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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5일 세미나 [토론 정리]입니다.
제33기 현대사상세미나 03
하종문: 셰계화와 노동자(토론 정리)
토론자: 자본은 어쨌든 탄생하면서부터 국제적이었고 세계적 성격을 띠고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생존권 때문에 투쟁을 하든 아니면 진짜 노동 해방이 된 세상을 위해서 국가 권력과 투쟁을 하든 반드시 이제 국제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노동자 국제주의가 지금까지 존재해 왔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발제를 한 백철현 동지는 약소 식민지 국가들의 저항적 민족주의가 노동자 국제주의에서 오늘날 가장 핵심적인 추세가 아니냐, 국제적인 연대도 그런 저항적 민족주의 중심으로 될 수밖에 없지 않냐 하는 문제를 제기했고, 용어 자체도 애국주의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자칫 섣부른 세계 혁명이나 국제주의를 구체적 대안도 없이 추상적으로 그냥 이야기를 하면 그게 오히려 국제적인 자본가들 세력에게 도움이 된다, 그쪽 편이 돼버린다 이런 비판을 했습니다. 이것이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제2 인터내셔널이 왜 무너졌냐 하면, 제국주의 국가들이 세계적으로 더 많은 식민지를 서로 쟁탈하기 위해 전쟁하고, 자본 수출 내지 상품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할 때, 사회주의 당들이 자기네 나라 정부가 전쟁을 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도움을 주고 정부를 지원했기 때문인데, 이때 나타나는 민족주의는 세계적인 노동운동을 붕괴시키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자본주의의 국제적 성격을 깨기 위해서 노동자는 국제적으로 단결해야 하는 점에서 노동자 국제주의는 너무나 당연하고, 그래서 민족주의는 안 된다고 오늘 발제자도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노동자 국제주의라는 주제를 다룰 때, 이것은 제일 핵심적인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자기 노선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이 일단 이 부분이 아니겠습니까.
그 다음 아사히글라스도 그렇고 특히 외자 유치된 국내 업체들이 특혜를 받아 가면서 엄청나게 돈을 빨아가고는 노동조합 만들었다는 이유로 아예 문을 닫고 철수하는 것을 여러 차례 보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대책도 없습니다. 이런 경우 특히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합니다. 하여간 저는 무조건 국제 연대에 대해 동의합니다.
노동운동 안 하는 사람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을 같이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 토론을 좀 적극적으로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노동자들 모임에서도 이런 국제적인 연대 내지 노동자 국제주의를 가지고 토론한 적은 별로 없어요. 연대를 어떻게 잘 할까 이런 거는 가끔 먹튀 자본들하고 싸울 때 얘기를 하긴 했어도, 노동자 국제주의를 위한 토론을 해본 적은 거의 없는데, 이것도 노조 간부들하고 한번 토론해 보고 싶습니다.
발제자: 제1강에서 쟁점이 됐던 내용에, 민족주의라고 해서 다 같은 민족주의냐, 민족주의의 성격도 나눌 필요가 있다는 것이 있었지요. 국수적인 민족주의라 하더라도 제국주의에 맞서서 싸운다면 당연히 지지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 성격이 어떻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런 것들이 쟁점이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제가 조금 고민을 해보는 지점은 이런 지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철천지 원수들을 몰아내자’면서 미국의 성격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반미 투쟁을 시작했던 게 사실상 80년대 초반인데, 그 핵심이 사실 광주 민중항쟁이잖아요. 미국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드러났던 시점입니다. 당시 반미 투쟁에는 두 가지 성향이 있었다고 봅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우리의 주권을 훼손하니까 그거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아주 원칙적인 민족주의적인 입장이 있습니다. 미국이 우리나라의 주권을 저렇게 휘젓고 다닌다는 거지요. 또한 그 과정에서 미국 자본이 들어와 제국주의 문화를 심어놓고 우리는 미국에 종속되는 문제, 그래서 반자본의 생각을 가지고 자본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경향에서 반미를 추진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저항적 민족주의라고 해서 전체를 다 그냥 동의를 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습니다. 