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9일 금요일
코로나바이러스로 기업교육이 다 연기 내지 취소.
이번 학기부터 위촉된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강의도 영상수업으로 대체.
반실업자가 되어 평일인 오늘도 산행을 갑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일단 산에 가는건 좋습니다. 단무지 ㅜㅜ
목적지는 춘클리지. 휴일은 사람이 많이 몰려 평일에 가자는 상섭씨 제안에 따라 나섭니다.
멤버는
3호: 충호, 창호, 성호
2섭: 태섭, 상섭
1준: 동준
산에 가는 날은 일찍 깹니다.
통창으로 새벽달이 밝습니다.
한뼘 오른쪽 위로 샛별과 대화를 나누는 듯
여명이 걷히고
스카이라인이 릿지로 보입니다.
또 만납니다.
나중에 어떤 일이 있을지 몰라도 산행 출발은 즐겁습니다.
동준형 사진 찍힐 줄 압니다.
얼굴 작게 나오려고 앞으로 오시라고 해도 절대 안 옵니다.
제 얼굴이 제일 크게 나옵니다. ^^
앞 동준, 뒤 창호. 갑자기 사회적 거리를 둡니다. 이미 서로 있는 세균 없는 세균 다 주고 받았을텐데^^
창호형님의 페츨 배낭이 예쁩니다.
예쁘다고 했더니 기능도 좋다고 하십니다.
선등자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멜빵에도 장비고리가 있답니다.
오늘 선등 서시려나 봅니다. 그래서 천천히 가시나?
교장선생님 말씀과 어프로치는 짧을수록 좋습니다.
변교장님은 짧아서 좋습니다, 말씀이.
산수유다, 생강나무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아 생강이 나무에서 나오는구나!' 생각하는 서울 촌놈 써비입니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 모히또가 어디야? 이병헌보다 못한 놈.
범굴암에서는 몽우리였던 진달래가 일주일 지났다고 얼굴을 폅니다.
춘천클라이머스산악회에서 개척했다하여 춘클리지, 아하~
선등을 서는 것은 가훈을 지키는 것이라며 오늘도 총대를 맵니다. 상섭씨는 참 훌륭한 아버님을 뒀습니다.
빌레이는 사랑입니다.
연애할 때 애인의 얼굴에서 떼지 못했던 성호형님의 눈길이 선등자의 엉덩이에 꽂힙니다.
애인의 얼굴 표정 변화에서 본능적으로 상황 파악을 하고 대응했던 행동은 유전인자가 되어 선등자의 손동작 하나, 발동작 하나에 바로 바로 반응합니다.
그래서 빌레이는 사랑입니다.
그런 두 사람의 사랑을 지켜 보는 큰형님의 눈 빛이 그윽합니다.
ER42기를 마친 2017년 겨울, 판대에서 성호형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연배가 60중반이신 분이 판대빙벽을 거침 없이 올라가십니다. "아니 저 연세에?".
나는 펌핑 나서 쩔쩔 매는데 ㅜㅜ.
그런데 그건 약과였습니다.
올해 2월. 당고개암장에서 창호형을 처음 만났습니다.
73세 형님이 툴링으로 끝까지 올라 가십니다. "아니 저 연세에?" 나는 펌핑 나서 쩔쩔 매는데 ㅜㅜ.
중간에 내려온다고 혼났습니다. 아 쪽팔려~
그런데 그것도 약약과였습니다.
오늘 충호형을 산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78세 형님이 릿지를 거침없이 가십니다. "아니 저 연세에?" 나는 펌핑 나서 쩔쩔 매는데 ㅜㅜ.
대단한 형님들.
ER 형님들은 틀림 없이 뭔가 따로 드시는게 있을겁니다. 그 비급을 전수 받아야겠습니다.
인수봉 바람의 전설, 충호 큰 형님.
저 연세에 허벅지와 장딴지가 경복궁 기둥입니다.
바위가 쌀쌀맞습니다. 몇 동작 올라가니 손이 시렵습니다. 올 해 첫바위 하시는데 손이 곱아 뜻대로 안 되시니 큰 형님 한소리 하십니다. 씨~~x (헉..)
