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외손주의 상경 후, 바로 그날부터 일상을 회복했다.
손자는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어른들의 말! 진짜 맞는 명언이다.
아이의 재롱은 좋지만 우리의 라이프 스톼일에 사사건건 태클을 당하는 건 견디기 괴롭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언수랑 주현이를 불러서 저녁 밥을 같이 먹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주현이가 신났다.
이런 밥상을 받을 수 있다면 자긴 뭐든 다 할 수 있다면서 박미옥샘 남편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지 않고서는 어떻게 이런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겠냔다.
날 보고 음식 블로그를 하란다.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 암 것도 안한다.
이런 집밥 생각나면 언제든 우리집에 오라고 했더니 눈썹을 치켜뜨며 그 특유의 제스쳐로 사람 홀린다.
경쾌하고, 유쾌하고, 상큼 발랄하고, 톡톡 튀고, 무엇보다도 똑똑하고 의식 있어서 너무 매력적이다.
언수는 말린 아구로 끓인 아구탕을 먹으며 오묘한 맛이라면 한 대접을 비운다.
언수가 젤 좋아하는 뜨물 숭늉도 다 비운다.
감포에서 사 온 반건조 오징어를 냈더니 양재샘이 너무 맛있어 한다.
나도 너무 맛있어 하루에 한 마리 이상씩 먹는데.
역시 동해안의 싱싱한 오징어로 찬 바람에 말리니 달디 단 맛이 난다.
여자들끼리 재재거리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첫 손자가 보고싶어 아들네로 갔던 남편이 들어왔다.
남편은 젤 좋아하는 언수를 보더니 입이 귀에 걸린다.
초면인 주현씨와 금새 술친구가 되어 이강주 한 병을 통째로 안기고 자기는 진로 두 병을 마신다.
남편도 어느새 주현씨의 매력에 푹 빠졌다.
나는 집에 사람 오는 거 좋아한다.
음식 차리는 거도 좋아한다.
이제 사람 사는 거 같다
한 솥 끓엤던 아구탕을 세 사람에게 한 통씩 싸 줬다. 내일 아침에 먹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