그 투쟁의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가 핵심적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인접 국가가 미제의 침략으로, 혹은 다른 강대국의 침략으로 인해서 고통받고 있고 그들이 독립을 위해서 투쟁을 한다면, 민족 해방을 위해서 투쟁을 한다면 도와줄 수 있다 지지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노동자 계급의 미래의 운동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반드시 꼭 좀 판단을 좀 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항적 민족주의의 원칙을 어떻게 잡고 성격을 어떻게 규명할 것일지는 논쟁거리가 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 부분이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토론자: 그러니까 저항적 민족주의는 일단 제국주의에 어쨌든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전 세계 국제주의 내지 노동자들의 입장에 도움이 된다는 큰 틀이 있어 보이고, 그 점만 볼 게 아니라 선생님이 지금 얘기하신 것처럼 그 저항이 그 나라 노동해방운동과는 또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 측면을 면밀히 봐서 노동해방에서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지지할 수 있는 구조가 되면 제일 바람직하겠죠. 그러니까 전체 틀에서 제국주의에 맞서는 것을 긍정할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또 이것이 자국 내 노동자들의 해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저항적 민족주의 내부의 역학관계가 있으니까 그 부분도 보면서 지원하거나 지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발제자: 이 쟁점의 핵심 사건으로 러우전쟁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관점이 좀 많이 갈라졌죠. 사실 러우 전쟁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하면 누군가는 그냥 양비론이라고 단정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할 말이 없어요. 또 아니면 러시아를 지지하는 거냐, 우크라이나가 피해 국가인데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야 되는 거 아니야, 아주 단순화시켜서 그런 관점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토론자: 맑스주의에서 말하는 국제주의가 한 번이라도 실현된 적이 있습니까.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면서 서구사회가 원수를 사랑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발제자: 노동자 국제주의가 현재까지 역사적으로 이루어진 적이 있느냐, 실현되었다 하면 이건 완성된 상태인 거고, 현재는 실현 과정 중이라고 봅니다. 제1인터내셔널에서는 굉장히 큰 파워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제가 아까 발표한 것처럼 몇 가지 노력했던 측면들이 있고, 제2인터내셔널이 제2차 세계대전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사실 이제 유럽에서도 국제 연대와 단결의 분위기가 높았죠. 그들이 가진 생각들의 허와 실이 1차 세계대전을 대하면서 확실히 갈라지면서 붕괴되지요. 그후 러시아 혁명이 성공할 때 레닌은 무장봉기를 주장하잖아요. 그런데 많은 사회주의자들은 2월 혁명으로 부르주아 혁명은 완성됐으니 임시 정부와의 투쟁에서 우리는 기다려야 돼, 전 세계 혁명이 일어날 수 있어, 독일이 아마 혁명을 일으킬 거야라면서 시간을 끌자고 하며, 이 문제로 봉기 직전까지 레닌과 부딪히거든요. 독일이 언제 혁명할지, 상황이 어떤지 알 수도 없는 상태에서, 레닌은 거의 다 잡은 권력을 직접 장악하지 않으면 놓칠 것이다, 바로 봉기를 하자고 요구하고 봉기로 권력을 장악하잖아요. 성공해서 권력을 잡았음에도 일부는 또 독일 혁명을 기다려야 된다고 얘기합니다.
당위적으로 노동자 국제주의를 이룩하자는 것과, 실현의 정도는 각국에서의 운동의 성장 속도 아니면 그 수준에 따라서 다릅니다. 그렇더라도 그것은 꾸준히 실현이 돼야 하는 것입니다. 자본의 세계화는 특정한 몇 개 국가를 중심으로 국제적 기구들, WTO나 IMF 등을 만들어 침략하는 형태로 이루어지잖아요. 그런데 노동자계급이 장악한 국가는 거의 없어서 그러한 국제적인 힘을 발휘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수많은 노동자들이 각국에서 활동을 하고 운동을 통해서 개척해내려고 하고 있다고 저는 그렇게 봅니다. 이게 한 번도 완성된 적은 없지만, 그 수준이 굉장히 높아진 적은 있습니다. 그때가 언제냐, 중국이 사회주의화 되고, 베트남이 미국과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사회주의도 굉장히 확장이 되었습니다. 러시아 혁명 이후에 소비에트 연방이 구성되는 과정에서 분명히 국제주의는 성장했지만, 지금은 확장이 어려운 상태지요. 그래도 실현 과정 중에 있다는 겁니다.