1준, 동준 형님.
나는 혼자네? 하시며 특유의 매력적인 웃음을 보이십니다.
우리의 리딩클라이머, 가훈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의 제리, 오늘 톰이 없어서인지 평화롭게 잘 나아갑니다.
저 큰 배낭에 큰 카메라까지 넣고 와서 무거울텐데 잘 합니다. 작년에 비해 5킬로그램이 늘었다는데도 역시 우리의 에이스입니다.
창호형님은 계속 웃으십니다. 참 유쾌한 형님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하십니다.
"태섭아, 너 앞으로도 시간이 많아서 계속 이렇게 같이 산행했으면 좋겠다."
(헉)...
"예 형님."
좋은건가? 나쁜건가?
일단 산에 같이 다니자고 하시니 좋습니다. 단무지2 ㅜㅜ
드뎌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4피치, 5.11b 적벽의 꿈에 왔습니다.
약간 긴장하는 순간, 9명이 온 다른 팀에 밀릴까봐 우리의 리더, 적벽의 꿈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뒤통수로 갑니다. 탁월한 선택. 역시 인생은 B와 D사이의 C라고 강력히 설파하더니 바로 실행합니다.
그런데, 여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잘 갑니다.
6명 평균연령 65.6세.
78, 73, 66, 65, 59, 58
나도 딴데 가면 기본이 중상인데 여기서는 밑에서 두번째 ㅜㅜ.
딴데 가면 내가 하는 얘기를 여기서는 듣습니다.
"태섭아, 그러고 서있지 말고 올라가는 줄 풀어줘."
"예, 형님"
9명 온 팀은 나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사람이 대장이다.
같이 온 분들이 대장님 대장님.
"저러다 목 부러지겠네." 할정도로 목에 깁스를 했다.
그래도 우리 형님들은 목이 부드러우시다.
그래서 형님들이 편하고 좋다.
많이 알려주고 가르쳐 주시려고 해서 많이 배운다.
ER의 꿈나무 호석이가 생각납니다.
같이 다니면 평균연령이 낮아지겠지?
근데 우리하고 등반할까? 호석아 같이 갈래? 맛 있는거 많이 사줄께. 호석이 영입프로젝트를 가동해봐?
허걱!
선등자만 뚫어지게 보시나?
그래도 안 쫄은 척 웃습니다.
연출이어도 좋아.
한컷 건졌습니다.
선등도 잘 서더니 사진도 잘 찍습니다.
떨어지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데 나는 겨드랑이에 날개는 커녕 겨털 밖에 없다. 떨어지면 안 되는 이유. 겨털은 부력을 만들지 못하니까.
좋답니다.
뒤에 태양광판으로 덮힌 섬. 배렸습니다.
정상테라스
나를 지켜 준 것들.
이제 필요없다고 벗어버립니다.
장비에 적힌 이니셜 C.H. Lee는 충호 리일까? 창호 리일까?
"재가 C.H. Lee라고 적힌거 많이 가져 갔어."라고 주장하는 78 C.H. Lee, 계속 웃고 계시는 73 C.H. Lee 입니다.
지난 번 악어의꿈리지 때는 산행 끝내고 명태만 맛 없는 이상한 명태전문점에서 명태 빼고 다른 음식으로 뒤풀이 했는데... 우리의 선등자, 꼭 이 닭갈비집을 가야한다고 합니다. 이름하야 '황토숯불닭갈비'. 혹시 닭갈비 빼고 황토만 맛있는 집은 아니겠지?
아~ 근데 제대로입니다.
간장닭갈비, 고추장닭갈비, 내장에 똥집 그리고 입가심으로 시커먼 된장국수까지.
우리의 선등자, 뒤풀이집까지 퍼펙트리딩을 합니다.
안주 좋고, 분위기 좋고.
기분 좋은 충호형님, 술이 잘 들어가십니다.
너무 맛 있어서 73 C. H. Lee 형님께서 건배사를 "황토숯불갈비 만세"로 하자고 하십니다. 목청껏 건배사를 외치니 사장님 감동하십니다.
