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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유학은 그 세상으로 나아가는 출입문이다
CEC ACADEMY
제1회 CEC Academy 영국 유학 수기
김00 님
CEC 에서는 2018년 제 1회 영국 유학 수기 공모전을 개최하였습니다. 아래의 글은 제 1회 수기 대상으로 많은 영국 유학생들이 공감할것이라 생각되며, 앞으로 영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방향과 목표가 주어지는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수기 당선자님의 글을 보시면 유학의 가장 큰 장점인 자생력이 아주 강한 느낌입니다.어느 나라 및 어느 조직 사회에서도 본인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느낄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수기를 통해 많은 유학생들의 글을 읽으면서 영국 교육을 주도하고 성공적인 길을 안내해주는 CEC 입장에서 "성공이란" 것에 많은 느낌을 받습니다. 꼭! 명문대가 성공의 길이 아니라, 본인들에게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만족하는 삶이 바로 성공이라 생각됩니다. 명문대 출신, 글로벌 기업 취업만이 성공이 아니라, 유학을 보내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바로 이 사회에 "성공" 이라 단어를 표현되어야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최근들어 영국 유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습니다. 영국 조기유학, 정규(대학)유학 및 어학연수 등 다양한 영국 교육 과정과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 교육 정보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에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국보다 저렴한 비용과 희소성가치가 높은 영국 유학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한국 학생들이 영어권 나라에 유학하는 경우 대부분 미국, 호주,캐나다 등이 주된 나라들 입니다. 전체 한국 유학생들의 약 8%정도가 영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으며, 영어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영국교육의 장점과 미래에 대한 길을 찾을수 있을 것입니다.
[영국 유학 수기를 시작하며]
머리가 조금 커지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하고 싶은 것과 되고 싶은 것이 많아졌었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한 정말 오래전부터 부모님께서는 앞으로 내가 커가는 동안 ‘교육’과 ‘배움’에 대한 서포트는 은행에 빚을 져가면서라도 해주되, 대학을 졸업한 후로는 내 힘으로 살아야 하며 재정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겠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부모님께서 그 말씀을 허투루 하신 것이 아니라는 것은 20대가 되고 나서야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깨달았다. 나를 포함한 삼 남매를 키우기에는 넉넉한 살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아노, 바이올린, 영어 회화 학원, 심지어 뇌호흡 학원까지 내가 배우고 싶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그것이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판단이 될 경우 부모님께서는 내가 배우고자 하는 것을 누구보다 지지해주셨다.
해외로 나가는 것을 누구보다 무서워했던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에서 혼자 1년간 호스트 가족과 함께 교환학생 생활을 하게 되면서 영어가 점점 더 좋아졌고 혼자 밖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생각이 커져갔다. 수능 성적이 모의고사 성적만큼 나오지 않아 지원했었던 대학들의 수시모집을 다 망치고 재수를 결심하던 차에 해외 유학에 대해 알게 되었다. 수능 시험이 주는 압박감이 싫었기 때문에 한국을 떠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20대에 다시 혼자 나가서 홀로서기를 해보고 싶다는, 내가 한국에서 꿈꿀 수 없던 것들을 경험하고 배우며 더 ‘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영국 유학을 준비하기 전 나는 호주 유학을 먼저 생각했었고 급작스럽게 진학하려는 학과를 국제 학과에서 경영학과로 바꾸게 되면서 원래 가려고 했던 호주가 아닌 영국으로 유학을 오게 되어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사전조사를 많이 하지 못했었다. 또, 막연히 같은 영어권, 비슷한 발음을 쓰는 나라이므로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던 것도 같다. 사람마다 같은 것을 봐도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르기에 후에 영국으로 유학을 오시는 분들이 내 수기를 읽고 시행착오를 아예 겪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수기를 빌어 나의 경험을 통해 영국 유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인생의 갈림길에서 조금이나마 도움과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영국에서의 경험을 상세히 적으며 생각나는 것들을 영국 유학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다 알려주면 좋겠지만, 긴 글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에 간추리고 간추려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다섯 가지를 서술하고자 한다.