토론자: 그러니까 그런 연대의 세부 사항들은 곳곳에 계속 있어왔습니다. 제1 제2 제3 인터내셔널 등 전 세계적인 힘으로 발전하는 데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었고, 지금은 오히려 완전히 해소되다시피 했지요. 그렇다고 국제주의를 포기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있다는 거죠.
지금의 자본이 지금 전 세계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전 인류가 살 만큼 살고, 좋은 기술력으로 노동시간도 줄여주고 전쟁도 그만하는 이런 사회로 가면 될 테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너무 자명하거든요. 재앙이 너무 명백하니까, 이건 극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논리적으로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이냐 할 때, 결국 노동자들이 자본권력과 대립할 수밖에 없고, 자본권력을 제압해야 하고, 제압하기 위해서는 국가 권력을 장악해야 하지요. 그런데 국가권력을 장악한다고 해서 일국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거든요. 일부만의 국가권력으로는 세계 자본권력과 싸워 이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국제적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문제지요.
이는 당위 차원이라기보다는 논리적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세상을 바꾸려면 안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맹목적 애국주의에 빠지고 임금 문제 걱정하면 되지 굳이 남의 나라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렇지만 이게 오래 못 가겠구나, 이렇게 가다가는 인류가 폭망하겠구나 그런 문제의식을 갖는 순간,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가, 국가권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세계적인 차원에서 권력관계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제국주의와는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필연적으로 나오는 문제들입니다. 이때 대안으로서, 제국주의와 맞설 수 있는 노동자들의 연대, 국제주의가 이념적으로도 핵심이며, 이것 없이는 승산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죠. 그러면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가 문제입니다.
토론자: 당연히 동의를 하고요. 호치민처럼 민족해방 운동을 하던 그룹들이 그때 결정적으로 전 세계에 문제 제기 하듯이 섭섭했던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프랑스 공산당 창당할 때 호치민도 창당 멤버로 같이 했지만, 프랑스 정부가 베트남을 식민지로 삼고 있을 때, 프랑스의 기시정권은 제2인터내셔널의 우익들, 사민주의자들하고 손을 잡은 정부입니다. 그 정부가 베트남의 식민지 문제를 묵인해버렸지요. 호치민은 프랑스의 노동자들 해방을 위해서 프랑스 당을 직접 창당도 하고 거기서 열심히 했는데, 정작 프랑스 동지들은 베트남 해방 문제에 대해서는 그냥 식민정부를 그대로 다 인정해 줘 버렸지요. 그 배신감이 얼마나 컸겠냐는 하여간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진짜 국제적 연대는 더 필요합니다.
토론자: 오해를 하고 있는데, 이웃을 사랑하자 하는 건 사랑하지 말자는 뜻이 아닙니다. 여기서 이웃은 노동자 국제주의를 얘기하는 거죠.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것을 나쁜 것으로 모는 게, 유럽 방식이라는 겁니다. 유럽사에 민족주의가 어디 있겠냐는 거죠. 예를 들어서 베트남에서 전쟁 끝나고 프랑스가 알제리에 가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인 줄 아십니까? 그러니까 알제리나 쿠바나 베트남 쪽에서 보면 독립은 자기들이 쟁취한 것이지 결코 유럽하고 연대해서 얻은 것은 아니라는 거죠.
