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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름이 피크를 치달았던 지난 8월 중순, 북경 시내에 있는 북경이공대학 캠퍼스 두 군데를 마치 말달려서 산 구경하듯, 취재하고 돌아 왔다. 북경 중심가인 해정구(海淀區) 중관춘(中关村) 캠퍼스와 거기서 약 35km 떨어진 북경외곽 신도시의 랑샹(良乡) 제2캠퍼스. 중관춘 캠퍼스가 아담하고 오밀조밀한 전형적인 도심지 캠퍼스라면, 랑샹캠퍼스는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전원 연구단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캠퍼스의 속살이랄 수 있는 강의동의 배치와 기숙사, 도서관, 기타 편의시설 등은 한국의 여느 캠퍼스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캠퍼스 울타리 바깥의 모습은 한국과 확연히 달랐다. 한국의 수도권소재 대학 캠퍼스 문밖은 대개 식당과 상가, 유흥 시설과 술집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루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북경이공대학 캠퍼스 주변은 눈씻고 찾아도 술집과 유흥시설 등을 발견할 수 없었다. 복잡한 시내에 위치하고 있으되, 젊은 선비들이 차분하게 공부에 몰두할 수 있게 배려해주는 곳 - 북경이공대학 캠퍼스를 마치 스케치하듯, 사진을 중심으로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
■ 중관춘(中关村) 캠퍼스
0... 북경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에서 지하철, 직통리무진 버스로 연결되는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다. 중관춘 거리는 명문대학이 옹기종기 모인 서울의 신촌을
생각하면 된다. 중관춘 캠퍼스는 반듯한 사각형의 부지로 면적이 약 21만 평
(709021㎡)이며, 서울의 안암동 고려대학교 캠퍼스와 비슷한 크기다.
재학생 수(대학원 포함)는 약 28,000명으로 그 역시 고려대학교(안암동)와
비슷하다.
0... 한국유학생으로 북경이공대학 입학이 결정되면, 1월부터 시작되는
예과(預科)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예과 생활은 중관춘 캠퍼스의 중앙에
위치한 유학생센터(留学生中心)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기숙사와 강의실,
식당과 편의시설이 그 주위에 오밀조밀 배치돼 있어서 간편복 차림으로
걸어 다니며 하루일과를 모두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 중관춘 캠퍼스의 유학생센터(留學生中心) 건물 앞 'I ♥ BIT' 조형물에서
포즈를 취한 한국유학생들.
▲ 유학생센터. 북경이공대학 유학생들만을 위한 공간이다.
▲ BIT가 글로벌 명문대 임을 실감케 하는 유학생 센터 1층 라운지. 북경이공대학에는
2천 여명의 외국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국
이공계의 자부심이라 불리는 BIT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유학생은
2019년 현재 50명 안쪽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근접한 한중(韓中) 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유학생의 숫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는 것이 대학 당국의 설명.
▲ 유학생센터 입구에서 한국유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기서 지도교수.
이 교수는 "고국을 떠난 한국인이 모두 애국자가 되듯, 한국을 떠난 유학생은
모두가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되는 것 같다"며 활짝 웃는다.
▲ 한국 예과학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 건물. 그 앞에 세워진
북경이공대학 셔틀버스는 북경시내의 캠퍼스 2곳(랑샹, 서산)을
정기운행한다.
0... 북경(北京)은 14억 인구가 사는 중국의 수도(首都). 당연히 인구 5천만 명의
대한민국과는 스케일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서울과 북경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인구수로는 서울의 2배인 2천여 만명에 불과한 북경이지만, 도시 면적을
따지면 서울의 28배나 된다. 북경직할시는 한국의 강원도와 거의 같은 넓이다.
0... 서울이 광화문을 중심으로 내부순환로, 제 1,2 외곽순환도로로 동그랗게 감싸는
도로망을 가졌듯 북경도 자금성(紫金城)을 축으로 고리같은 순환도로 '환(环)'이
1환, 2환 등으로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2018년 6월에 완공된 7환(環) 순환도로는
길이가 무려 940km에 달해,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것보다 100km 이상 더 길다.