[1. 영국 유학, 학비는 못 벌어도 생활비는 혼자 감당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영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면서 학교를 다니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첫 유학을 생각했었던 호주와는 달리 영국에서는 중간에 학업을 멈추고 학비를 벌 수도 없었고 학비를 벌면서 학교를 다니기에는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영국 유학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영국에 오기 전 초기 자본금을 조금 넉넉히 들고 오라고 말을 하곤 한다. 사실 영국이 아닌 어느 나라에서라도 내가 잘 모르는 타지에서 첫 생활을 할 때에는 초기 자본금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말을 하는 나도 영국에 오기 전 몇 달간 아르바이트를 끊임없이 하면서 벌어온 몇백만 원이 전부였기에 초기 자본금을 넉넉하게 들고 왔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그랬었기 때문에 영국에서 더 치열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뜻하지 않게 군대에서 다치게 되면서 국가유공자가 되신 아버지 덕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학비 면제를 받고 대학교에 다닐 수 있었지만, 학비가 연 2000만 원에 (학교 및 학과마다 다르겠지만) 자국민 및 유럽인이 아닌 국제 유학생에게 가장 장학금인 짠 나라인 영국에서 첫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전 정보의 부족으로 영국에 오기 전에는 막연히 호주에서처럼 쉽게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1년 정도 쉬면서 학비를 벌 수 있을 줄 알았기 때문에 부모님께 첫 1년 치 학비만 대 달라고 대차게 말씀드리며 영국에서의 향후 5년 계획을 발표하고 왔었으나, 영국에서의 첫 1년을 보내며 그것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외국인으로서의 비자 문제는 자국민이 아닌 나에게 영국에서 자국민처럼 쉽게 휴학을 허락하지도 않았을뿐더러 학교를 다니면서는 식비, 집값 등 모든 생활비를 감당하기만 하면 감사했었던 것 같다. 또한 매년 바뀌는 비자법은 얼마나 까다로운지 처음 계획한 향후 5년 계획은 이민자를 환영하지 않는 듯한 영국 정부로 인해 의도치 않게 말 그대로 공중분해가 되었다.
넉넉한 집안 형편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처음 내가 말한 1년 학비에서 부모님이 감당하셔야 할 학비가 점점 늘어나는 것이 너무나도 잘 보였기에, 학비를 제외한 생활비까지 부모님께 요구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가장 컸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영국에서 학비를 벌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가능성은 0%에 가깝지만, 학비를 제외한 생활비는 100% 충당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영국에 온 지 2주 만에 런던에 있는 한인 민박집 매니저가 되었다. 민박집 매니저는 숙식을 민박집에서 해결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월급까지 받기 때문에 민박집 사장님과 일정 조율을 잘 한다면 학생도 민박집 일과 병행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민박집마다 조건이 다르겠지만 나는 어학원 학생이 아닌 대학교 학생이었기에 사장님과 일정 조율을 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었는데 다행히 학교 수업이 끝나고 오후 5시 반부터 오후 10시 반까지 저녁식사 준비 및 고객 관리를 하는 것으로 아침 시간과 오후 시간은 학생으로서의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운이 좋았는지 민박집에서 학교 간의 거리는 도보로 20분 정도의 거리였고 오후 5시 반까지만 민박집에 들어가 일을 시작하면 되었기에 수업이 없는 시간을 도서관에서 더 알차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이때 없는 시간 속에서 처음 배우는 경영학의 기본에 대해 다른 학생들보다 많은 것을 배워야 했기에 시간관리 능력이 많이 올라갔었다. 손님이 많은 날에는 쓰던 도미토리 침대까지 내주며 이리저리 짐을 옮겨야 한 적도 있었고 시험 기간에는 주방에서 파티를 하는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도서관에서 일주일 내내 밤샘을 하기도 했지만 그때는 내가 내 한 몸을 돌보며 살고 있다는 자부심과 부모님의 생활비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하며 생활했었다. 또 민박집에서 만난 다양하고 소중한 인연들을 지금까지 이어 오기도 하니 내 인생에서 인복이 넘쳐났던 시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다시 그렇게 학교와 일을 병행하라고 말을 한다면 그 일상을 다시 반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박집마다 거주하는 조건이 다 다르지만 내가 있던 민박집에서는 개인 공간이 너무나 한정되어 있어 내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던 공간은 도미토리 이층 침대의 밑층인 싱글 침대가 전부였고 여름이나 겨울 성수기가 되면 최대 35인분의 저녁 식사를 준비해야 해서 시험이 있는 기간과 성수기가 겹치게 되면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저녁식사 준비를 마치고 도서관으로 달려가야 했다.
