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죽(觀音竹)
관음죽은 일본 관음산(觀音山)에서 자생하는 대나무 같은 식물이라 하여 한국어 발음대로 붙여진 이름이다. 추위에도 잘 견디고 병해충에도 강하기 때문에 집 안에서 기르기 쉬운 식물이다. 분갈이는 3-5년에 한 번 정도 하면 적절하며, 포기나누기로 번식한다. 습기를 좋아해서 물을 줄 때는 흠뻑 주면 잘 자란다.
관음죽은 암모니아를 흡수하는 기능성 식물로 화장실에 두면 공기를 정화한다고 한다. 그러나 좁은 화장실에 둘 곳도 마땅치 않을 뿐만 아니라, 햇빛을 받지 못하면 식물은 죽는다. 관음죽을 길러보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물, 햇빛과 흙은 식물이 자라는 3대 요소이다. 한 가지라도 빠지면 제대로 자랄 수가 없다. 화장실이 아니라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나 거실에만 두어도 잘 자라며, 실내의 공기를 정화한다.
우리 집의 관음죽은 기구한 인연을 가진 식물이다. 1992년 합정동의 단독주택을 3층으로 신축하던 시기에 집 앞 골목에 버려진 화분을 주워 와서 키운 내력을 갖고 있다. 집 주위의 어느 사무실에서 버려진 관음죽은 잎이 다 말라서 아사 직전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개업이나 사무실의 이전 시에 소철, 관음죽, 군자란과 같은 화분을 축하하는 의미로 보내준다. 그러나 관심이 없는 직원들은 물 한 방울 주지 않고 사무실 한 쪽 구석에 내버려 둠으로서 싱싱하던 화분은 두어 달 이내에 말라죽고 만다. 그러면 죽어가는 화분은 사무실 밖에 버려진다.
주워 온 관음죽을 옥상에 올려놓고 부엽토를 얹어주고, 물을 때맞추어 주었더니 생기를 찾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겨울에는 옥탑 안으로 옮겨 동해를 입지 않도록 한다. 몇 년이 지나는 동안에 새로운 가지가 태어나고 줄기가 자라면서 화분에 가득 차게 되었다.
관음죽의 크기는 어른 크기만큼 자랐다. 포기를 나누기 전에 물을 흠뻑 주어 화분에서 관음죽을 쉽게 뽑아낼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포기나누기를 하는데 뿌리가 뒤엉켜 꽃삽 정도로는 나눌 수가 없었다. 톱으로 반 토막을 내고, 삽으로 찍어 두 개로 나누었다. 죽은 뿌리를 잘라내고, 모양을 잡아 새 화분에 옮겨 심었다.
두 개의 관음죽은 몇 년 후에 다시 한 번 포기나누기를 하여 네 개로 불어났으며, 모두 아홉 개의 화분으로 늘어났다. 자식들과 친구들에게 네 개를 나누어 주고 지금은 다섯 개의 화분이 우리 집에서 자라고 있다. 식물은 꽃이 피거나 포기를 나누어야 할 만큼 자라야 제구실을 다하는 것이다. 생존 단계를 넘어 종족 보전의 본능을 수행하는 것이 생물의 본령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음죽 키우기는 어렵지 않다. 부엽토 얹어주기와 물 주기에만 신경 쓰면 된다. 내자는 전지가위로 무성한 잎은 적당하게 잘라 주기도 한다. 한 개의 화분은 5-6년 정도를 자라면 무겁고 커서 옮기기도 쉽지 않다. 우리 집에서는 남향 베란다에 자리를 잡은 탓인지 10여 년 전부터 매년 봄이면 꽃을 피운다. 꽃은 화려하지 않고, 관음보살(觀音菩薩)의 미소처럼 소박하게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