북경이공대학의 중관춘 캠퍼스는 3번째 순환도로(西3環北路)에 걸쳐있어서 비교적
"북경중심지" 대접을 받는다.
▲ 북경이공대학 정문(东门口). 지하철 4호선(地铁四号线) 웨이공춘역(魏公村站)과는
불과 200m 거리에 있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대학본부 사무처.
▲ 지하철 4호선 웨이공춘역 A출구 - 곧장 200m를 걸으면 북경이공대학 정문이다.
▲ 북경공항에서 중관춘 캠퍼스까지 가는 방법은 3가지. 리무진버스, 지하철
그리고 택시다. 대부분의 학생은 리무진 버스를 이용한다. 갈아타야 하는 지하철은
번거롭고, 택시는 버스보다 2~3배 비싸기 때문이다.
사진은 북경 국제공항 1층의 버스(巴士) 승강장 7번 매표소 공주묘(公主坟)행
버스승강장. 이 버스를 타고 우의빈관(友谊宾馆;Friendship hotel)에서 하차하면
북경이공대학 중관춘 캠퍼스 정문에 닿는다. 요금은 30위안(약 5천원), 50분 소요.
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100위안(1만7천원) 내외.
▲ 북경이공대학 정문에서 캠퍼스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 교수 연구동, 가로수와 잔디밭,
각종 편의 시설들이 깔끔하게 자리잡고 있다.
▲ 중관춘 캠퍼스의 하이라이트 건학이념비(建學理念碑).
돌에 새겨진 붉은 글씨는 '지려'(砥礪: 숫돌)다. 중국어로는
'디리'(dǐri)라 읽는다. 숫돌로 갈아야 쓸모있는 칼 날이 되듯,
북경이공대생은 끊임없이 자신을 연마해 나라에 쓸모있는
인재가 돼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 북경이공대학 설립자의 친필 휘호 실사구시 부자이위시(實事求是 不自以爲是).
"사실을 토대로 진리를 탐구하되, 내 주장만 옳다는 생각은 틀린 것이다"
북경이공대학 설립자 서특립(徐特立; 1877~1968) 선생은 14억 중국국민이 존경해 마지 않는
교육자다. 찢어지게 가난한 농사꾼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후난(湖南)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19년 프랑스 파리대학교 유학을 가서 1923년에 귀국한 뒤에는 사범학교 두 곳을 비롯
1939년에는 북경이공대학을 설립했다. 서특립선생은 후난사범학교 교수로 재직할 때
모택동(毛澤東)을 제자로 가르친 바 있다.
▲ 캠퍼스 한 가운데 자리잡은 실내체육관과 잔디 축구구장. 실내체육관은
2008년 북경올림픽게임에서 배구장으로 사용됐다. 또 축구 잔디구장은 중국의
전국 축구리그 공식경기장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 학생식당가의 모습. 중국요리는 물론 양식, 아시아 각국의 대표메뉴가 제공된다.
정면에 보이는 식당이 무슬림을 위한 할랄식단을 제공하는 곳이다.
▲ 캠퍼스 북편 출입문. 왼편에 보이는 건물이 중국 국방과학연구소.
북경이공대학은 중국의 산학협동 국책과학연구의 중심역할을 한다.
▲ 캠퍼스 왼편엔 석박사 코스를 밟는 대학원생의 아파트식 기숙사가 많이 들어서 있다.
향후 중관춘 캠퍼스는 대학원생 위주 캠퍼스로 운영될 예정이다.
▲ 북경이공대학 대학신문(校报). 한국의 대학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대학신문이지만, 북경이공대학 주간신문은
꼬박꼬박 발행돼 학생들 손에 쥐어진다.
▲ 북경이공대학이 운영하는 캠퍼스내 호텔. 북문5 출입구에 있다.
이름은 국제교육교류호텔(國際敎育交流大廈)로 지상15층,
객실 120여개를 구비하고 있다. 북경이공대학을 방문하는
학부모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호텔로 예약사이트는
▶ (르포 2) 랑샹(良乡) 캠퍼스편이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