다른 지역에 있는 대학교에 편입을 하게 되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좀 더 많은 학교 내 기숙사로 옮기면서 영국에서 처음 갖게 된 ‘나만의 공간’의 중요성을 지금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일까.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다른 사람과 같이 사용해야 하는 방은 지금도 꺼려 하게 된다. 하지만 영국 유학을 꿈꾸는 모두가 넉넉한 형편에서 유학을 오는 것은 아니기에 하나의 방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만,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잊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무엇이 영국 생활의 ‘주’이고 무엇이 ‘부’인지 항상 판단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나는 영국에서 지내는 5년이 넘는 지금까지 부모님께 학비 이외의 생활비를 받지 않았다. 영국 유학을 준비하며 부탁드렸던 1년 치 학비보다 4배에 가까운 돈을 부모님께 학비로 부탁드려야 해서 내가 말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에 부모님이 도와주신 심적, 재정적 서포트는 두고두고 갚으려 한다.
[2. 영국에서의 의식’주’]
8개월간의 민박집 매니저로서의 생활을 마치고 다른 학교로 편입을 했을 때는 민박집에서 받은 돈이 조금 모여 기숙사비를 감당할 수 있던 상황이었기에 매우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3년간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고 프리랜서 비즈니스 전문 통/번역사로서의 활동도 시작하며 생활비를 벌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내가 살 집을 구해야 했을 때는 금전적으로 조금 힘들었지만 다행히 졸업 전에 통역사로서의 일을 많이 하게 되면서 집 보증금도 마련할 수 있었다. 아마 이는 월세는 한국보다 비싸지만 집 보증금이 한국과는 달리 보통 월세에 준하는 금액이었기에 가능했던 걸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집 또는 방값 (사는 지역에 따라 가격도 정말 천차만별이다)이 100만 원이면 보증금도 100만 원쯤 한다는 이야기이다.
보통학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 들어간다면 (사설 기숙사 제외) 3-6개월치의 방세를 미리 납부하는 대신에 보증금을 내지 않아 보증금의 금액 크기를 잘 느끼지 못했던 나였기에 계약기간 동안 묶일 돈에 대해 ‘나중에 돌려받는 돈’이라는 생각을 마음 편하게 갖는 것이 중요했다. 사실 돈이라는 것이 내 수중에 있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것도 사실이고 집 보증금이라는 것은 정말 운이 없게 안 좋은 집주인을 만나면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할 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보증금을 터무니없이 많이 깎고 돌려주거나 아예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이 봤었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다행히 이리저리 많은 사이트를 비교해 보고 발품을 발며 뷰 인도 많이 다녀 현재의 집에서 첫 ‘집’ 생활을 하고 있는데 좋은 집주인을 만나 아직까지는 이사 갈 마음이 없다. 영국 유학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제일 걱정하시는 것이 의식주 중 ‘주거’의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은데 꼭 한국인 집주인을 통한 렌트가 (예: 영국 사랑 사이트 참고) 아니더라도 각종 영국에서 집을 구하는 사이트를 (예: Gumtree, Spareroom, Rightmove 참고) 활용하여 자신이 살고자 하는 지역에서 감당할 수 있는 금액에 맞는 좋은 집이나 방을 구하셨으면 좋겠다.
[3. 나는 영국에 ‘왜’ 가고 싶은 것일까?]
