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어거스틴>
태국은 음식이 맛있기로 아시아에서 유명한 나라다. 식재료가 풍부하고 기본적으로 물산이 풍부하여 여유로운 심성이 그대로 요리에 반영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태국음식은 꽤 여러 차례 먹어봐서 나름 맛을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식당에 가득한 손님들, 빠르게 들고나는 음식들이 우선 맛있다고 말해준다. 그러나 그래도 제일 믿어야 할 것은 내 입맛, 내 입맛에도 맞고 맛있다. 인도네시아 나시고랭과 함께 태국 똠양꿍을 먹어보자.
1.식당얼개
상호 :생어거스틴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45
전화 : 02-3144-2083
주요음식 : 동남아음식
2. 먹은날 : 2022.01.24.점심
먹은음식 : 나시고랭 17,000원, 똠양꿍쌀국수 14,000원
3. 맛보기
다행스럽게도 태국음식과 인도네시아 음식을 이래저래 꽤 여러차례 여기저기서 먹어볼 기회가 있었다. 특히 태국음식은 오래전 일이지만 태국에 가서도, 한국의 여기저기 식당을 찾아서도, 심지어 대만에 가서도 먹어볼 기회가 있었다. 제한된 음식 체험 아래서는 이 집 음식이 가장 맛있는 게 아닌가 한다. 한국사람 입맛으로 내 입맛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한국 기준으로 맘대로 말하라면 맛있는 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1) 나시고랭
외국음식의 식재료와 요리법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우리 음식과 견주면 비빔밥과 볶음밥의 중간형태인데, 볶음밥에 가깝다. '나시고랭'은 말레이어로 볶음밥이라는 말이다. 말레이어로 나시(nasi)는 '쌀이나 밥', 고렝(goreng)은 '튀기다, 볶다'를 의미한다. 간장으로 만든 특유의 소스 케찹마니스(kecap manis)를 넣는다는 점에서는 비빔밥과, 소스를 넣고서도 볶는다는 점에서는 볶음밥에 가깝다. 우리는 중국집에서나 주메뉴로 먹는 볶음밥, 나시고랭이 말레이에서는 가장 보편적인 주메뉴 주식이다.
대체로 눈에 띄는 재료들은 오징어, 새우, 숙주 등이고 파란 채소는 잘 파악이 안 되어 물어보니 케일이란다. 케일을 넣은 볶음밥, 우리 음식에는 흔하지 않은 조합이다.
인디카 쌀로 하는 밥은 딱딱한 느낌이고 푸석거리지 않는다. 오히려 따글거리면서 약간 익지 않은 느낌을 준다. 찰기없는 퍼걱거리는 느낌은 아니어서 우리밥에 근접한 것도 같다. 거섶이 많지 않아 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식사인데, 소스가 젓갈간은 아니고 간장간에 가까운데, 약간만 달고 특유의 향료와 소스맛이 있어 이국적으로 여겨지며 느끼하지 않아 좋다. 나시고랭 밥은 현지에서도 약간 되게 해야 맛있다고 하니 본토맛을 잘 살린 셈이다.
2) 똠양꿍 쌀국수. 똥양꿍은 새콤한 새우 수프라는 말이다. 중국의 샥스핀, 프랑스의 부이야베스와 함께 세계 3대 수프라는데, 샥스핀은 희소성과 높은 가격 때문에 일반화되지 않았고, 부이야베스는 남불에 가도 제대로 된 것을 먹어보기 힘드니 똠양꿍이 최고수프라는 말이 되는가.
나시고랭이 동남아 음식인데 반해 똠양꿍은 고유한 태국음식이다.
우리 단무지와 같은 반찬. 무에 치자물인지?
똠양꿍쌀국수. 똠양꿍은 우리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처럼 가장 보편적인 수프다. 새우수프 그 자체로 먹기도 하지만, 국수를 말기도 하고 밥을 말기도 한다. 맛은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다. 한국교포들에게는 김치찌개와 같아 개운한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많이 찾는 태국음식,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장 그리는 음식이다.
역시 국물이 개운하다. 매콤 새콤 달콤이다. 이중 매운 맛이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 상당히 매콤한데 시원한 느낌마저 준다. 쌀국수에서도 찰기가 느껴진다.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음식이다. 향채도 잘 안 보인다. 특별한 향이 느껴지지만 강하지 않고 거부감도 들지 않는다. 태국음식을 맛있게 하면 이런 음식이 되는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식재료 중 기억해야 할 것은 레몬그라스(lemongrass), 신 맛을 내는 데 사용하는 재료, 잎을 비비면 레몬향이 나는 채소다. 태국음식 대부분이 이 레몬그라스를 사용한다. 특히 똠양꿍에는 반드시 넣는 향신료다. 새콤한 맛을 내면서 잡내를 없애줘서 동남아에서 널리 사용된다. 차로도 약용으로도 쓰인다.
4. 먹은 후
문제는 쌀국수와 나시고랭을 먹으면 탄수화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온전한 1인분 요리들을 시키고 또 다른 요리를 시켜야 하나, 상차림과 주문에 의문이 생긴다. 집에서야 적절하게 차리겠지만 식당에서는 어떻게 주문을 해야 하나, 3인 이상이면 고민을 좀 덜겠지만, 2인이어도 고민이다.
이태리 음식, 스파게티를 야채 샐러드에 잘 먹어도 나중 보면 탄수화물을 주로 먹은 느낌 때문에 언제나 부담스러운데, 아시안음식에서도 이런 고민을 자주 만난다.
췌언 하나, 근데 식당 이름은 왜 성 어거스틴이지? 불교의 나라 태국, 이슬람의 나라 인도네시아 등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이름 같은데. 동남아시아는 불교나 이슬람인데? 깊은 뜻을 알아봐야 할 거 같다.
이번에는 추신이다. 무슨 행사인지 몰라도 음식값을 거의 반값밖에 받지 않았다. 두 개 합쳐서 19,000원, 영문을 모르겠지만 너무 놀라운 값으로 혜택을 봐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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