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한다.
"내가 민주주의 한다는 놈들 30년 밀어주었는데 결국은 바뀐게 없어. 결국은 그놈이 그놈이고 정치하는 놈들이 다 똑같지."
체감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을 것 같지만 30년 전인 1990년으로 돌아가보자.
그 때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인들이 돌아가면서 대통령을 하고 있었다.
만약 내가 백석의 시를 읽고 있다가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았다면 불온서적 소지로 잡혀갈 수 있었다.
'소니'나 '아이와'등의 미니 카세트플레이어를 들을 때 카세트 테이프의 맨 뒷 곡은 왜 있는지 모를 건전가요가 한 곡씩 수록되어 있었다.
가끔씩 친구를 만나 영화관엘 가면 본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서서 국민의례를 하고 대한뉴스까지 강제 시청을 해야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빠따를 맞으며 강제 자율학습을 했으며
대학가는 늘 최루탄과 화염병이 일상이었고, 경찰서에선 폭행과 고문이 일상이었다.
대학생들은 데모하다 잡혀서 군대를 가도 감시와 차별이 따랐고, 여러 이유로 1년이면 대대병력 이상이 군대에서 사망했다.
위의 예들은 우리가 겪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 옛추억은 아름답지 않았어도 세월이 지나면 아름다워진다.
그러나 당시는 분명히 폭력과 압제의 시대였다. 만연화된 폭력에 길들여져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
다시 현재로 되돌아와 30년 전과 비교를 해 본다면 매우 큰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쓰레기통에서는 장미꽃이 필 수 없다' 는 말을 들었던 국가는 이제 누가 봐도 민주국가로 우뚝 섰다.
현재 아시아에서 민주국가라고 불릴 수 있는 나라가 몇이나 있을까? 한국, 대만을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들은 민주라는 말자체가 무색하다.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었는데도 우리는 왜 체감을 하지 못하는걸까?
그건 아마도 나 개인의 이익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잠시 나의 얘기로 되돌아 가보겠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민주 투사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지만, 곧 수많은 사람들이 정리해고의 칼바람을 맞고 쓰러져갔다.
나는 당시 어머니와 단칸방에 살면서 학습지회사에서 영업을 했는데, 영업실적을 맞추기 위해 매달 수십만원을 회사에 입금해야만 했다. 돈을 버는게 아니라 돈을 내면서 회사를 다니는 느낌이었다.
나의 삶과 김대중의 당선은 전혀 상관이 없었다.
5년이 지난 후, 상고를 나온 인권변호사 출신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당시 나는 서울 광진구의 한 보습학원에서 실장이란 직함을 달고서 건물관리부터 부진학생 지도에 이르기까지 별별 잡다한 일을 다하고 있었다.
학원장에게 일 잘한다는 칭찬을 듣다가, 학원장의 원생모집 영업제안을 거절하고선 바로 정리해고의 위기에 봉착했다.
그래서 잘리기 전에 내가 먼저 그만두었다.
그 해에 번번이 떨어지던 임용고사에 어찌된 영문인지 필기시험은 합격했으나 최종적으론 불합격의 비운을 맞이하였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천운으로 기간제교사 자리를 잡아서 7년간 6개 학교를 옮겨다니며 삶을 이어갔다.
민주주의의 아이콘같던 노대통령이 재직하던 때에, 국립 사대 출신으로 선생되기를 포기했던 사람들이 지속적인 로비를 통해서 그들만의 손쉬운 임용시험을 거쳐서 선생이 되었다.
또한 전세계에 한국에만 있다는 영양교사가 생겨나 1년에 천명씩 2년동안 영양사가 선생으로 탈바꿈했고, 많은 임용고사 준비생들은 박탈감에 시달려야 했다.
정책변환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초등교사가 부족해지자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교육학시험만 쳐서 초등교사로 임용하는 제도가 잠시 주어졌다. 그러나 음악,미술,체육 자격증 소지자까지만 응시 기회가 있었고 제2외국어는 제외가 되었다.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예체능 과목 전공자보다 제2외국어 전공자들이 일반과목은 더 잘할 개연성은 중분히 높은데도 말이다.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러 노무현의 친구이자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이 집권 4년차를 맞이했다.
나는 수도권의 한 교도소에서 10년째 교도관으로 일하고 있다. 이곳의 대우는 연말연시 마다 새로운 학교를 찾기 위해 불안에 떨었던 기간제교사 때 보다 훨씬 못하고, 1996년 6월 내가 중위 제대할 무렵의 군대하고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마치 홀로 떨어진 낙도처럼 낙후되어 있다.
종합해보면 나는 민주정부 집권기에 직접적인 혜택을 받은 것이 전무하다. 오히려 손해를 보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삶은 계속되는 것이고, 그냥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나 개인을 뛰어넘어 범위를 우리나라로 넓혔을 때, 비록 진보를 향한 그래프의 높낮이에 굴곡이 생기더라도, 그 곡선은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고 믿는다.
당장 나에게 콩고물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옳은 길을 향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함께 밀다보면 결국 모두를 위한 더 넓고 평탄한 길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루하루 보이지도 않을 약간의 차이가 나중에는 도저히 건널 엄두가 나지않는 큰 강의 도도한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제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숟가락만 얹으려고 하지말자.
당장 나에게 이익이 된다면 너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해가 될 경우가 더 많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 사회가 더 나아졌다면 그것이 바로 진보이고 세상은 그렇게 바뀌어가는 것이다.
첫댓글 네 맞아요 ,민주화 를 외치는 자들의 하나 같이 민주주의 는 국민이 주인이 되어 국민을 위해 국가의 주권을 국민을위해 정치를 행하는
제도 임에도 귀족제나 군주제 또는 독제를 향한다, 김대중 때 도 풀 뿌리 민주화라 했지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