뻔한 질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질문은 영국 유학을 희망하는 분들이 자기 자신에게 이미 수도 없이 던져봤을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만만치 않은 집값, 한국 대학교 학비보다 몇 배가 많은 학비, 자국민과 유럽 국가 학생들에게는 관대하지만 국제유학생에게는 너무 짠 장학금, 맑은 날도 있지만 봄에도 겨울 날씨로 변하곤 하는 영국 날씨… 과연 이 모든 것을 감당하면서 ‘나’는 왜 영국에 가고 싶은지, 질문에 대한 답이 구체적으로 나오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 영국 유학을 오고 나서 1년 후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을 때 영국이나 다른 유럽권 나라에 유학을 오는 것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친구가 있었다. 패션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친구여서 영국이나 프랑스에서의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배우고 싶은 것, 어떻게 살아갈 예정인지에 대한 계획이 아무리 들어봐도 ‘그래, 너 오면 진짜 잘 해내겠다!’라고 응원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한국 대학교에서의 생활이 지치고 한국에서의 생활에 지쳐 다른 나라에 한번 가서 그 나라에서 유명하다는 것이나 한번 배워볼까 하는 느낌이었달까. 하지만 그렇게 유명한 디자인 학교도 그 나라에서도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학생들이 수두룩한데 어떻게 그 나라말도 완벽히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그냥 가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입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친구는 자신의 꿈을 응원해 주지 않는 나에게 많이 서운해했지만 그 친구가 그런 마음가짐으로 해외 유학, 아니 도피를 했을 때 감당해야 했을 짐의 크기보다는 서운해하는 마음이 크기가 훨씬 더 작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비 유학생들이 꼭 생각해봤으면 한다. 영국에 오려고 하는 것이 한국에서 내가 하기 싫은 생활에 대한 도피는 아니인지. 사람 사는 것은 어느 나라에 살던지 다 비슷비슷하다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하기 싫은 일은 영국에 와서도 하기 싫은 일일 것이며, 한국에서 이겨내지 못한 심적 부담감이 영국에 와서 없어지는 것 또한 아니다. 어디에서 생활하건, 특히 혼자 해외에 나와서 생활할 경우에는 내가 한 일에 대한 책임,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책임이 크기가 부모님 아래에 있던 울타리 안에서 느끼는 책임보다는 훨씬 막중하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4. 영국 학사의 2학년과 3학년 사이: Placement year]
내가 생각하는 영국 유학의 장점은 1학년 때 한국에서 흔히 수강하게 되는 ‘교양과목’이 없고 바로 전공수업을 수강하게 되며 실질적인 수업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는 것이다. 학년이 지나가면서 내가 무엇을 배웠는지 쉽게 떠올리며 1학년 때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2학년, 3학년의 수업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졸업한 대학교인 University of Surrey는 졸업 후 취업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학교였고 그 예로 내가 졸업한 학과인 국제 경영학과 학생들과 상경계열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1학년부터 이력서 작성을 하는 트레이닝을 받았다. 꽤 이른 시기에 작성하기 시작한 이력서로 우리는 새로운 한 줄을 학기가 바뀔 때마다 추가했고, 졸업 시기와 가까워지면서는 모든 학생들이 기업에 제출할 수 있는 이력서를 최소 한 개씩 가질 수 있었다.
또,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가 다녔던 대학교는 2학년에서 3학년을 넘어가는 시기에 잠시 1년 동안 회사에서 일하는 ‘placement year’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국의 학사 생활은 3년이며 placement year란 회사에서 일해보는 경험을 쌓는 기간이다. 인턴십이라고 하기에는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그램을 같이 해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영국의 많은 회사들은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placement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력 있는 학생들을 뽑아가려 한다. 이 placement year를 잘 보내게 되면 보통 졸업 후에 그 회사에서 다시 돌아와달라고 요청하거나, 대기업일 경우 그 회사에서 졸업생 신입 사원을 모집할 때 fast track으로 먼저 심사될 수 있기 때문에 취업을 생각하는 학생들, 특히 나와 같이 상경계열에 다니던 학생들은 90% 이상 1학년 때부터 placement year 준비를 시작했다. 학교에서 면접 및 이력서 준비를 도와주기는 하지만, 막상 3- 5 단계로 이루어지는 서류 심사, 온라인 시험, 비디오 면접, 전화 면접 및 마지막 최종 면접을 통과하여 그 자리를 쟁취하는 것은 결국 학생이다. 학교에서는 정기적인 커리어 페어를 통해 학교에 기업들을 초대하여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그 기회를 맘껏 잡아보고 시도해 보기를 원한다.