토론자: 호치민이 제3 인터네셔널을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에 레닌주의의 민족론이 있습니다. 레닌주의는 약소 민족들의 자결권을 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고 공산당 운동을 하더라도 그 약소 민족들을 조금이라도 모독하지 않도록 세심히 노력했지요. 그런 점을 보면 국제주의 정신을 실질적으로 존중했고, 전 세계 운동을 위해서 필수적인 것으로 인정한 셈입니다. 그래서 국제주의는 그냥 공허한 이야기다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토론자: 그런 뜻은 결코 아닙니다. 그게 현실적으로는 한 번도 실천된 적이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은 쿠바에서도 카스트로하고 체 게바라가 갈라지는 게 소련에 대한 관점입니다. 소련도 제국주의적인 태도를 취해서 체 게바라는 소련과 멀어집니다. 카스트로는 제국주의자든 아니든 간에 우리가 미국하고 싸우려면 소련하고 손잡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게 현실적인 걸 알았지요. 제가 지금 이야기하는 거는 지금 국제주의가 나쁘다 하는 게 아니라, 그게 현실적으로 된 적이 있느냐 하는 의문입니다.
토론자: 소련을 상대로도 상황 판단이 조금씩 다를 수 있었지요. 예를 들어서 게바라가 요구했듯이, 국제 분업 상의 불평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운동과, 그런 노력을 처음부터 묵살하는 경향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국가 정책이든 간에 처음부터 결정되어 그대로 관철되는 것이 아니라 운동에 따라 가변적입니다.
아까 발제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약소 민족들의 운동 속에 담겨 있는 역동을 봐야 하는 거잖아요. 특정 국가를 제국주의로 분류하고 끝내는 게 문제가 아니지요. 예컨대 러시아가 지금 제국주의적 성격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느냐 아니면 그 옛날부터 가지고 있던 전통과 연대 관계와 이런 것들로 인해서 반미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더 해낼 수 있느냐, 그리고 자국 내에서 제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그런 어떤 새로운 역동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라든지 이런 문제는, 우리 입장에서 면밀히 볼 수밖에 없는 거죠. 중국이 단정적으로 사회주의다 아니다를 못 박을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지금 움직이고 있는 거의 내전 수준에 해당되는 갈등들을 보면서 좋은 쪽으로 가는 방향이 있으면 우리가 긍정하고 지지하고 반대로 제국주의적으로 발전해 간다면 비판하고 거부하는 역동적인 태도가 좀 더 필요해 보입니다.
토론자: 자본주의가 어쨌든 지구상에 등장하면서부터 그 성격 자체가, 시초 축적을 위해서도 다른 나라에서 엄청나게 약탈을 해서 초기 자본이 형성됐고, 자본주의가 성립될 때부터 이미 한 나라를 넘어선 세계적 성격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 이 이야기지요. 그래서 유럽에서의 민족주의는 제국주의자들이 식민지 민족을 탄압을 할 때 민족주의를 내세워 이데올로기적으로 탄압하는 거 아닙니까. 히틀러도 게르만 민족주의를 내세웠고. 제국주의자들이 민족주의를 내세우면 이것은 세계적인 재앙이 되는 거지요.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의 그 위험성은 특히 제국주의가 민족주의를 내세웠을 때, 그게 얼마나 세계적인 큰 재앙을 가져오는가 그건 충분히 공감을 합니다. 유럽에서 그다음에 우리 제3세계 안에서의 저항적 민족주의 이 민족주의도 문제입니다. 우리가 러시아를 지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 미국에 반대되는 입장만 되면 우리가 다 지지할 것이냐, 그렇게 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우리 노동해방의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갈 수 있겠느냐가 기본적인 관점이 돼야지, 이것이 전제되지 않고 미국에만 반대되면 무조건 다 좋다 이런 식으로 전쟁을 바라봐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토론자: 지금 중국 중심의 다극화를 긍정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것이 긍정적인 면은 분명히 있다고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미 단일 제국 체제를 극복하면서 오히려 또 다른 제국주의 난립의 위험은 없을지요. 제국주의의 기본은 불균등 발전이지요. 지금 중국은 과거와 비교가 안 되게 발전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불균등발전이 제국주의적 발전 과정의 주요 요소였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중국이 지금 제국주의를 표방하고 전쟁을 주도하지 않아도, 그럴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계속 유의해서 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발제자: 제가 오늘 발표하려고 책을 몇 권 읽다가 재밌는 책을 하나를 봤는데요, 세계화된 사회에서 가장 큰 자본을 갖고 있고 국제 독점 자본들의 움직임에도 끄떡하지 않는 나라가 하나가 있다. 그게 미국이라는 겁니다. 현재까지 미국이고, 세계적인 독점 자본의 대다수가 미국 자본이라는 거죠. 미국 자본이고 그래서 자국 내에서는 이 자본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어떤 분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른 지역에서 미국 자본에 대항해서, 세계 자본을 향해서 싸우는 것보다 미국에서 미국 내의 혁명을 하는 것이 빠르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어요.
