학 상》 등 여러 교재에 수필 작품이 실려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