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글쓰기 59 ㅡ
두 사람 몫의 인생을 살겠어요 (PT) (사소)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이 변한다면 죽을 때가 됐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사람은 바뀔 수 있다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에 대한 희망을 꺾을 순 없었다.
' 바늘 티칭'을 한다는 퍼스널 트레이너에게 전공을 하거나 대학원이라도 다니며 그렇게 운동 원리를 공부한 거냐 물었다.
"회원님! 사실 저는 대학을 제대로 못 나왔어요. 어릴 때 반항하느라 공부도 안 하고 맨날 남 두드려 패고 그랬어요." 트레이닝 중간중간에 그는 자신의 삶을 들려주었다.
그런데 청소년이던 어느 날, 엄마가 밖에서 들어오실 때마다 몸에 멍이 들었던 이유를 알게 됐다. 그의 엄마는 사물의 형체만 겨우 볼 수 있을 정도의 거의 맹인에 가까운 시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엄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듬더듬 여기저기 부딪치면서도 집을 나서서 이집 저집 남의 집 일도 하고 알바도 하면서 어떻게라도 돈을 벌어 돌아오곤 했다. 단 돈 천 원이라도 아들 손에 용돈을 쥐여주려고 살림을 하면서도 짬짬이 돈을 벌었던 것이다.
그는 어릴 때는 울분 때문인지 맨날 사고를 치다가 조금 크고 나니 엄마의 사랑과 희생이 어느 날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가 특전사를 자원하고 성인이 돼갈 무렵,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부지런하고 희생적이지만 엄마는, 늘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었다. 멀쩡한 식구들은, 몸이 불편한 엄마를 죄인처럼 대하고 있었다. 아빠나 친할머니 할아버지 등 본가 식구들은 종처럼 사시는 엄마의 중노동에 의지해 살면서도 정작은 엄마를 무시하고 있었다. 그걸 인식하게 되면서 어릴때 말 안 듣고 방황하고 방탕했던 자신이 너무 한심하더라는 것이다.
언제나 그의 편에 서주던 엄마가. 해맑기만 한 엄마가 너무 안쓰럽고 고마워서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약자인 엄마를 모욕하거나 괴롭히고 착취하는 상황을 이제는 가만두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는 어느 날 엄마 앞에서 선언을 했다.
" 엄마! 이제부터 나는 엄마의 인생까지, 두 사람의 몫을 살겠어요. "
트레이너는 그 후 죽을 것 같은 고통도 견디며 최선을 다해 살았다. 지금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식단 조절 도시락을 싸서 내미신다는 엄마, 엄마는 아들이 맘대로 쓰라고 주는 '아카' 아들의 카드를 갖게 됐다. 그리고 트레이너는 엄마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켜드릴 때는, 잘 못 보시니 시범을 보이기보다 엄마 귀에 습관적으로 자세히 설명하게 됐다. 그런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섬세하고 정교한 '바늘 티칭' 이었다.
그녀는 트레이너의 설명이 왜 그렇게 자세하고 정확했는지 절로 끄덕여졌다. 또 초기 위축되고 의욕 없어 보이던 그녀에게 왜 자꾸 말을 시키고 가스라이팅을 하겠다는 농담을 했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됐다.
그는 또 엄마가 볼 수 없으시니 아들이 얼마나 멋지고 자랑스러운지 귀에 들리도록 진짜 열심히 살았다고 했다. 시각장애인 센터에 매달, 매년 기부하고 봉사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는 어딜 가거나 요새 왕 대접을 받는다 했다. 이용하려던 사람만 있던 엄마는, 하나둘씩 아들을 칭찬하며, 그런 아들을 둔 엄마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엄마의 성격이 원래 잘 베푸는 성격인데다 지켜주는 아들도 있으니 인간관계도 좋아지고, 이제는 정말 좋은 사람들 사이에 있게 됐다는 것이다.
트레이너의 얘기를 들으니 그녀는 '세바시' 등에 나와 강연하는 인생역전을 이겨낸 사람들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레이너에게 청소년들에게 강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아셨냐고 본인의 차후 꿈은 동기부여 강사가 되는 것이라 했다. 그녀는 나중에 자서전도 써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트레이너는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고 틈틈이 메모해온 것을 슬쩍 보여줬다. 그의 글씨와 문장은 거의 초등 수준이었지만 귀여웠다. 짧게 짧게 쓴 생각이나 그의 다짐에는 트레이너의 진심이 담겨있었기 때문이었다.
첫댓글 요새 너무 앓는 소리만 한 것 같네요 ㅎㅎ..
정말 열심히 사는분들 앞에서 반성하게 됩니다.
ㅎ 힘들땐 힘들다 얘기해야 꾹꾹 눌러놔서 자신을 해하는 것까지 안가게 되더라구요. ㅎ 여기가 '치유의 글쓰기' 아닙니까?
남의 자서전 대필할 각오가 되어 있는 글쓰기 초빙 교원 한 사람 알고 있습니다. 사소님이 그 트레이너 분에게 역으로 바늘 티칭(가스라이팅) 좀 시켜 주세요. 훌륭한 자서전을 대필할 열정적인 글쓰기 교수 한 명 안다고요, ㅎㅎ. 그 사람이 트레이너분의 삶에 아주 감명 받았다고요.
ㅎ넵! 이거 약속해놓고 못 지킬까봐 은근 걱정이었는데 분명 훌륭하신 초빙 교수님일거라 안심이 되네요. 최~선을 다해서 작업을 해보겠습니다. 그분께 현장답사 하셔도 된다고 전해주십시요.ㅋ 열일 제치고 제가 가이드 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