토론자: 공감합니다. 미국 내에 진보적인 이론가들 있잖아요. 이 사람들이 제3세계 얘기들 많이 하지만, 그럴 게 아니라 미국을 어떻게 바꿀 건지 미국에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맑스는 당시에 영국이 바뀌면 결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지금은 미국이죠.
토론자: 1차 세계대전 때의 레닌을 생각해 봅니다. 러시아가 전쟁에 휩쓸려 들어가 있잖아요. 많은 사람들은 빨리 이 전쟁에서 이겨서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빨리 빠져나가는 것이 이익 아니냐고 전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레닌은 국제적인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내부에서 뒤집어 버리자고 얘기합니다. 저도 똑같은 생각이 듭니다. 전 세계 금융자본의 핵심이 있는 미국 내부에서 권력을 바꿔버리면 굉장히 큰 파급 효과를 만들겠지요. 우리는 주로 미국을 제외한 지역의 혁명을 주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어쩌면 미국이 우리의 혁명의 1차 진원지로 타깃을 잡고 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토론자: 식민지 해방은 제국 내부에 타격을 준다. 식민지의 확장이나 강화는 제국의 부르주아 세력을 강화한다, 이런 기본 공식이 있더군요. 어떻게 보면 이제 미국이 세계 전략 속에서 계속 패배해 가는 과정이 미국을 흔들고 무너뜨리는 지름길이 되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는 지금 백철현 선생님 얘기하듯이 저항적 애국주의들이 미제국주의에 계속 금을 내는 측면이 있습니다.
토론자: 예전에도 베트남 전쟁 때 특히 미국 내 반전 운동이 큰 힘이 됐는데, 요새도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것 때문에 미국 내 대학생들 운동이 확산 됐습니다. 이를 바이든이 폭력적으로 진압합니다. 미국에서 이러한 형태로 이스라엘에 맞서 반전 운동이 확산되면 미국 운동도 좀 활성화되지 않을까요.
토론자: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메커니즘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작동합니다. 이것은 지난 세미나에서 김인식 선생님도 얘기했습니다. 실천 논리로 여기에는 국제주의로 대응해야 됩니다. 자본과 노동과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이는 수학 내지 과학입니다. 이제 송 원장님이 그게 실현된 적이 있느냐고 말씀하실 때, 그 뉘앙스는 전반적으로 이해됩니다만. 이게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이익이든 국가의 이익 때문이든, 또 지배계급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변수가 종합적으로 작용해 그 국제주의가 실현되지 못한 것이지요. 우리가 맑스 레닌을 아직 공부하는 것도, 혁명과 사회주의가 망했다고 해서 그것이 무효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문제를 살면서 극명하게 느끼기 때문에 계속하는 거지요. 송 원장님도 그게 불가능하니까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잖아요.
토론자: 제가 이야기하는 거는 윤리입니다. 문제를 극복하려면 이론만으로는 안 되고 그 위에 요즘 김상봉 교수가 이야기하는 영성 믿음 윤리로도 동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론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토론자: 조금 공감이 가는 부분은, 아무리 좋은 이론으로 무장해서 좋은 얘기를 해도 그 인간이 이상한 짓을 하면 그 말 다 헛소리가 된다는 거지요. 노동운동, 노동자 정치운동 하는 분들은 성자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살다 보면 그것이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 유혹 속에서 자기 위치에 따라서는 변절도 하고 권력의 맛 때문에 변절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죠. 여태까지 그랬으니 그들은 절대 안 돼 이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항의 미학]에서 기억나는 대목입니다만, 반파쇼투쟁 하던 인물들이 계속 잡히거나 죽지만, 주인공은 누가 죽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살아남아서 저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많은 운동하는 분들이 변절했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요.