나도 1학년 때부터 학점 관리를 하며 싱가포르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을 거치며 2학년 1학기부터 각종 대기업 및 중소기업에 지원을 했었다.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온라인 시험을 통과하며 전화 면접, 최종 면접까지 갔었던 기업들은 IBM, L’Oreal, Philips 등 소위 말하는 대기업들이 많았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최종 면접까지 간 기업에서는 다 탈락을 했었다. 물론 내 실력이 부족했던 탓도 있겠지만 최종 면접까지 갔던 회사에서는 항상 내 비자 상태를 물어보곤 했다. 나는 영국인도 아니고 유럽인도 아닌 국제 학생이어서 학교를 졸업하면 영국에 거주하며 일할 수 있는 회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물론 학생 신분으로 다니게 되는 placement year 중에는 학교가 비자를 스폰 하기 때문에 placement year를 포함한 4년제 프로그램으로 학사 신청을 한 경우 비자 발급이 따로 필요가 없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placement year에서 트레이닝시킨 학생들을 졸업 후 데려오기를 원한다. 이런 국제학생을 졸업 후에 채용하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스폰서 비자를 발급해야 하는데, 회사에서는 정부에 왜 영국인도 유럽인도 아닌 이 사람을 꼭 채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출해야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내야 한다. 나중에 다른 커리어 페어에 가서 대기업 인사관리를 하는 사람한테 묻고 들은 내용이지만, 내가 지원했었던 포지션들은 주로 상품개발, 영업, 마케팅 등 비자 스폰이 필요가 없는 영국인이나 유럽인들이 특별한 전공을 (예: 회계학, 엔지니어링 등) 배우지 않았더라도 그들로 충분히 대체 가능한 포지션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내가 영국인과 유럽인을 제치고 채용될 만한 특별한 자격이 없으면 placement year나 졸업 후 대기업 취직이 힘들 수도 있다는 소리다.
[5. 영국에 올 거면 배우고 싶은 것을 정확히 하고 와라]
그래서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영국에 올 거면 배우고 싶은 것을 정확히 하고 와라. 아니면 한국에서 배울 수 있는 것보다 보다 전문적인 스킬을 익힐 수 있는 것을 전공하거나.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학부 간의 이동은 배우는 과목이 아예 다르다면 같은 학년 간 이동이 보장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다시 1학년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진학하고자 하는 학교와 학과가 뚜렷하게 있다면 처음부터 그 학교에 있는 파운데이션이나 디플로마 코스로 진학하여 시간 낭비와 학비 낭비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사전 조사 기간이 너무 적었던 탓인지 런던 대학교 내에서 1학년 성적으로 인정이 되는 디플로마 코스를 밟으며 런던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다가 내 디플로마 코스에서 받은 점수로 더 좋은 대학교의 학과에 지원할 수 있음을 알고 편입 신청을 했다. 하지만 같은 경영학과 수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디플로마 코스로 밟았던 1학년 과정을 인정받지 못해 지금 졸업한 학교에서 1학년 과정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어야 했다.
그냥 주어진 학교에 진학해 학사 과정을 좀 더 빠르게 마쳤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더 좋은 곳에서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싶다고 생각한 점이 컸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내가 치열하게 공부했던 디플로마 코스 때문에 새로운 학교와 새롭게 배우는 것에 적응을 더 빨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영국 대학교들에 대한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었기에 보는 관점에 따라 런던 대학교에서의 8개월간의 디플로마 코스가 시간과 돈 낭비를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따지고 보면 나는 어쨌든 영국에서 고등학교 시험을(A Levels)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처음부터 졸업한 대학교에서의 디플로마 코스를 선택했더라도 같은 기간이 걸렸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나처럼 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에 아예 처음부터 희망하는 학교가 명확한 것이 좋다는 말이다. 또, 가능하다면, 그리고 특히 졸업 후 영국에서의 취업을 꿈꾼다면,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증을 가질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하여 전공하는 것이 좋다. 일반 경영학을 공부하기보다는 회계학도 집중적으로 배워 졸업과 동시에 자격증을 가지는 학과를 선택하거나 흔히 ‘이과’라고 말하는 소프트웨어나 엔지니어링 기술을 포함하는 IT나 분석화학 분야도 취업에 훨씬 도움이 된다. 이 분야의 취업은 ‘무엇인가를 특별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반 상경계열이 취직이 아예 안된다는 건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더 취업에 더 유리한 사람은 아무래도 특별한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다.
