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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_14p/154p_42p
[영문판_14p, There was still naive prisoners among us who asked, to the amusement of the more seasoned ones who were there as helpers, if they could not keep a wedding ring, a medal or good-luck piece. No one could yet grasp the fact that everything would be taken away. I tried to take one of the old prisoners into my confidence. Approaching him furtively, I pointed to the roll of paper in the inner pocket of my coat and said, "Look, this is the manuscript of a scientific book. I know what you will say; that I should be grateful to escape with my wife, that that should be all I can expect of fate. But I cannot help myself. I must keep this manuscript at all costs; it contains my life's work. Do you understand that?" Yes, he was beginning to understand. A grin spread slowly over his fact, first piteous, then more amused, mocking, insulting, until he bellowed one word at me in answer to my question, a word that was ever present in the vocabulary of the camp inmates: "Shit!" At that moment I saw the plain truth and did what marked the culminating point of the first phase of my psychological reaction: I struck out my whole former life. Suddenly there was a stir among my fellow travelers, who had been standing about with pale, frightened faces, helplessly debating. Again we heard the hoarsely shouted commands. We were driven with blows into the immediate anteroom of the bath. There we assembled around an SS man who waited until we had all arrived. Then he said, "I will give you two minutes, and I shall time you b my watch. In these two minutes you will get fully undressed and drop everything on the floor where you are standing. [번역판_41p, 결혼반지나 메달 혹은 호신품 같은 것을 그냥 가지고 있어도 되느냐고 묻는 순진한 사람도 있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일을 도와주기 위해 와 있던 고참 수감자가 웃었다.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압수당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던 것이다. 그 때 나는 한 고참 수감자에게 비밀을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에게 살며시 다가가 외투 안 주머니에 있는 원고 뭉치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보세요. 이건 과학서적의 원고입니다. 무슨 말씀을 하려고 하시는지 잘 알고 있어요. 목숨을 건진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씀이지요. 그리고 그것이 내가 운명에게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는 말도요. 그렇지만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원고를 지켜야 하거든요. 제가 일생 동안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것이 모두 여기에 들어 있습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그래. 그는 이해하는 듯했다. 희미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서 번져나갔다. 표정이 처음에는 동정어린 빛을 띠더니 점점 장난스러운 웃음으로 바뀌었다. 이 웃음이 경멸과 비웃음으로 바뀌는 듯하더니 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수용소 생활을 체험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아직도 통용되고 있는 말이다. “빌어먹을 놈” 그 순간 나는 진실의 실체를 보았다. 그리고 심리적 반응의 제1단계를 특정 짓는 감정, 즉 충격을 경험했다.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 전부를 박탈당했던 것이다. 갑자기 사람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그들은 창백하고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서서 무기력하게 수군거리고 있었다. 다시 목 쉰 듯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주먹질을 당하며 목욕탕의 대기실로 쫓겨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나치대원 앞으로 모였다. 곧 이어 그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2분간 여유를 주겠다. 내 시계로 시간을 잴 것이다. 이 2분 동안 입고 있는 옷을 모조리 벗어서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내놓는다.[죽음의 수용소에서]_15p/154p_43p
[영문판_15p, You will take nothing with you except your shoes, your belt or suspenders, and possibly a truss. I am starting to count-now! With unthinkable haste, people tore off their clothes. As the time grew shorter, they became increasingly nervous and pulled clumsily at their underwear, belts and shoelaces. Then we heard the first sounds of whipping; leather straps beating down on naked bodies. Next we were herded into another room to be shaved: not only our heads were shorn, but not a hair was left on our entire bodies. Then on to the showers, where we lined up again. We hardly recognized each other; but with great relief some people noted that real water dripped from the sprays. While we were waiting for the shower, our nakedness was brought home to us: we really had nothing now except our bare bodies-even minus hair; all we possessed, literally, was our naked existence. What else remained for us as a material link with our former lives? For me there were my glasses and by belt; the latter I had to exchange later on for a piece of bread. There was an extra bit of excitement in store for the owners of trusses. In the evening the senior prisoner in charge of our hut welcomed us with a speech in which he gave us his word of honor that he would hang, personally, "from that beam"-he pointed to it-any person who had sewn money or precious stones into his truss. Proudly he explained that as a senior inhabitant the camp laws entitled him to do so. Where our shoes were concerned, matters were not so simple. Although we were supposed to keep them, those who had fairly decent pairs had to give them up after all and were given exchange shoes that did not fit. [번역판_43, <신발과 머리띠, 멜빵과 탈장대를 제외한 모든 것을 벗도록 한다. 