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석사 과정에 입학하세요
최광희목사
2023년 2월 21일은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가 신입생 입학식 및 새 학기 수업을 시작한 날이다. 입학식을 앞두고 총동문회 수련회 현장을 방문하신 김학유 총장의 설명에 의하면 이번 신입생 가운데 석사과정 학생이 76명이라고 한다. 이 말을 듣고 필자가 입학하던 1988년 당시에 입학생이 80명이던 것에 비하면 숫자가 조금 줄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실을 알고 나니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였다. 왜냐하면, 석사과정 입학생 속에는 목회학석사(M.div.) 과정만이 아니라 상당수의 신학석사(Th.M.) 과정 학생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흔히 ‘신학생’이라고 할 때는 목회학석사(M.div.)에 들어온 목사후보생을 부르는 이름인데 그러면 신학생은 몇 명이나 입학했단 말인가? 목회학석사 과정에는 처음에 36명이 지원했으나 최종 등록자는 결국 30명에 그쳤다고 한다. 오늘날 이 같은 신학생 미달 현상은 우리 합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신학대학원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니 이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하겠다.
이처럼 신학생이 충원되지 않아서는 장차 한국교회가 위축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며 당장 학교 운영에도 문제가 된다. 그래서 김 총장은 동문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기도와 협력을 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또한, 학교 운영을 위하여 1인당 1만 원씩 후원해 줄 것도 요청하셨다. 신학교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인식하고 이제라도 동문들이 학교를 향해 관심을 가지고 협력하는 것이 당연히 절실하다. 그런데 필자는 그런 협조에 덧붙여 또 한 가지의 대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필자는 목회학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현장에서 사역하다가 27년 만에 다시 합신을 돌아와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설교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한 학기 공부했을 당시 필자가 한 고백은 “이런 것도 모르고 설교를 해 왔구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일 내게 동료 목회자들에게 조언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설교학을 더 공부하라고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목사는 평생 설교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신학생을 모집하는 일에 동문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지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개인당 1만 원씩 후원하는 것도 학교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이 역시 학교 운영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설령 운영비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강의할 대상인 학생이 없다면 학교가 썰렁해지는 것은 또 다른 과제로 남을 것이다.
목사에게는 설교할 성도가 필요하듯 교수에게는 강의할 학생이 필요한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가 제안하는 대안은 우리 동문들이 너도나도 신학석사(Th.M.) 과정에 입학하는 것이다. 석사과정 학생 한 사람의 등록금이면 여러 사람이 1만 원씩 후원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후원하는 셈이 된다. 그렇게 하면 학교에 운영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목회자 본인의 설교의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 결과 그 목회자가 섬기는 교회의 모든 성도까지 도움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왜 박사과정은 아니고 석사과정인가?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박사과정에는 입학할 수 있는 숫자가 6명으로 제한되어 있으므로 누구나 입학할 수가 없다. 하지만 석사과정은 100명까지 입학할 수 있는데 올해의 경우 24명은 더 입학할 수 있다. 또 박사과정은 코스-웍을 마친 후 박사학위청구 논문을 작성해야 하는데 목회하면서 논문 쓰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목회하는 분들은 논문을 쓰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석사과정은 시험만 치고도 과정을 마칠 수가 있어서 비교적 덜 부담스럽게 접근할 수가 있다.
신학석사(Th.M.) 과정은 여러 가지 전공 분야가 있지만 가능하면 설교학석사(Th.M. in BEP) 과정에서 공부하라고 권하고 싶은 것이 개인적인 견해이다. 왜냐하면 목사는 전공이 무엇이든 결국은 평생 설교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동문들이여, 학교를 살리고 자신을 살리고 교회를 살리는 방법으로 신학석사 과정에 많이 입학하시라. 그러면 학교와 교수들과 후배들을 향한 애정도 커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 이 봄에 아름다운 모교 교정을 방문해 보시라. 학식도 좀 먹어보고 잘 가꾸어진 잔디밭도 좀 밟아보고 학교 뒷산을 한 바퀴 산책하며 존경하는 선생님, 정암 박윤선의 묘소 앞에도 한 번 서 보기를 바란다. 우리는 합신이다. 합신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