지금 영국 유학을 상경계열로 오려 한다면 영어의 유창함 물론이고 제2 외국어(중국어 및 다른 유럽 국가의 언어)를 해야 좀 더 취업에 유리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외국어, 특히 중국어의 필요성은 졸업 전 구직 활동을 하며 더 강하게 느꼈다. 영국에서 취직한 영국이나 유럽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 물론 회사마다 다르지만 – 직원들 중 3분의 1이나 3분의 2 정도가 중국어를 현재 배우고 있거나 중급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영어 이외의 제2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영국 유학은 영어가 우선이다. 뻔하디 뻔한 말이지만 영어는 한국에서 이미 어느 정도 하고 오는 것이 학교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Reading이나 Listening이 100%에 가깝게만 되더라도 Writing과 Speaking은 빠르게 늘 수가 있다. 사실 모든 사람이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나라가 아닌 한국에서 Speaking이나 Writing까지 섭렵해 온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을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영국에 와서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 상황에 부딪히면서 영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기에 Speaking이나 Writing 은 그만큼 빨리 늘 것이라고 항상 말한다. 그러니 영국에서의 생활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시작하고 싶다면 오기 전에 최대치로 끌어당겨 배우고 온다면 금상첨화이겠다.
[영국 유학 수기를 마치며: 나는 지금 영국에서…]
나는 영국에서 내가 생각하는 기준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 끊임없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중에도 성적은 항상 상위권이었고, 학생이었을 때는 내가 모르는 것을 정해진 시간 내에 배우기 위해 내 자신이 정말 열심히 살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작년 여름에 학사 졸업을 한 후 ‘졸업생 창업 비자 (Graduate Entrepreneur Visa)’를 학교에서 스폰을 받고 영국에 머물고 있다. 학교생활을 하며 시작한 비즈니스 전문 통/번역사의 활동으로 영국-한국을 이어주는 중간 업체의 역할의 중요성을 느끼고 영국-한국 무역 에이전시 및 컨설팅 업체인 Intri Ltd를 창업했다. 기업체로서의 수익을 많이 창출한다고 하지는 못하겠으나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영국 패션 상품들을 도매나 소매 판매 형식으로 한국 업체와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는 사업적으로 하는 일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의 비즈니스 미팅 및 전시회에서 동시통역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영국에 정착하는 방법은 각양 각색이다. 내가 서술한 수기가 100% 이 수기를 읽는 모든 예비 유학생에게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 되며 사실상 영국에 와서 직접 경험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좋다. 향후 5년 계획을 부모님께 드리고 온 나도 전혀 계획했던 그대로 길을 가진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계획을 함에 따라 조금 더 유연하게 내 목표를 향해 갈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영국에 오는 모든 유학생들이 자신의 목표 설정을 하고 대략적인 계획 및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 가지 방법만 고수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생각해보고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다.
처음 수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영국 유학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작게나마 내 영국에서의 경험을 공유하여 영국 내 생활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하지만 500자, 2000 자를 넘기며 3000자가 넘는 수기를 쓰다 보니 지난 5년간, 아니 벌써 5년이 훌쩍 넘은 영국에서의 생활을 잔잔한 마음으로 되돌아볼 수 있었다. 가족들과 떨어져서 혼자 타국 생활을 하는 동안 나 자신이 이렇게 자랐구나를 느끼면서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더 큰 그림이 그려진 것 같다.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다. 꼭 영국에서의 삶이 아니더라도 내가 살아볼 수 있는 많은 나라에서 살아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고 싶다. 어렸을 때의 나는 내가 아는 길이 아닌 곳으로 목적지를 향해 갈 때 가장 두려움에 떨었다. 예를 들어 내가 어느 곳에 가는 길을 도보로 가는 길만 안다면 아무리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더 빠른 길이라도 더 오래 걸리는 길인 도보로 가는 길을 선택하곤 했다. 10대가 지나고 20대를 지내면서 나는 새로운 길이 주는 설렘의 매력을 크게 느꼈고 새로운 길을 선택함에 있어 주저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물론 지금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함에 있어서 두려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그 길을 선택함으로 인해 내가 얼마나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해 말하자면, 이렇게 영국에서의 유학 수기를 전하면서도 영국으로 오는 예비 유학생들이 내 수기를 통해 모든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경험하게 되는 것도 다르고 느끼는 것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에서 어려운 일에 부딪혀 넘어졌을 때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 낼 만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올 수 있다면, 영국 유학을 반 이상은 이미 성공한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분명한 것은, 이 글을 읽는 예비 유학생이 앞으로 영국에 와서 하게 될 소중한 경험과 만나게 될 소중한 사람들은 살아가는 데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라는 사실이다. 영국에서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자신의 꿈이 그토록 확고하다면, 꼭 와서 영국에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쳐보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 나이로 26살, 영국 나이로 24살의 나를 이렇게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께 이 수기를 빌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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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교육 및 영국 유학의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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