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합의한 이후에도 건강보험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능할까?
1. 문제점
교통사고로 인하여 상대 보험회사와 합의 이후에도 치료비가 계속하여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 치료비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그 궁금증의 실마리를 찾아보려면 “국민건강보험법”의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의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우선 법을 해석하는 원칙에 대하여 살펴본 후 “국민건강보험법”의 내용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법의 해석 원칙
법이라는 것은 헌법학에서 보면 “자연법”이 존재한다? 그렇지 않고 인간이 만든 “실정법”만이 존재한다? 등 여러 가지 학설이 대립하지만, 어쨌든 국회를 통하여 만들어지는데 분명한 것은 이들도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즉, 사람이 만든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법은 완전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법이 탄생하고 개정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해석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을 해석하는 원칙을 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첫 번째, 문리해석의 원칙
법이든 다른 모든 것이든 가장 기본은 “문구 자체의 의미”대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석을 해서 그 의미가 명확히 들어나면 이하의 것은 해석할 필요가 없는데, 법규는 그 문구가 대부분 추상적인 단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해석의 원칙들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두 번째, 객관적 해석의 원칙
전체 문맥의 의미를 건전한 이성을 가진 사람들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해석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그 객관적이라는 것도 어찌 보면 주관적일 수 있으며, 모호한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작성자 불이익 원칙”이라는 보충 해석의 원칙이 등장합니다. 즉, 모호할 때에는 법으로 인하여 피해를 받게 되는 국민 또는 피보험자 등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합목적적 해석의 원칙
위와 같은 해석의 원칙을 다 동원했는데도 불구하고 법문의 의미가 확정하기 어렵다면 법의 제정 취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 해석의 원칙을 세 번째에 썼지만 사실상 모든 법을 바라볼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원칙입니다.
3.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
이 법의 취지는 법 제1조에서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법 제53조에서 급여를 제한하는 사유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주목해서 보아야 할 부분은 같은 조 제1항 제1호에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급여 제한 사유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이유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는 사회정의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것까지 건강보험급여로 보장을 한다면 다수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한 국민들의 불필요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보험은 우연한 사고로 인한 경제적 위험을 보호하는 것이 근본 취지인데, “범죄행위”는 이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동법 제53조 제2항에서 “공단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다른 법령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급여를 받거나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비용을 지급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한도에서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보험금의 이중지급을 방지하려는 취지입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실손의료비 보험에서도 이러한 원칙은 적용되기 때문에 산재나 자동차보험에서 치료비를 받는 경우에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것입니다.
4. 급여의 제한 사유에 관한 판례
첫 번째, 도로교통법상 범칙행위도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대법원 90누752 판결)
이 판결문에서 “범죄행위에는 형법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행위는 물론 특별법령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행위도 포함되는 것”이므로 도로교통법상 “범칙행위도 위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였습니다.
두 번째,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대한 해석 원칙(엄격해석의 원칙)(대법원 2002두12175 판결)
단, 과실범은 고의범이 아니기 때문에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에서도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라고 규정하지 않고,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법규 해석에 관하여도 위 판결문에서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가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 법조 소정의 급여제한 사유로 되는 ‘중대한 과실’이라는 요건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에서 문제가 되었던 사안은 오토바이 운전자가 도로에 정차되어 있던 화물차를 추돌해서 부상을 입었던 사건이었는데, 당시 화물차의 운전자는 차폭등·미등이나 비상등도 켜지 않았으며, 후방에 안전삼각대도 설치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양차량의 과실이 경합된 사건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오토바이 운전자만의 ‘중대한 과실’이라고 보지 않았던 사안으로 ‘보험급여의 제한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판례입니다.
5. 교통사고가 급여의 제한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위 국민건강보험법과 판례 등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12대 중과실 등 중대한 과실사고가 아닌 일반적인 교통사고의 경우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법상 “급여의 제한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동차보험으로 처리가 될 경우에 건강보험으로 처리가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래 법조항을 보면 그 수긍이 갈 것입니다.
6.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구상권)
제1항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에는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
제2항 “제1항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 제3자로부터 이미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에는 공단은 그 배상액 한도에서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위 밑줄 친 부분을 주목해서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교통사고의 경우에는 가해자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가해자를 대신해서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피해자에 지급합니다. 따라서 피해자는 이미 제3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한도에서 건강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만일 피해자의 과실이 많다면 법이론상으로는 그만큼 치료비도 상계되기 때문에 받지 못한 치료비에 대하여는 당연히 건강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 대인사고의 경우 아래와 같은 이유로 건강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습니다.
7. 자동차보험과 치료비
자동차종합보험 대인사고에 관한 규정을 보면, 가해자에게 조금이라도 과실이 있을 경우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는 전액 지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피해자는 자신의 과실이 100%가 아니라면 상대 보험회사로부터 치료비에 관하여는 전액 받을 수 있습니다.
보통 합의를 하게 되면 이 치료비에 대하여도 합의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치료비에 대하여는 이중으로 지급하지 않는 원칙에 따라 건강보험급여는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8. 결론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동차보험으로 처리가 될 경우에는 치료비가 전액 지급되기 때문에 건강보험급여는 별도로 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합의 이후에 새로운 질병이나 파생되는 합병증 등의 경우에는 치료비를 받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는 국민건강보험으로 처리가 가능합니다.
예를 든다면 교통사고로 다리가 골절이 되어서 치료 후에 합의를 했는데, 이후 관절염 등이 생긴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교통사고환자의 대부분이 궁금해 하는 합의 후에도 치료비에 대하여 건강보험으로 처리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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