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척사윤음」은 1839년 10월 18일(음) 조인영(趙寅永, 1782~1850)에 의해 총 2226자 분량의 한문으로 작성되었다. 이 윤음은 한문본과 더불어 언해(諺解, 한글로 풀이함) 작업이 이뤄져서 「유중외대소민인등척사윤음(諭中外大小民人等斥邪綸音)」이라는 제목으로 합본돼 책자로도 배포되었다. 당시 천주교가 상층(양반 지도층) 외에도 하류 평민과 부녀자에까지 널리 전파되어 있었기 때문에 상하층에게 고루 읽힐 수 있도록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척사윤음」으로 1839년 박해는 어느 정도 막을 내리게 되는데, 마지막 천주교도들의 사형집행장을 당고개로 지정하면서, 10여 명의 당고개 순교자가 추가되었다.
- 서울대교구 당고개 순교성지. 기해박해 막바지인 1839년 12월 27~28일(음력), 이곳에서 최양업 신부 모친 이성례(마리아) 등 10명이 참수형을 당했다. 이성례는 복자품에, 나머지 9명은 성인품에 올랐다.가톨릭평화신문 DB
유교 벗어나는 모든 것은 이단이고 오랑캐
“왕께서 말씀하셨다. 아, 「중용」에 이르기를 ‘하늘이 명한 것을 성(性)이라 한다’고 하였고, 「상서」에 이르기를 ‘위대하신 상제(上帝)께서 하민(下民)들에게 본성을 내려주어 그것을 따라서 떳떳한 본성을 소유하였다’고 하였다. ⋯하늘을 받들고 상제를 섬기는 것이 어찌 사단(四端)과 오륜(五倫)에서 벗어나겠는가! ⋯이승훈이라는 자가 서양의 책을 사 가지고 와서 천주학(天主學)이라고 일컫고는 선왕의 법언이 아닌데도 몰래 서로 속여 꾀어내고, 성인의 정도(正道)가 아닌데도 탐혹하게 만들어 점차 이적·금수의 지역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신유년 사학을 토죄한 옥사(獄事)에 이르러 극도에 달하였던 것이다.”
윤음은 그 시작에서부터 조선은 유교 문명을 수호하는 국가요, 이를 벗어나는 것은 모두 이단이고 오랑캐로 간주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이승훈에서 시작된 천주학은 정도(正道)가 아니어서, 신유년(1801)에 큰 옥사(獄事)가 있었음을 지적하였다. 그러면서 유교적 이념에 따라 백성을 교화하기 위해서 천주학의 잘못된 부분을 하나하나 분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첫째, 천주학(天主學)을 한다는 자들은 하늘을 공경하는 것이 아니라, 죄를 씻고 은총을 구하는 천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곧 하늘을 속이고 하늘을 업신여기는 데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둘째, 예수(耶蘇)라는 존재는 고금을 통해서 있을 수 없는 거짓된 것이라는 것이다. 예수는 사람도 귀신도 아니며, 하늘과 사람이 섞일 수도 없는데, 하늘이 내려와서 사람이 되었다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해석하였다.
셋째, 승냥이와 수달도 제사를 지내는데 저들은 신주(神主)를 부수고 제사를 폐지하고 있으니, 천주교인들은 사람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이들로 규정하였다.
넷째, 천주교인은 군신의 의리를 부정한다고 보았다. 교황(敎皇)·교주(敎主) 등의 호칭을 만들어서 군주의 권력을 훔쳐 임금의 교화가 미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음양설에 따라서 반드시 부부(夫婦)가 있는 것인데, 저들은 시집도 장가도 가지 않고 정덕(貞德)을 칭탁하면서 실제로는 남녀가 섞여 풍교(風敎)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침내 인류를 멸망케 하고, 인륜을 더럽힌다고 보았다.
여섯째, 성모(聖母)·신부(神父)·영세(領洗)·견진(堅振) 등은 마치 무당이 부적이나 주술로 세상을 현혹시키는 것과 비슷하고, 불교의 주장인 천당지옥설을 똑같이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끝으로, 예수(耶穌)는 참혹하게 죽은 자인데, 이는 어리석은 자가 아니면 망령된 자일 뿐이다. 이를 따르는 이들은 마치 황건적이나 백련교도와 같은 자가 되는 것이니, 참으로 안타깝다고 전하고 있다.
지도자급 신자 모두 순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