자 시작.>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사람들이 옷을 벗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초조해진 탓인지 내복과 허리띠, 구두끈을 잡아당기는 손길이 서툴러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처음으로 채찍 소리가 들려 왔다. 가죽 채찍이 벌거벗은 몸뚱이 위로 사정없이 떨어졌다. 그 다음에 우리는 몸에 난 털을 깎기 위해 다른 방으로 옮겨졌다. 머리털뿐만 아니라 몸에 난 털이란 털은 모조리 다 깎아야 했다. 그런 다음 샤워를 하기 위해 다시 줄을 섰다. 서로를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우리 중에는 샤워실의 분무기에서 진짜로 물이 나오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람도 있었다. 샤워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들은 우리가 벌거벗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졌다. 우리는 이제 벌거벗은 몸뚱이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심지어 털 한 오라기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글자 그대로 우리 자신의 벌거벗은 실존뿐이었다. 그 동안의 삶과 현재를 연결 시켜 주는 물건 중 과연 내개 남은 것이 무엇이라 말인가? 나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안경과 벨트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벨트는 나중에 빵 한 조각과 바꾸어 먹고 말았다. 탈장대를 지닌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종류의 작은 동요가 있었다. 그날 저녁 우리가 있는 임시 막사의 고참이 우리를 찾아와 일장 연설을 했다. 그는 탈장대 속에 돈이나 귀금속을 숨겨 놓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목을 자기가 직접 대들보에 매달겠다고 하면서 손가락으로 대들보를 가리켰다. 그리고는 자기가 수용소의 규칙에 따라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위임받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신발 문제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물론 자기 신발을 가져도 좋다는 허락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신기에 편하고 좋은 신발은 으레 빼앗겼으며, 그 대신 발에도 맞지 않는 신발을 신어야 했다.
[영문판_16p, In for real trouble were those prisoners who had followed the apparently well-meant advice(given in the anteroom) of the senior prisoners and had shortened the their jackboots by cutting the tops off, then smearing soap on the cut edges to hide the sabotage. The SS men seemed to have waited for just that. All suspected of this crime had to go into a small adjoining room. After a time we again heard the lashings of the strap, and the screams of tortured men. This time it lasted for quite a while. Thus the illusions some of us still held were destroyed one by one, and then, quite unexpectedly, most of us we had nothing to lose except our so ridiculously naked lives. When the showers started to run, we all tried very hard to make fun, both about ourselves and about each other. After all, real water did flow from the sprays! Apart from that strange kind of humor, another sensation seized us: curiosity. I have experienced this kind of curiosity before, as a fundamental reaction toward certain strange circumstances. When my life was once endangered by a climbing accident, I felt only one sensation at the critical moment: curiosity, curiosity as to whether I should come out of it alive or with a fractured skull or some other injuries. Cold curiosity predominated even in Auschwize, somehow detaching tghe mind from its surroundings, which came to be regarded with a kind of objectivity. At that time one cultivated this state of mind as a means of protection. We were anxious to know wat would happen next; and what would be te consequence, for example, of our standing in the open air, in the chill of late autumn, stark naked, and still wet from showers. [번역판_44p, 하지만 진짜로 곤욕을 치른 사람은 따로 있었다. 대기실에서 고참들의 호의적인 충고를 그대로 따른 것이 그만 화근이 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고참이 시킨 대로 부츠의 윗부분을 카로 잘라내고 칼자국을 없애기 위해 잘린 곳을 비누로 문질렀다. 그러자 나치대원들이 마치 그렇게 하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그 사람들을 옆에 있는 조그만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잠시 후 그 방에서도 채찍 휘두르는 소리와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이런 일을 당하면서 우리가 그때까지 갖고 있던 환상이 하나 둘씩 차례로 무너져갔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이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인데, 섬뜩한 농담기가 우리를 찾아왔다. 우리는 우스꽝스럽게 벌거벗겨진 자신의 몸뚱이 외에 잃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은 물론이고 서로를 재미있게 해 주려고 그야말로 안간힘을 썼다. 어쨌든 샤워기에서 정말로 물이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지 않는가! 이런 종류의 이상한 유머 외에 우리를 사로잡는 또 다른 감각이 있었던가. 그것은 바로 궁금증이었다. 그 전에도 나는 어떤 낯선 상황에서 제일 먼저 궁금증이 고개를 드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언제가 등반사고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는데, 그 절대 절명의 순간에 제일 먼저 고개를 든 것이 바로 궁금증이었던 것이다. 이 위기에서 내가 살아날 수 있을까? 아니면 두개골이 박살이 날까? 부상을 당한다면 어떤 부상일까? 이런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냉담한 궁금증이 심지어 아우슈비츠에서도 눈에 띄게 나타났다. 이것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자기 마음을 어느 정도 분리시켜 어떤 일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데, 수용소에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런 마음가짐을 가꾸었다. 우리는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결말은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을 무척이나 궁금해 했다. 한 번은 쌀쌀한 늦가을에 샤워를 하고 아직 물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밖에 서 있었는데, 우리는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몹시 궁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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