그리고는 "제 고등학교 동창 친구 한명도 암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라고 말을 붙여 오십니다. 순간 "왠 암걸린 친구분 얘기?" 아~~! 암하는 친구 = 바위하는 친구! 이름이 덕호라고 합니다.
형님들 족보를 캡니다.
몇년생? 어느 학교? 신일고등학교라고? 혹시 연대?
몇 수 안 들어 갔는데 갑자기 동준형님 벌떡 일어나셔서 사장님께 "선배님!" 합니다. 그 친구 분이 바로 32기 덕호형. 동준형 고등학교 1년 선배..
사장님 바로 전화 쏩니다.
전화로 덕호형과 돌아가며 한 바탕 대화가 오가고, 앞으로 춘클 오면 뒤풀이는 여기라고, 회원이 8천명이라는 소리에 사장님 입이 귀에 걸립니다.
뻥카는 항상 약발이 좋습니다.
짧은 시간 급 친해진 사장님과 아쉬운 이별을 하고 춘천을 떠납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의 개천, 봄내 춘천에서 등반하고 돌아 오는 길. 충호형을 사당역까지 모셔다 드리는 미션을 명 받았습니다. 약주 많이 하셨다고 하십니다. 따뜻하게 주무시라고 시트에 열선을 넣어 드립니다.
"어? 의자가 뜨끈한게 좋다." 하시고는 사당역까지 한 숨도 안 주무십니다. 얘기 하십니다.
산을 시작하신 계기, 실버에베레스트원정대에 선발된 얘기, 그래서 C2까지는 갔는데 고소는 안 되겠더라는 아쉬움, 그리고 요세미테까지. 오는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형님 같고 아버님 같으신 충호형, 두런 두런 참 좋은 시간입니다.
새벽에 봤던 샛별, 금성. 저녁에는 개밥바라기별이라고 부른답니다. 바라기는 그릇이라는 뜻 이라고 하네요. 주인이 저녁 먹는 동안 개가 자기 밥그릇이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시간에 뜨는 별이라서 그렇게 부른다고.
충호 형님 얘기들으며 하늘에서 개밥바라기별을 찾아 보는데 구름이 끼었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집에 와서 누우니 릿지와 호수가 어우러진 오늘의 산행이 천정에 펼쳐집니다.
항상 좋은 산행을 제안하고 이끌어 주는 상섭씨가 고맙습니다. 내일은 형님들과 범굴암 간다는데 나는 일이 있어 못 가는게 내심 아쉽습니다.
내일 비 오기를 바라며 잠에 듭니다.
첫댓글 형님들 만수무강하세요~^^
태섭형 쵝오!
땡큐~
꼭 내가 등반하고 닭갈비 먹은 느낌이네~~다음에 꼭 같이합시다
예 형님. 같이 해요.
재미있게 쓴 등반후기 잘 읽었습니다
유선배의 위트와 순발력이 돋보이네요 ^^
4월의 등반이 기다려집니다.
4월 등반 기대 업~
에고! 저 32기입니다. 그 것도 낙제할 건데 겨우겨우 졸업장 받았습니다~^^
형님 덕분에 2차가 아주 환상적이었습니다 ^&^
@한상섭 춘클 등반하시는 ER 동문님들의 지정 뒷풀이 장소로 개방토록 압력을 행사하고, 또한 서비스 추가 및 가격할인 등 추가대책도 마련토록 압박하겠습니다~~^^
형님이 그 자리에 같이 계신 듯 했습니다. ㅎㅎ 담에 뵙고 정식으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유태섭(42기) 아이고!인사는요....
등반하실 때 구경이나 시켜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늘 지금처럼 건강하고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쭉 오래오래동안 잘 이끌어 주시기를
격려 감사합니다. 부산에서도 산행기 많이 올려 주세요~
사진속 선배님들 표정에서 즐거움이 느껴집니다ㅎㅎㅎ 저도 가면 4호가 되겠네요~
오호~ 긍정적인 반응~ 근데 끝자 돌림이니까 1석이 되지 않을까? ㅎ 호형님들께서 오케이 하면 4호고 ㅋ
하하 재미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