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엄하게 키워야 한다?
암투병 환자로 ‘마지막 강의’라는 책을 쓴 저자 랜디 포시의 이야기 이다.
일곱살인 크리스와 아홉살인 로라는 늘 엄마로부터 주의를 받으며 지내왔는데, 총각삼촌이었던
랜디 포시가 새차를 구입하던 날, 엄마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준다. “랜디 삼촌 새차니까 조심
해야 돼, 타기 전에 신발 털고, 아무거나 건드리지 말고, 더럽히지도 말고..”
조금 후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새차의 주인인 삼촌이 콜라 캔을 따더니 조카들이 보는 앞에서
천으로된 뒷좌석 위에 쏟아 붓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차 안에.
콜라캔을 쏟는 동안 크리스와 로라는 벌어진 입과 크게 떠진 눈을 다물지 못한다. 그들이 보기에도
어른들의 규칙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삼촌의 미치광이 모습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런 훈계로 아이들 기를 죽이다니, 당연히 차는 더럽혀 질 수 있는거야’ 라는 혼잣말은
랜디 포시가 콜라 캔을 새차 내부에 쏟아 부은 이유이다. 그리고 이런 삼촌의 덕분에 사랑스러운
그 조카들은 자유분방한 사고방식과 거침없는 추진력을 가진 건전한 젊은이들로 자라났다.
아이들에게 세상을 잘 살아가도록 교육한다는 생각으로 어른들은 특히 자신의 아이들에게
여러가지를 지키도록 주의를 주고 야단치고 매질까지 하는 것을 상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주의를 받으며 성장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반듯한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거듭나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주의력이 깊고 조심성이 많아진 사람으로서.
또다른 이야기가 있다. 김동길 교수의 어린시절 이야기다. 어느날 이부자리에 어린 동길이가
주전자에 물을 가득 채워가지고 와서 어머니에게 이 주전자의 물을 이부자리에 붓고 싶다고 말을
한다. 어머니는 그 아들의 희망을 흔쾌이 들어주었고 아들은 주전자의 물이 다 할 때까지 이불위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왜 그런 행위를 했고 왜 그런 행위를 용납했는지 요새 사람들의 상식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 가만이 생각해보면 아들의 호기심을 꺽지 않겠다는 어머니의 마음이 보인다.
한국사람 대부분이 알고 있다시피 김동길 교수는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추앙받는 어른이 되어있다.
나는 우리 자식들이 한창 자라나는 어린시절 아이들을 매우 엄하게 다룬 아버지였고, 버릇없이
자랄 것을 두려워하여 매우 호되게 대하는 일이 많았다. 이러한 나의 생각과 행동은 나의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었으며 나도 그렇게 교육을 받고 커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봉 주교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내가 얼마나 자식들에게
잘못하였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후회를 하였다. 이미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접어든 시기였으므로
늦은 감이 없지 않았지만 나로서는 그나마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용인즉, 부모가
아이들을 원했다고 해서 마음 먹은대로 원했던대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생긴 아이가 세상에 나올지 모르는 것과 언제 나올지 모르는 것, 또 여자아이인지 남자아이인지
모르는 것, 건강한 아이인지 아닌지 등등 모든 것이 불확실한 것을 보면 이것은 분명 부모의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며 하늘에 계신 분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제로 아이들은 자신들의 아이가 아니며 단지 하늘에 계신 분께서
그분의 뜻에 따라 보내진 아이이므로 부모들은 그들이 성년이 되어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위탁 받은 듯이 잘 키워 세상에 내보내는 의무를 가진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하면, 그들은 하느님의 아이들이므로 그 아이들을 마치 자신의 소유물처럼
함부로 할 수 없으며 막 다뤄서도 안 된다는 말씀이었다. 나는 드봉 주교님의 말씀을 들은 그날
이후로 아직까지 이 말씀을 소중한 보물처럼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다 크도록 사회인으로서 규범을 지키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상식에 갇힌 교육
방법을 여전히 고수해 온 것에 대해서는 뒤늦게 여간 후회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아이
들의 자유분방함, 거칠 것 없는 역동성 등을 방해한 당사자가 되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어린 자식들을 가진 부모들이나 부모가 될 사람 들에게 바라는 것은 ‘어떠한 물건보다도
아이들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이며 그들에게 위험이 닥치지 않는 한 아이들이 갖는 호기심을
최대한으로 존중해 주는 것이 그들이 창조적이며 역동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어른이 되는
밑거름이 된다는 진실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하게하다 보면 무질서하고 버릇없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경우, 훌륭한 어른이 되도록 가르치기 위해 나름 책을
보거나 느끼면서 배운 팁은 부모가 그 아이들의 나이에 맞게 쉽게 지킬 수 있는 규칙 한 두 가지만
약속하여 지키게 하는 것 이었다. 예를 들면 마음대로 놀되 ‘칭얼대지 않기’ 혹은 가장 좋아 하는
것을 하되 ‘밥은 잘 먹기’ 등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