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구이어부촌>
저렴한 값에 신선하고 맛있는 생선구이 밥상을 받아볼 수 있는 곳이다. 깔끔하고 옹골진 밥상이 강원도행을 뿌듯하게 해준다. 생선구이도 최적이고, 곁반찬도 나무랄 데 없다. 인근의 바다냄새가 더 밥상을 황홀하게 만든다.
1. 식당대강
상호 : 어부촌생선구이
주소 :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신리천로 27 1층
전화 : 033-662-8352
주요음식 : 생선
2. 먹은날 : 2023.2.22. 저녁
먹은음식 : 생선구이정식 1인 14,000원
3. 맛보기
실속있는 한상이 강원도의 인심을 보여준다. 생선구이는 솜씨 부리기 어려운 메뉴지만 곁반찬으로 솜씨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생선구이말고 곁반찬으로도 밥 한그릇 비울 수 있는 솜씨가 밥상머리를 즐겁게 해준다. 권할 만한 식당과 음식이다. 저렴한 가격에 종류대로 맛보는 생선에 강원도 오기 잘했다 싶으니 여정에 의미가 더해진다.
국민 태반이 도시의 아파트에 사는지라 구운 생선 먹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튀긴 생선은 느끼해서 먹기 힘들다. 구운 생선이 고소하고 생선 본연의 맛을 잘 간직하고 있지만 집에서 굽기가 쉽지 않아 적당히 렌지에 돌려 먹다 보니 진짜 구이가 그립다. 생선구이에서 기대하는 그 맛을 그대로 전해주니 고마울 뿐이다.
생선 종류도 다양해서 집에서는 쉽게 누릴 수 없는 사치다. 고등어, 이면수, 열기, 가자미다. 나름대로 다른 육질과 맛을 가지고 있는 생선, 제일 화려한 맛은 아무래도 고등어이지만, 깔끔하고 담백한 맛의 가자미에 풍성한 맛을 내는 빨간생선, 열기와 개성이 주목되는 특유 향의 이면수가 동해안 맛을 보여준다.
김치를 먹어보니 솜씨 있는 집임을 알겠다. 생선구이는 생선의 신선함과 적당한 간이 전제조건으로 충분하지만 김치는 다르다. 복합음식인 김치는 손맛까지 더해져야 제맛이 난다. 이 집이 맛집인 이유가 김치에서 드러난다.
상큼한 느낌에 진하지 않은 젓갈이 인상적이다. 신선한 생선의 상큼함에 짝할 수 있는 겉절이 김치다.
깻잎김치, 전통적인 맛이다. 혹시 생선구이에 입맛을 전환하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찬이다.
깎두기. 아가미젓갈이 탐스럽다. 맛은 더 탐스럽다. 생선구이집이라도 맛집인지는 밑반찬이 말해준다. 음식솜씨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찬, 적절한 간에 시원하고 사각거리는 무가 일품이다.
꼬막장. 꼬막이 전라도에서 출장을 왔다. 이제 맛있는 음식은 시공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어디로나 다닌다. 갯벌 없는 강릉에서도 꼬막비빔밥을 특산이라고 내세웠다. 이곳 식재료 아니어도 맛있는 조리법을 개발하면 얼마든지 이곳 특산 향토음식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향토음식의 영역이 더 넓어진 셈이다.
다행히 냉동으로 맛이 별로 감해지지 않은 채 식탁에 올랐다. 문명 이기의 힘을 식탁에서도 만난다.
청어알. 다른 곳에서 만나기 힘든 찬이다. 청어알젓을 두고 김에 싸서 미역국을 곁들이니 천상의 맛이다.
집밥같은 느낌이 좋다.
미역국
4. 맛본 후 : 청어알 단상
청어는 원래 과메기를 만들던 생선이다. 바닷가에서는 신선한 청어를 먹을 수 있지만 조금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삐득삐득 말린 것을 먹어야 한다. 관목이 청어라는 것은 <규합총서>에서도 확인되지만, 이야기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상인들은 지고 다니기 편하고 통풍도 시키기 위하여 눈 언저리를 꿰어가지고 지고 다니며 팔았다. 이들을 관목상인이라고 부른 것을 <계서야담>집에서 본 기억이 난다.
청어관목은 경주에서는 진상품으로 궁중에 올렸다. 경주 토산이 아니어서 인근에서 사다 바쳤다는 말이 정조조에 경주부윤이 올린 상소에 나온다.
요즘은 청어가 귀해져 꽁치로 대신한다. 과메기가 청어에서 꽁치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이름은 과메기다. 과메기가 삐득하게 말려 초장을 찍어먹거나 채소를 곁들여 쌈을 하는 반건조 생선 이름의 보통명사가 된 것이다.
청어 이야기 압권은 청어껍질 쌈이야기다. 상급의 식도락가는 청어를 껍질만 분리해내서 쌈을 해먹었다. 껍질을 벗긴 청어살은 그대로 아랫것들 몫이었다. 상전이 아랫것들에게 물리는 밥상을 경기도에서는 대궁상이라 불렀다. 홍명희의 임꺽정에 나오는 이야기다.
대궁상은 상전의 권력을 보이는 거 같아도 사실은 상하 공존의 지혜이기도 하였다. 대궁상을 기다리는 아랫것들을 위해 상전은 일부러 싹쓸어 먹지 않고 남기고, 깔끔하게 먹었다. 아랫것은 원래 받았을 제밥상보다 훨씬 더 풍성한 상을 받았다. 사회풍습은 인정한 상태에서 식솔을 배려하는 마음을 담은 지혜의 공존이었던 셈이다.
물론 식도락을 지나치게 쫓는 행태도 없지 않았다. 청어껍질쌈을 하다 삼대 재산을 말아먹었다는 일화도 있으니 말이다. 맛나고 귀한 생선 청어는 조선조에도 어획량이 일정하지 않은 생선으로 유명하다. 바다에 지천으로 널렸을 때는 누구나 값싸게 먹을 수 있었지만, 어떤 때는 회유로가 달라져 구경도 할 수 없었다. 아마도 어획량이 적을 때도 여전히 껍질쌈을 즐기는 행태를 문제삼은 이야기일 것이다.
귀한 청어를 이곳에서는 알로 젓갈로 즐길 수도 있다니, 그것도 놀랍다. 알고보니 청어알젓은 강릉과 부안 곰소의 특산물이다. 청어알젓갈은 인터넷으로도 구매할 수 있다. 이 집에서는 언제나 밑반찬으로 올린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맛이 날치알과는 다른 깊은 풍미를 선사한다. 적당한 간의 청어알을 밥 위에 얹어 싸먹는 맛은 아마도 조선조 장자의 청어껍질쌈 못지 않은 호사이리라.
거금? 14,000원에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식당이다. 식재료의 지평 확산은 덤으로 얻는다.
*인근 밤바다. 얼마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여 이미 대중스포츠가 된 듯한 서핑을 즐기는 사람 덕분에 인근이 온통 서핑마을이다. 한적하던 시골 마을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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