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서가에서 창문 너머로 들어온 햇살, 찰나의 순간 반짝이던 책 ‘빌리 엘리어트’를 만났다.
왠지 제목이 어디서 한번은 들어보았음직 하다.
유명한 책인 것 같아 읽기 시작한다.
한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소년은 2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너무도 그리워하며 아버지와 형과 살아가고 있다.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는 평균 이하의 학생이다.
어느 날 만난 “스핀(제자리 돌기)”.
그 뒤 이 제자리 돌기에 푹 빠진다.
길을 가다가도, 집에서도 공간만 있으면 돈다.
돌 때면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다.
무아지경의 극한의 경지라고나 할까?
마치 자신이 온 세상의 중심이 된 기분이랄까?
이 부분은 고은의 시와 맞닿아 있다.
고은 시집 ‘순간의 꽃’에 이런 시가 있다.
“부들 끝에 앉은 새끼 잠자리
온 세상이 삥 둘러섰네.”
책들은(‘빌리 엘리어트’와 ‘순간의 꽃’) 그렇게 연결된다.
빌리 엘리어트는 비록 남자이지만 돌기를 통해 발레라는 것을 경험하고 거기에 푹 빠진다.
남자로서 발레는 거의 금기시되던 시대적 장소적 배경 때문인지 비밀리에 발레를 배우러 다닌다.
발레 선생님은 이런 빌리의 발레적 천재성을 알아보며 꿈을 응원하며 지도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 꿈을 모든 사람이 반대한다면?
난 이를 포기할까?
아니면 빌리처럼 헤치고 나아갈까?
당신이라면?
이 하나의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기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있다.
빌리는 모두 반대하지만 돌기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는 없다.
발레를 하면 무아지경에 빠지고 자신을 잊어버린다.
난 이렇게 무언가에 빠져 나를 잊어버린 적이 있던가?
빌리의 엄마라면 어땠을까?
아들의 꿈이 헛되고 현실 가능성이 없어도 응원했겠지?
엄마는 그런 존재이니까.
빌리의 아빠는 엄마의 그런 마음으로 마음을 다잡고 빌리를 응원한다.
단 한 번의 오디션을 위해 가지고 있는 전부를 털어 빌리를 돕는다.
과연 난 그럴 수 있을까?
술만 먹는 빌리의 아빠이지만 이럴 땐 아들을 사랑하는 진짜 아빠이다.
난 진짜 아빠가 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전부를 자녀에게 올인하며 투자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꿈에 대해, 아빠로서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빌리는 꿈을 향해 땅을 도약하며 공중에서 돈다.
환희에 빠져서...
그렇게 꿈을 이룬다.
책의 마지막 공중에서의 돌기, 그 찰나의 순간이 멈춰, 한 장의 사진으로 내 가슴에 콕 박힌다.
깊숙히.
#그냥에세이, #빌리엘리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