토론자: 그것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그러면 앞으로 내가 승리하리라 하는 그 믿음은 어디서 나오느냐. 우리가 그러한 믿음 윤리 그리고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없는 그 분야에 대해서 좀 어떤 가치를 두어야 하는데 자꾸 이론으로만 이야기할 때 많이 답답해요.
토론자: 하지만 이론적으로 무장되지 않을 때 상황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잘 안 서고, 자기 딴에는 선의로 아주 성실하게 좋은 일 하지만 엉뚱한 짓을 할 수가 얼마든지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자본의 지배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하고,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수법을 쓰고 있는가에 대해서 꿰뚫어 보는 노력은 끊임없이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전면적인 이데올로기 공세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어떻게 깨나가는가 하는 것은 늘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그 양자를 같이 해야 하는 거죠. 또 마음으로만 아니라 몸으로도 하지 않으면 일이 잘 안 되겠지요.
발제자: 노동자 국제주의가 실현된 적은 없지만, 실현을 하자고 수 많은 사람들이 얘기를 하고 있고 열심히 투쟁도 하고 있고 조직도 따로 만들고 있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시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고, 거대한 규모의 운동이 안 되고 있는 건 문제이지만, 거꾸로 자본주의가 만드는 자본의 세계화 또한 실현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완성되지 않고 있고 과정이고 그들도 수많은 실패를 했고 포기한 것도 있고 아직 진행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거의 비슷한 과정입니다. 현재 전반적으로 지구상에는 거의 대다수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갖고 있어서 마치 이게 완성된 것처럼 보일 뿐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서 자본의 세계화가 완전히 실패한 곳, 그 대표적인 국가가 북한이잖아요. 자본이 손도 못 대고 있잖아요. 그런 사례들이 수없이 많기 때문에, 자본의 세계화 과정과 저항운동, 노동자들의 국제화는 그냥 눈에 확 띄는 건 아니겠지만요.
토론자: 자본이 노동자들 쥐어짜고 그 피로 살을 찌우는 그 과정 전체로 인해, 노동자들은 그것에 저항할 수밖에 없고, 해방전쟁 속에 들어가 있는 과정 상태입니다. 사실 그 인류사적으로 자본주의와 더불어서 시작된 장구한 해방전쟁에서, 패배한 채 그냥 노예로 남는냐 아니면 제대로 해방을 이룩하느냐 하는 문제에서, 우리가 의식적으로 그 전쟁에 임하는 경우와 그 안에서 그냥 패배자로 쪼그려앉아 있는 것은 다르지 않겠습니까. 의식적으로 싸우자는 거고, 그 싸움의 구호 중 하나가 국제주의 아니겠습니까.
토론자: 그런 인류의 이상을 부정하자는 게 아니라 그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론으로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확신을 가지자는 것이 김상봉 교수가 이야기하는 영성이죠. 5월 27일 전남도청에서 철수할 때, 그러면 5.18에서 우리가 남길 것이 뭐냐 했을 때, 도청에 남아 죽음을 받아들이는 바로 그것이 자기 소신에 대한 믿음인데, 영성으로 그것을 떠안아야 윤리적인 게 있어야지 그런 것이 가능합니다.
토론자: 문제는 선생님이 접하시는 분들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거나, 선생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좋은 말들을 못하고 거만하게 맑스주의를 들고 두들겨 패거나, 납득하실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론이 윤리와 별개는 아닌 것 같아요. 제대로 이론을 해야만 또 윤리도 생기는 것 같고요.
발제자: 내 이웃에 대한 사랑이든, 같이 노동하는 동료에 대한 사랑이든 어쨌든 그런 것들이 작용해야 하고, 이론적으로 철저히 무장도 필요합니다. 이론이 필요한 이유는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이데올로기로 안 빨려들어가기 위한 방법인 겁니다. 나름대로 노동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윤리라고 안 하더라도 정신, 소명감, 아니면 오늘은 패배할지라도 다음에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기억할 것이다라는 믿음. 운동에도 윤상원의 얘기 같은 어떤 정신이 만들어져서 전파될 필요는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게 전파되지 않으면 수 많은 노동자들이 사실 부패하고 타락할 수밖에 없어요.
토론자: 자본주의가 노동자민중을 지배하는 중요한 방식에 이념적이고 이론적인 것도 있지만, 감각도 있습니다. 살 만하다, 저거 좀 사고 싶다, 사려면 노동, 노예노동을 해야 되는 거지요. 또 더 좋은 것이 눈앞에 끝없이 나타나고, 자기보다 위에 늘 누군가 있고, 이 위계질서에 휘말려 들어가게 만드는 그 욕망체계가 있단 말입니다. 이게 합법적이고 자본주의 속에서는 물에서 물고기 놀듯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차별과 불평등을 당연시하고 자본과 싸울 마음 없게 만드는 기본틀을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윤리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고, 일상 전체가 어찌 보면 반윤리적입니다. 이런 지배질서를 극복하기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느냐가 문제지요. 외부 충격이 있을 때는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기 쉽습니다. 외부 충격 없이 그래도 그런 욕구체계를 바꾸어가는 제일 중요한 지름길이 어떻게 보면 그나마 이론 아니겠습니까.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달은 다음에야 욕구도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욕구가 그냥 바뀌지는 않습니다. 한 자리 차지하고 싶고 더 벌고 싶다는 무의식적 욕구에 그냥 매몰됩니다.
토론자: 그거와 정반대되는 그 예가 누군가 하면 카스트로입니다. 카스트로는 대지주 아들인데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흑인 노예 비슷한 흑인 소작농 아들하고 놀았습니다. 자기는 백인이거든요. 백인이고 대지주인데 어릴 때부터 사치 부리고 이런 걸 굉장히 증오했습니다. 어마어마한 부자고 머리가 거의 천재적인 수준이라 그래서 이제 아바나 대학교 법대 가서 이를 뭔가 민주적으로 바꿔야 되는데 그게 안 되잖아요. 그 당시에 바티스타가 워낙 강하고 그때서부터 이게 왜 안 바뀌냐 했을 때 이 사람은 그다음부터 마르크스 공부를 한 겁니다.
토론자: 각자 나름대로 경로가 있겠지요. 그러나 조직적으로 운동을 통해서 바꿔가는 과정에서 이론적인 무장이 효과적이다라고 보는 겁니다.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각자마다 길은 다 열려 있다. 그래서 랑시에르 같은 인간은 감각을 바꿔야 세상이 변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근데 감각이 어떻게 바뀌느냐, 인식이 안 바뀌고 되겠냐 하는 것입니다. 감각과 욕구의 변화, 또 몸으로까지 나타나려면, 흔히 이러다가 잡혀가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기다립니다. 그때에는 목숨을 걸어야 됩니다. 지금 밖에서 보면 그런 위험과 무관해 보이지만 싸우겠다고 결정하는 순간 목숨 걸어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 이 모든 변화를 위해서는 조직도 필요하고 변화를 위한 여러 시스템들이 있어야 하고 협력해야 할 과정이 있습니다.
발제자: 제안을 드리자면 그때 그때마다 뭐 하나씩 그날의 이 토론을 통해서 정리되는 것들을 하나씩 좀 만들어 놓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자 국제주의에 대한 한 10가지 이상의 원칙이나 이런 내용들이 나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런 노력도 같이 하면 정말 좋은 내용 남는 그런 계획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토론자: 앞으로 발표하시는 분들도 경우에 따라서는 앞에 두 분처럼 이렇게 강경하지 않아도 나름으로 자기 입장들이 있어서 이 세미나 전체에서 공약수를 만들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조금씩은 있겠지만요. 그 대신에 그때그때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작업, 그러니까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들의 핵심을 정리해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는구나 하는 점을 명확히 밝히는 작업은 가능하겠습니다. 입장 차이가 이렇게 있구나 이게 더 타당해 보이는구나 아니면 이게 더 문제가 있어 보이는구나 하는 판단에 기여할 수는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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